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m 앞이 육지였는데…'산산조각' 난민선에 공동묘지 된 伊해변

입력 2023-02-28 10:09  

3m 앞이 육지였는데…'산산조각' 난민선에 공동묘지 된 伊해변
남부 칼라브리아 바닷가에 난민선 난파…어린이 포함 시신 수십구 널려
反난민 멜로니 총리, EU에 "난민선 출항 멈추기 위한 즉각 조처 필요"
내무장관은 숨진 난민들 비난했다가 거센 역풍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아직도 어두웠지만, 해변에 많은 시신이 보였다. 어린이들의 시신도 있었다."
현지시각으로 26일 오전 5시 30분께 파도에 배가 난파했다는 연락을 받고 해변으로 달려간 이탈리아 어부 빈첸초 루치아노는 처참한 광경에 할말을 잃었다.
휴양지로 유명한 남부 칼라브리아주(州)의 작은 마을 스테카토 디 쿠트로 해변 사방에 시신이 널려 있었기 때문이다.
최초 목격자 중 한 명인 그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휴대전화 불빛으로 아직 바다에 있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다녔다"면서 "이런 기억을 빨리 잊어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고통스러운 심경을 밝혔다.
바위에 부딪혀 난파한 선박은 사흘 전 튀르키예 서부 항구도시 이즈미르에서 유럽으로 가려는 중동과 남아시아 출신 이민자들을 태우고 출발한 20m 길이의 목선이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최소 63명이고, 이 가운데 10여 명이 어린이였다. 쌍둥이 아기와 1살 미만 신생아도 참변을 피하지 못했다.
해변까지 헤엄쳐 살아남은 80명 중에서도 20명가량이 입원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이 위독한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전날 밤 유럽연합(EU) 국경경비 기관인 유럽국경·해안경비청(Frontex·프론텍스)은 해당 선박이 이탈리아 해변에 약 75㎞ 거리까지 접근한 것을 파악하고 순시선을 보냈으나, 악천후 때문에 중도 귀환했다.
스테카토 디 쿠트로 주변 해변에는 아직도 간간이 시신이 밀려 올라오고 있다.
루치아노는 27일 새벽에도 자동차로 해변을 둘러보던 중 이라크 출신의 젊은 남성으로 보이는 또 다른 희생자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해변 곳곳에 파도에 밀려온 목선의 잔해와 함께 신발과 가방, 어린이용 분홍색 구명조끼 등 희생자들의 소지품이 널브러져 있다고 전했다.
친구와 함께 해변에 나왔다가 취재진을 만난 안토넬라는 "우리는 모두 충격을 받았다. 해변이 마치 묘지 같다"고 토로했다.
이탈리아 당국은 생존자 중 밀입국 브로커로 의심되는 3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난민선에 타고 있던 사람이 모두 몇 명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현지 경찰 책임자인 세르조 테데스코는 "일부 생존자는 120이 배에 타고 있었다고 하지만, 다른 이들은 200명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선 숫자를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고 기다려야 할 상황"이라면서 "바다가 잠잠해지면 한 주 뒤까지도 더 많은 시신이 떠밀려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사태는 2013년 람페두사섬 앞바다에서 난민선이 침몰해 368명이 목숨을 잃은 이후 이탈리아 해변에서 벌어진 최악의 난민선 관련 사고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생존자들을 치료 중인 의사 오를란도 아모데오는 "30년 간 이민자를 대해 왔지만, 이번 같은 일을 본 건 처음"이라면서 "이들은 바다로 1천78㎞를 건너와서는 해변에서 3m를 남기고 목숨을 잃었다. 이미 불행을 겪던 이들에게 또 다른 비극이 닥친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와 유럽 정계에선 불법 이민자 입국 차단 강경책과 관련한 논쟁이 재점화할 모양새다.
반이민을 기치로 집권한 우파 성향 정치인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지중해에서 표류하는 난민을 구조하는 국제구호단체의 난민 구조선에 벌금을 부과하는 등 강경책을 펼쳐 왔다.



멜로니 총리는 난민선이 당초부터 뜨지 못했다면 이민자들의 죽음도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이날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와 한 인터뷰에서 "더 많은 사람이 출발할수록 (난파 등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커진다"면서 "이 문제를 진지하고 인도적으로 해결할 유일한 방안은 (난민선) 출발을 멈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멜로니 총리는 난민선의 출항을 멈추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유럽연합(EU)에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고도 밝혔다.
그런 가운데 마테오 피안테도시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숨진 이민자들의 책임을 제기했다가 거센 역풍에 처했다.
그는 이번 비극이 이민자들이 가족을 동반한 채 위험한 여정에 나섰다고 비난했다가 뭇매를 맞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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