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중국의 코로나19 승리 선언에 담긴 의미

입력 2023-02-25 07:07  

[특파원 시선] 중국의 코로나19 승리 선언에 담긴 의미
당국 사망자 8만명 발표…열악한 의료 인프라 탓에 현실과 괴리
시진핑 3기 공식 출범 앞두고 체제 정당화·내부결속용 구호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병원성이 비교적 강하고 치사율이 비교적 높은 바이러스의 광범위한 유행을 성공적으로 피해 인민대중의 생명 안전과 신체 건강을 효과적으로 보호했고, 방역전에서 이기기 위한 귀중한 시간을 벌었다."
중국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가 최근 자국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평가하며 내린 결론이다.
3년 가까이 '둥타이칭링'(動態淸零·다이내믹 제로 코로나)으로 불리는 강력한 방역 정책을 고수하며 바이러스의 치명률이 낮아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적기에 정책을 완화해 피해를 줄였다는 주장이다.
상무위원회는 그러면서 "인류 문명사상 인구 대국이 감염병 대유행에서 성공적으로 벗어나는 기적을 만들었다"고 자화자찬했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국민 대다수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일시적 집단면역을 형성하면서 일상 생활로 돌아왔다.
하지만 '성공'과 '기적'이란 표현의 자평이 설득력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중국 당국이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약 2개월 동안 코로나19 사망자라고 공개한 수치는 8만3천150명이다.
중국 인구가 14억1천175만 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0만 명당 6명이 숨졌다는 설명이다.
10만 명당 337명이 숨진 미국이나 10만 명당 65명이 숨진 한국보다 훨씬 작은 규모고,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방역 국가로 꼽히는 싱가포르(10만 명당 30명 사망)보다 성공적으로 코로나19를 차단했다는 말이다.
다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중국이 집계한 코로나19 사망자는 의료기관에서 숨진 사람만 포함하고 자가 치료 중 숨진 사람은 제외한다는 점이다.
열악한 의료 인프라 탓에 병원에 가지 못하고 숨진 사람이 더 많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 시기 중국의 장례식장에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승리'라는 표현에 공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난해 12월 중순 기자가 찾아갔던 베이징의 장례식장과 화장시설은 밀려드는 시신으로 포화 상태였다.
화장시설 입구에는 화장 순서를 기다리는 차량 수십 대가 길게 늘어서 있었고, 시신이 밀려들면서 운구 차량도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었다.
직원들은 종일 일해도 시신을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고, 화장장 주변 냉동 컨테이너에서 누런색 천에 싸인 시신이 넘쳐나는 모습도 직접 확인했다.
감염병 전문가들도 중국의 발표와 거리가 먼 주장을 잇달아 내놨다. 홍콩대 연구팀은 중국의 사망자 수가 80만∼110만 명 사이일 것으로 추정했고, 제프리 셔먼 컬럼비아대 교수는 90만∼140만 명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적기에 방역 정책을 완화했다는 주장도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의 방역 완화는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강력한 제로 코로나에 대한 불만이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낸 지난해 11월 우루무치 화재 사건을 계기로 폭발하면서 중국 전역의 '백지시위'로 이어지자 어쩔 수 없이 완화했다는 얘기다.
감기약과 해열제 대란은 방역 완화가 갑자기 결정된 것임을 증명한다.
기본적인 의약품조차 준비하지 않은 채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약국마다 감기약 품귀 현상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국 외교부가 주관한 외신 프레스 투어를 계기로 찾아간 베이징의 제약회사는 당국이 준비 없이 방역 조치를 완화했다는 의혹에 확신을 심어줬다.
제약회사 관계자는 24시간 공장을 가동하며 해열제를 생산하고 있다고 홍보했지만, 이 공장이 본격 가동된 시기는 감염자 폭증에 놀란 당국의 '쥐어짜기' 직후였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중국은 이러한 객관적인 사실을 무시한 채 왜 '승리'라는 허울 좋은 구호를 던진 것일까?
다음 달 초 '시진핑 3기'의 공식적 출범을 알리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방역 혼선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위드 코로나 전환이 당국의 적절한 선택이었음을 강조하며 시진핑 주석 체제를 정당화하기 위한 내부 결속용이란 것이다.
중국은 코로나 원년인 2020년 9월에도 코로나19 유공자에게 표창장을 전달하며 '코로나19 인민전쟁'의 성과를 대내외에 과시했다.
시진핑 주석은 당시에도 코로나19 전쟁에서 중대하고 전략적인 성과를 거뒀다며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지만, 이후 중국은 경제수도 상하이를 비롯해 도시 곳곳이 봉쇄되는 코로나 파동을 겪었다.
jk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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