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강진] "용서 못해"…성난 민심 속 에르도안 심판론 확산

입력 2023-02-12 19:37   수정 2023-02-13 08:53

[튀르키예 강진] "용서 못해"…성난 민심 속 에르도안 심판론 확산
5월 대선 변수 부상…NYT "정부 부실 대응에 분노 커져"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튀르키예를 강타한 규모 7.8 강진에 정부의 부실 대응이 드러나면서 대선을 앞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심판론에 직면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튀르키예에서 이미 2만명 이상 사망자를 낸 강진으로 정부의 무능이 드러나고 경제위기가 악화하고 있다면서 생존자들과 국민 사이에서 정부의 지진 대응에 대한 분노가 쌓이고 있다고 전했다.
튀르키예는 오는 5월 14일 조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고, 총선도 6월 18일 이전에 치러질 예정이어서 성난 민심이 선거에 어떤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1999년 강진 이후 이전 정부의 지진 대응 부실에 대한 분노에 편승해 2003년 총리가 된 에르도안 대통령이 20년 만에 지진 대응 부실이라는 같은 이유로 자신의 정치 미래에 대한 심판론에 직면한 셈이다.
분석가들은 이번 지진이 많은 사람에게 에르도안 대통령이 20년 전 집권하며 약속한 국가 개혁을 얼마나 이루었는지 평가할 수 있는 사건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비평가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집권기간 시민권을 약화시키고 외교부와 중앙은행 같은 국가 기관의 독립성을 훼손해 나라를 독재정치로 몰고 갔다고 비난한다.
또 그가 경쟁자들을 약화시키고 통제권을 중앙집중화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들과 충성파 중용 등으로 정부의 지진 대응 능력을 떨어뜨렸다고 지적한다.
에르도안 대통령 본인도 지난 10일 동남부 아디야만을 방문한 자리에서 "너무 많은 건물이 파손돼 불운하게도 우리가 원하는 만큼 신속하게 개입할 수 없었다"며 강진 발생 후 처음으로 정부 잘못을 인정했다.

지진 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지진 발생 직후 피해 주민들이 대피소를 찾아 헤매고 붕괴 건물 잔해 속에서 가족을 구하려 애쓰는 동안 어디에도 국가는 없었다며 정부의 부실 대응을 비난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원인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이 1999년 강진 대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군의 기능을 제한한 점을 꼽았다.
당시 위기센터장을 맡았던 투르커 에르투르크 예비역 해군제독은 "에르도안 정부가 군의 기능을 제한해 재난 대응 계획과 훈련이 없어졌다"며 "권위주의 정부에서는 모든 결정을 상부가 내려줄 때까지 기다린다"고 말했다.
비평가들은 또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진 대응 기능을 적신월사 같은 전문기관 대신 재난관리국(AFAD)에 부여하고 중요 직책에 충성파들을 앉혀 역량을 떨어뜨렸다고 비판한다.
또 많은 사람이 수십 년간 누적된 부실 공사가 건물 붕괴와 사망자 발생 원인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1999년 강진 후 내진 설계 강화 법규가 생겼음에도 이후 건설된 건물이 이번 지진에서 다수 붕괴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무부가 지진피해 10개 주에 '지진 범죄 수사대' 설치를 지시한 뒤 건설업자 100여 명이 부실공사 혐의로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지진 대비와 대응에서 정부의 많은 부실이 드러나면서 정권 교체를 노리는 6개 야당 연합은 벌써 이 문제를 선거 쟁점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성난 지진 민심이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건물 붕괴로 가족 5명을 잃은 미카일 굴(53) 씨는 "20년간 에르도안 정부에만 표를 줬다"면서 "이번에는 그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진으로 파괴된 가지안테프의 이스마일 오사슬란(58) 씨는 "이 사태는 지붕은 튼튼한데 기둥이 썩은 것과 같다. 에르도안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책임을 에르도안 대통령이 아닌 부패와 업무 태만으로 돌렸다.
scite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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