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3년만에 정상화한 브라질 카니발, 도시 전체가 축제의 장

입력 2023-02-20 09:00   수정 2023-02-20 16:57

[르포] 3년만에 정상화한 브라질 카니발, 도시 전체가 축제의 장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지윤 통신원 = 상파울루 지하철 역사 안 에스컬레이터가 비키니에 망사 스타킹을 신은 사람들, 온몸을 반짝이는 글리터로 장식해 사람들, 가지각색의 코스튬을 입은 사람들로 뮤지컬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역사 안에서 누군가 큰소리로 삼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함께 따라 하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오전 11시의 풍경이다.
출구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사람들의 손에는 이미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맥주 컵이 들려 있었다.
지상에는 음악에 몸을 맡긴 수많은 사람이 평소 차가 다니는 대로를 점령한 상태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17일(현지시간) 3년 만에 정상 개막된 브라질 최대의 삼바 축제, 카니발의 열기로 일상의 공간은 이미 축제의 공간, 자유와 일탈의 공간으로 변했다.
브라질 카니발은 예수의 고난과 죽음을 기념하는 사순절을 앞두고 해마다 개최되는 세계 최대의 삼바 축제로, 오는 22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카니발 축제에서는 나이, 성별, 인종 등과 관계없이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
삼바 전용 경기장인 삼보드로무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의상의 삼바 퍼레이드는 브라질 카니발의 일부일 뿐이다.
일상의 공간에서 각자의 판타지가 현실이 되는 엿새간의 꿈같은 시간이 바로 브라질 카니발의 진짜 풍경이다.
고대 로마의 왕처럼 왕관 장식을 하고 거리로 나온 파울루 엔히키(35)는 "카니발은 자유와 다양성의 축제인 만큼, 모든 게 섞여 있는 브라질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축제가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인파에 떠밀려 음악 소리에 가까워지자 삼바 리듬이 흘러나오는 커다란 퍼레이드 카를 만날 수 있었다.
삼바, 록, 일렉트릭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 중 한 장르를 라이브로 연주하는 퍼레이드 카가 이끄는 도로 위의 카니발 축제를 '블로쿠'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블로쿠를 골라 퍼레이드 카를 따라 천천히 이동하며 다 함께 춤추고 노래를 부르며 흥겨워했다.
이번 카니발 기간 상파울루시에서만 644개의 블로쿠가 진행된다. 도시 전체가 축제의 장으로 변하는 셈이다.

일 년 중 가장 기다리는 달이 카니발이 있는 2월이라는 가브리엘라 하우셔(32)는 "카니발이 없던 지난 2년 동안 너무 답답했다"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2개 이상의 블로쿠에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카니발 기간에 일 년 내내 쌓아 뒀던 것들을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모두 발산할 수 있으니 영혼을 정화하는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kjy32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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