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몰듯 '보복 사파리'에 아프리카 야생동물 몸살

입력 2023-03-06 16:05  

페라리 몰듯 '보복 사파리'에 아프리카 야생동물 몸살
인스타그램 사진거리 찾아 각축…대혼란에 얼룩말 등 위험 처해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아프리카에서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억눌렸던 사파리 관광이 봇물 터지듯 재개되자 야생동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파리 관광객들은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 거리를 찾기 위해 페라리 스포츠카를 몰듯 앞다퉈 돌아다니는 바람에 와일드비스트(누), 얼룩말, 영양 등이 위험에 처하게 됐다.
동아프리카의 유명 사파리 관광지인 케냐만 해도 작년 영국 출신 관광객이 14만 명 몰린 것을 비롯해 국제관광객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해 케냐를 찾아온 해외 방문객은 영국인을 포함해 140만 명에 달했다.
케냐는 이런 덕분에 지난해 관광 수입이 83% 증가했고 2020년 21억 달러(약 2조7천억 원)였던 관광 수입은 4년 내로 두 배로 껑충 뛸 전망이다.
관광객이 몰리며 큰 고양잇과의 성공적인 사냥 모습이나 어미가 새끼들과 있는 모습 등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해 사파리 차량이 서로 경주하는 사례도 덩달아 늘어났다.
최근 케냐의 사파리 관광명소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에서는 치타가 사슴을 쓰러뜨려 잡아먹는 장면을 보려고 또 다른 사냥판이 벌어졌다.
촬영용 스마트폰을 휘두르는 관광객들이 사륜구동 차량을 몰고 사냥 현장을 보기 위해 한꺼번에 내달리는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차량 기사들은 서로 고함을 치며 경적을 빵빵 울려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환경 보호론자들은 이러한 '공격적 관광'이 장장 1천200마일(약 1천931㎞)인 탄자니아 세렝게티 초원∼ 마사이마라 동물 이동 경로에 몰고 올 위험성에 대해 특히 우려했다.
이 경로는 6, 7월 수많은 동물이 악어떼로 득실거리는 위험한 마라 강을 줄지어 도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케냐의 유명 사파리 가이드 중 한 명인 팀 레페레스는 이와 관련, "대혼란이 벌어질 수 있는 곳"이라면서 사륜구동차들의 각축 때문에 동물들이 제 코스를 이탈해 빽빽한 무리 속의 다른 동물을 짓밟는 장면을 종종 봤다고 말했다.
이어 "차들이 가장 목 좋은 장소를 선점하려고 도하를 가로막고 일부 관광객은 심지어 멋진 광경을 영상에 더 잘 담으려고 차량 밖으로 나온다"면서 "그들은 결국 동물들이 무참히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관광객들이 가이드에게 이른바 '빅 파이브'(사자, 표범, 코끼리, 버펄로, 코뿔소)를 보게 해달라고 웃돈 등을 제공하는 것이 거의 관행이 됐다고도 전했다.
혼란을 막기 위해 국립공원들은 관광 차량 대수와 시간제한 같은 새 규칙을 도입했다. 다가오는 마라강 도하 시즌은 새 규칙이 제대로 적용되는지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가이드 교육 등을 하는 기구인 '지속가능 여행·관광 어젠다'의 주디 케퍼-고나 국장은 동료 가이드 간 압력이 새로운 규칙 준수를 감시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파리) 캠프는 만원이고 비행기도 만석인 상황에서 조용한 기간이 없어지고 있다"면서 팬데믹 시기 조용히 지내는 데 익숙해진 야생동물이 연중무휴로 쇄도하는 관광객들 때문에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sungj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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