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쟁 1년] ⑧ "러시아, 中에 더 의존할 것…무기 지원한 北 지지"

입력 2023-02-20 07:11  

[우크라전쟁 1년] ⑧ "러시아, 中에 더 의존할 것…무기 지원한 北 지지"
英RUSI 닐 멜빈 국제안보 부문 국장 인터뷰 "올해 여름까지가 중요한 시기"
"당장 휴전 전망 낮아…전투기는 전쟁엔 영향 없을 듯, 전후 우크라 안보에 더 중요"
"유럽-인·태 안보 분리할 수 없다는 게 새로운 국제안보 질서의 핵심"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중국에 더 의존하고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지지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닐 멜빈 국제안보 부문 국장은 20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앞두고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내다봤다.
멜빈 국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올해 여름까지가 시기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후에도 전쟁이 계속되면서 서방 지지가 약해지는 것이 러시아의 바람인 반면,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군사적 돌파구를 확보하고 러시아의 전쟁 비용이 계속 증가하면 하반기에 러시아가 철군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또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는 큰 무게를 두지 않았고, 전투기는 제공한다 해도 시기가 너무 늦어 전쟁엔 영향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멜빈 국장은 왕립합동군사연구소에서 국제안보연구를 총괄하는 책임자로,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연구 디렉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유럽연합(EU)의 선임 고문, 유엔의 컨설턴트 등을 역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는데 언제, 어떻게 끝날까.
▲ 전쟁이 길어질 위험이 있고,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바라는 바다. 푸틴 대통령은 전쟁이 올해 여름 이후로 넘어가면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지가 약해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동시에 러시아의 재정 적자가 불어난 데서 보이듯 대러 제재는 중기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러시아 경제가 전쟁으로 (인해) 치르는 비용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초점은 올해 봄부터 여름 사이 기간에 맞춰질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목표는 우크라이나가 이 기간에 중대한 군사적 돌파구를 만들어내고, 러시아의 전쟁 비용이 계속 증가해 하반기에 러시아군이 철수하면서 전쟁이 끝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부분이 푸틴 대통령이 계속 집권할지에 달려있기에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 푸틴이 지속적으로 핵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3차 세계대전을 걱정해야 할까.
▲ 러시아 관료들이 핵무기에 관해 최근 몇 달간은 위협을 덜 하는 듯 보인다. 여기에는 서방 국가들이 용납 불가라는 단호한 반응을 내놓고 인도·중국 등 러시아의 몇몇 동맹들도 우려한 것이 반영됐다.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반드시 전장에서 성공하진 않을 것이라는 러시아군의 평가도 있었다.
대신 러시아는 에너지 기반 시설을 공격하고 수십만명을 징집하는 한편, 경제를 전시 기반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점은 당분간 확전이 신중하게 관리되고 있고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간 충돌이 억제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 푸틴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휴전 협상 테이블에 앉을까.
▲ 우크라이나는 휴전에 관심이 없다. 휴전을 하면 지난해 2월 침공 이후 러시아가 차지한 영토가 그대로 유지되고, 새로 공격을 준비할 시간만 줄까 봐 우려한다. 우크라이나 파괴라는 러시아의 목표는 바뀌지 않았다.
러시아 역시 새로운 공격으로 진전을 이룰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휴전을 원치 않는다. 따라서 당장은 양측 모두 휴전 논의를 할 근거가 별로 없다.
-- 러시아가 침공 1주년 무렵에 대규모 공격을 해올까. 그렇다면 우크라이나가 큰 피해 없이 방어할 수 있을까.
▲ 러시아는 봄에 영토를 추가 확보할 것 같지만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승리이고 비용도 많이 들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이 제공한 새로운 중화기로 반격에 나서면서 양측 모두에 상당한 사상자가 발생할 것 같다.
-- 전쟁이 길어지면 서방 동맹 간에 균열이 생긴다는 우려도 나오는데.
▲ 지금껏 전쟁이 계속될수록 서방은 더욱 단결했다. 그러나 정확한 전쟁 종료 시기와 방식, 러시아와의 미래 관계, 유럽의 전후 안보 질서 등에 관해 공감대는 없다.
지금은 이런 질문들이 논의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물리칠 수 있을 것처럼 보이거나 혹은 우크라이나가 올해 여름까지 러시아의 진지들을 뚫고 나가지 못한다면 서방의 입장차가 크게 드러날 것으로 보이고 단결도 위협을 받을 수 있다.
-- 서방에서 주력 전차와 장거리 미사일 공급을 발표했지만, 전달에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렇더라도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 우크라이나가 전차를 받은 후 작동 훈련을 해야 하니 여름께나 지원 의미가 나올 것이다. 또 전차만으로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우크라이나는 제병협동 작전(combined arms operations)을 개발해야 하며, 올해 여름께 이런 유형의 작전을 시도할 것 같다.
-- 전투기 지원도 이뤄질까.
▲ 이 시점에서 전투기 지원에 집중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전투기는 너무 늦게 도착해서 전쟁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 같다. 전투기를 지원하려면 (아마 수년간의) 광범위한 훈련과 정교한 공급 지원 네트워크가 필요한데 이는 2024년은 돼야 준비가 될 것이다.
전투기는 전후 우크라이나 안보에 더 중요할 것이다. 이후 지원할 경우를 대비해서 조종사 훈련 등에 초점을 맞추는 게 낫다.
-- 튀르키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재 역할을 주장해왔다. 이번 지진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 레제프 타이이프 튀르키예 대통령이 위기 대응을 잘못하면 올해 재선은 복잡해질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강력한 지도력을 보이기 위해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또 국내 위기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외교에 집중할 시간이 적을 것이다.
--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했다. 양국 관계는 어떻게 될까.
▲ 이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북한의 무기 공급에 의존하고 있으니 국제적으로 북한을 더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 서방과 친러 세계 사이의 경계가 더 선명해지며 신냉전 시대라는 말이 나온다. 국제 안보 질서는 어떻게 재편될까.
▲ 국제 안보에서 몇 가지 주요한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데, 그 중심은 인도·태평양 지역이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유럽 너머로 안보 관계를 재조정하고 있다. 미국·영국·호주의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와 이탈리아·일본·영국 간 신형 전투기 개발 협의 등이 그 예시다.
러시아는 전쟁의 결과로 중국에 더 많이 의지하게 될 것이다. 경제적, 기술적으로 중국에 더 많이 의존하는 '주니어 파트너'로서다.
유럽과 인도·태평양의 안보는 분리할 수 없고, 그 점이 새로운 국제 안보 질서의 핵심일 것이다.
merci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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