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반체제 인사 트위터 뒤져 중형 선고하며 폭압"

입력 2023-02-22 16:29  

"사우디, 반체제 인사 트위터 뒤져 중형 선고하며 폭압"
은퇴한 사우디계 미국인 '빈살만 비판' 트윗 7년만에 구금
팔로워 600명 계정주·대학원생도 '테러 혐의'…항소하면 형량 올려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반체제 인사를 솎아내려 사회적 영향력이 적은 평범한 사람들의 소셜미디어(SNS)까지 검열, 가혹하게 처벌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이중 국적자로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가족과 함께 살던 사드 알마디(73)는 지난 2015년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비판하는 내용의 게시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7년이 지난 작년 실형을 선고받고 사우디 감옥에 수감됐다.
당시 알마디는 트위터에 "무함마드 빈 살만은 경제, 국방 그리고 국왕 치하에 있는 모든 것을 장악했다"고 적었다.
알마디가 이 글을 올릴 때만 해도 무함마드 왕세자는 왕위 계승 2순위인 부왕세자였지만, 2017년 6월 1순위 계승자였던 사촌 형 빈 나예프를 몰아내고 실권을 잡았다.
이후 알마디는 지난해 사우디를 방문했다가 그가 과거에 작성한 트위터와 휴대폰에 저장한 무함마드 왕세자 사진을 이유로 느닷없이 체포된 것이다.
사우디 검찰은 "국가의 상징을 모독하는 알마디의 트윗은 그가 테러리스트 사상을 따르고 지지한다는 증거"라면서 작년 10월 그에게 징역 16년을 구형했고, 알마디가 항소하자 구형량을 오히려 19년으로 올리기까지 했다.
알마디의 아들 이브라힘은 "아버지는 절대로 반체제 인사가 아니다"라며 "은퇴 후 여행과 하이킹, 와인 시음을 즐기며 살던 개방적인 사람"이라고 항변했다.

실제로 알마디가 트위터에 문제의 게시글을 올렸을 당시 그의 계정 팔로워 수는 2천 명이 채 되지 않았다. 또 그는 정치 운동을 하는 활동가가 아니며, 은퇴 후 미국에서 평범한 삶을 살았다고 NYT는 전했다.
알마디는 현재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있는 알하이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이곳에는 주로 알카에다 조직원과 정치범들이 수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빈 살만이 왕세자로 즉위한 2017년부터 사우디 당국은 SNS 인플루언서와 종교인, 재력가, 왕족 등 다양한 범위의 사람들을 감시해 잡아들이기 시작했다.
2018년에는 사우디 왕실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서 온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영사관에서 사우디 공작원들에게 살해돼 국제사회에 충격을 줬다.
사우디 당국은 특히 트위터 검열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트위터는 사우디에서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대표적인 SNS 매체이기 때문이다.

노라 알 카흐타니 역시 팔로워 600여 명의 트위터 익명 계정을 운영하다 작년에 기소됐다. 그는 트위터에서 반정부 시위를 촉구하면서 "빈 살만은 왕세자가 될 자격이 충분치 않다"고 적었다.
재판부는 "왕과 왕세자에 대한 신의와 정의에 도전했고, 공공질서를 어지럽히려는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이념을 지지했다"며 카흐타니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그가 항소하자 재판부는 옥살이 기간을 45년으로 늘렸다.
영국 리즈대 박사과정이던 살마 알셰합(34) 역시 작년 8월에 반체제 인사들의 트위터 계정을 팔로우하고 게시물을 공유한 혐의로 징역 34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카흐타니와 알셰합에게 테러·사이버범죄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검찰 구형보다 더 무겁게 양형한 것이다.
익명의 사우디 관리는 NYT에 "정부는 사법제도 변화를 포함해 인권증진을 위한 새로운 조치를 연구하고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우디는 테러와 관련한 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 정책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이 관리 알마디와 카흐타니, 알셰합 등 구체적인 수감자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으면서도 "국내법을 위반한 개인들의 사례는 평화적인 의견 표현과 분명히 구별된다"고 설명했다.
dind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