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여학교 '독가스 공격' 확산…늑장대응에 사회혼란 가중

입력 2023-03-06 09:30   수정 2023-03-07 17:05

이란 여학교 '독가스 공격' 확산…늑장대응에 사회혼란 가중
악취 퍼진 뒤 '휘청휘청'…3개월여 미스터리 지속
여성교육 파괴공작 의심…"당국이 묵인했다" 외부시선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이란에서 여학생을 겨냥한 독가스 공격이 이어져 이란 사회가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5일(현지시간) AFP, AP통신 등에 따르면 작년 11월 말 테헤란 남쪽에 있는 도시 콤에서 대거 발생한 공격은 다른 도시로 급속히 퍼졌다.
테헤란, 아르다빌, 이스파한, 아브하르, 아흐바즈, 마슈하드, 잔잔 등지의 학교 최소 52곳에서 피해사례 400여 건이 보고됐다.
AP통신은 이란 30개주 가운데 21개주에서 독가스 공격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공격의 전형적 특색은 나쁜 냄새가 퍼진 뒤에 어지러워지면서 쓰러진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숨 가쁨, 메스꺼움, 현기증, 두통, 무기력증, 저혈압, 다리의 감각 둔화 등 증세를 호소했다.
이를 근거로 이란 보건부는 피해자들이 확인되지 않은 화학물질을 흡입한 것으로 추정했다.
일부 여학생이 병원으로 옮겨지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그러나 공격은 제지 없이 지속되는 것으로 관측되며 보건·교육 당국은 사태 경위를 밝히지 못한 채 말로만 우려를 달래려는 모습이다.
이란 정부는 글로벌 미디어가 관심을 갖고 유엔인권고등판무관 사무소가 투명한 조사를 촉구하자 사태파악에 착수했다.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내무부 장관은 공식 현장조사에서 수상한 표본을 수집해 분석하고 있다고 지난 4일 관영통신 IRNA를 통해 말했다.

당국의 더딘 대응 속에 독가스 공격이 속수무책으로 터지자 학부모들은 공포와 분노를 노출하고 있다.
한 피해 학생의 어머니는 이란 국영방송에 나와 교문에 경비를 강화하고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라고 촉구했다.
유세프 누리 이란 교육부 장관은 "학부모의 우려를 온전히 이해하고 심각하게 후속조치를 취하겠다"며 이날 국영방송을 통해 사과했다.
종교 지도자인 그랜드 아야톨라 압돌라 자바디 아몰리는 "학생들이 중독되는 근본 원인이 뭔지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 무섭다"고 말했다.
독가스 공격의 배후, 목적을 두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지난 3일 "공포와 좌절을 조장하려는 적의 음모"라며 정보기관, 내무부에 대응을 지시했다.
마지드 미라흐마디 내무부 차관은 "음모자들이 학교폐쇄를 노린다"며 그 목적이 이란 반정부시위를 확대하려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유네스 파나히 보건부 차관은 독가스 공격이 이란 여학생의 교육 자체를 봉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학생 독가스 공격은 이란의 여성인권을 슬로건으로 내건 반정부시위와 때가 맞물려 발생했다.
이란에서는 작년 7월 마흐사 아미니(당시 22세)가 히잡 사이로 머리카락이 보인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끌려가 의문사하자 시위가 뒤따랐다.
처음에 아미니의 죽음에 항의하던 시위는 이란 신정체제의 폭압적 통치에 저항하는 반체제 운동으로 확산했으나 지금은 소강상태다.

개혁 성향 정치인 자밀레 카디바르는 배후로 반체제 단체나 극단주의 보수 세력을 의심했다.
그는 현지언론 인터뷰에서 "이란의 통치 체제를 탈레반식 국가처럼 바꾸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탈레반은 여성에 대한 교육에 반대해 등교를 차단하고 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집권세력인 이들이 반군이던 시절에 여학생에게 공포를 주입해 등교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학교 앞 테러가 기승을 부렸다.
다만 이란 정부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에 여학생 교육을 막지 말고 학교를 개방하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미국 대통령에게 정책을 제안하는 연방기관인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는 이란 정부가 독가스 공격을 묵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섀런 클레이봄 USCIRF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이번 독가스 공격은 종교와 사상의 자유를 평화롭게 주장하는 여성들에 대한 괴롭힘, 습격, 성폭행, 고문, 처형에 이란 당국이 죄를 묻지 않는 환경에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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