금리·입주폭탄에 떨어진 서울 전셋값…재계약때 수억원씩 '뚝'

입력 2023-02-12 06:07   수정 2023-02-12 16:10

금리·입주폭탄에 떨어진 서울 전셋값…재계약때 수억원씩 '뚝'
부동산업계 "저렴한 급매물 소진…호가 오르지만 여전히 낮은 편"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강남에 신축 아파트 84㎡ 전세가 10억원 초반대로 나오는 건 예전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요즘 시장 상황이 안 좋고 입주장이니까 가능한 거에요."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A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이달 말 입주를 앞둔 3천375가구 규모의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셋값을 두고 "급한 매물들은 거의 다 계약이 체결돼 전세 호가도 점차 오르는 추세지만 그래도 아직 낮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대규모 아파트 입주 물량과 높아진 금리 영향에 강남권을 중심으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강남권 11개 구의 전셋값은 전주보다 1.11% 하락했다. 이는 강북권 14개 구 하락폭(-0.77%)보다 30%가량 떨어진 것이다.
신규 입주 물량이 있는 강남구는 1.39% 하락했고, 1천772가구 규모의 흑석리버파크자이 입주를 앞둔 동작구도 1.69% 떨어졌다.
흑석동의 B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예전처럼 잔금을 치르기 위해 84㎡가 5억원대에 나오는 물건은 이제 다 소진됐고 6억원대로 호가가 올라온 상황"이라며 "올랐다고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낮은 가격"이라고 말했다.
KB부동산 월간시계열 아파트 전세가격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 11개 구의 전세가격지수는 89.2로 2020년 12월(89.7) 이후 처음으로 80대로 떨어졌다.
신축 아파트 전셋값이 떨어지자 구축도 나란히 영향을 받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면적 85㎡(11층)는 2020년 11월 16억원에 전세계약을 맺었으나, 이달 7일 재계약 때는 10억5천만원에 체결됐다. 불과 2년 만에 전세 보증금이 5억5천만원 낮아진 것이다.
개포동 개포래미안포레스트 85㎡(34층)도 2020년 10월 13억원에 전세계약을 했으나, 지난달 계약 때는 전세 보증금 10억원에 거래됐다.
다른 곳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최근 이뤄지는 전세 계약은 대부분 직전 계약보다 최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낮게 체결되고 있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아이파크 85㎡(6층) 전셋값은 2020년 12월 9억원에서 작년 12월 6억원으로 3억원 하락했다.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85㎡(7층)도 2020년 12월 9억5천만원에서 작년 12월 계약 땐 7억원으로 전셋값이 떨어졌다.
고덕동의 C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한달 반 사이에 매매가가 워낙 많이 하락하면서 전·월세도 함께 움직였다"며 "세입자가 나가겠다고 통보해 급하게 전세금을 돌려줘야 하는 집주인이 저렴하게 내놓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강북도 전세시장 한파를 겪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6단지 58㎡(4층)는 2021년 2월 2억8천만원에서 이달 2억4천만원으로 4천만원 낮은 가격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상계동 D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전세시장이 좋지 않고 손님이 없어 싸고 좋은 물건 순서대로 계약이 체결되니 집주인들이 어쩔 수 없이 가격을 내리고 있다"고 했다.
전세가 하락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개포프레지던스자이와 흑석리버파크를 시작으로 5월에는 강남구 대치동에 대치푸르지오써밋(489가구)이 입주하고 8월에는 서초구 반포동에서 2천990가구에 달하는 래미안원베일리가 입주에 나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싸게 나온 물건이 다 빠지고 호가가 올라간다고 해도 여전히 시세를 밑도는 수준으로 본격 회복세라기보다는 매물 소화 과정으로 보인다"며 "고금리로 인한 전세대출 부담이 있고 집값이 내려가는 상황에서 입주 물량이 더해져 전세가는 당분간 오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chi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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