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고려인 민족학교' 재정난에 개교 3년 만에 폐교 위기

입력 2023-03-10 10:55  

러시아 '고려인 민족학교' 재정난에 개교 3년 만에 폐교 위기
코로나19·우크라 사태로 지원 대부분 끊기자 임대료도 못 내
연해주 유일 러 정부 인가 한글 교육기관…"관심·지원 절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최수호 특파원 =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학기가 끝나는 오는 5월 이후로는 운영을 포기해야 할 처지입니다…"
고려인 동포 후손들에게 한글과 한국 전통문화 등을 가르치려 국내 단체·기관의 도움을 받아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에 설립한 '고려인 민족학교'가 개교 3년여 만에 재정난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민족학교는 '연해주 독립운동 대부'인 최재형 선생(1860∼1920)을 기리는 최재형기념사업회 지원을 받아 2019년 5월 우수리스크에 있는 2층 건물을 임대해 마련한 것이다.
연해주에서 러시아 정부로부터 정식으로 한글 교육 인가를 받은 곳은 민족학교가 유일하다.
현재 학교 건물 1층에는 우리 전통무용 등을 가르치는 실습실과 공연장 등이, 2층에는 한글 교육을 위한 교실과 유치원이 있다.
교사는 모두 5명이며, 교장은 현지 고려인 민족문화센터 등에서 20년 넘게 활동한 고려인 3세 김 발레리아(62)씨가 맡고 있다.

2019년 9월 정식으로 문을 연 민족학교는 방과후교실 형식으로 운영해 왔다.
현지 초·중·고등학교에서 정규 수업을 받는 학생들은 일주일에 3번씩 오후에 이곳을 찾아 1시간 30분 동안 한글과 우리 전통문화 등을 배운다.
개교 당시만 해도 고려인 동포 후손인 7∼17세 초·중·고등학생 190여명이 무상으로 한글과 우리 전통춤 등을 배웠다.
하지만 외부 기관·단체 예산 지원과 한국인 방문객 후원금 등에 의존해온 학교 운영은 2020년 초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연간 240만루블(약 4천100만원)인 건물 임대료는 인천시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학교를 찾는 한국인 발길이 끊기면서 기부금 등이 줄자 건물 관리비, 교사 임금 등을 감당하기가 힘들어졌다.
학교 측은 자구책으로 2020년 10월 건물 2층에 유치원을 마련해 원아 30명을 모집한 뒤 한 달에 1인당 1만5천루블(26만원)씩 내는 원비로 관리비 등을 겨우겨우 충당했다.
이후 코로나19 상황은 다소 진정됐지만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발하면서 한국 기관·단체 관계자 등이 방문하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 됐다.
3개월 뒤인 그해 5월부터는 학교 설립 후 3년 동안 매년 지원됐던 인천시교육청의 건물 임대료 예산도 끊겼다고 한다.
이에 따라 학교 측은 건물주와 협의해 1년 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지불하는 방식을 월세로 변경했다.
또 유치원비만으로는 임대료와 관리비, 교사 임금 등을 감당할 수 없어 작년 9월부터는 한글 수업 등에 참가하는 학생들도 매달 수업료로 1천500루블(2만6천원)씩을 내도록 했다.
김 발레리아 교장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는 작년 10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세종문화상과 함께 수여한 상금 3천만원을 임대료 지급에 사용했다.
학교의 어려운 형편을 듣고 익명의 고려인이 전달한 기부금 1만달러(1천300만원)와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의 지원금도 힘이 됐다.
한때 유치원생을 포함해 220여명에 달했던 이 학교 학생 수는 현재 90여명에 불과하다.
'재정난에 민족학교 운영이 곧 중단된다'는 소문이 돌자 상당수 학생이 학교를 그만두고, 입학생 모집에도 어려움을 겪은 까닭이다.
학비 수입이 줄어 재정 상태가 더 나빠진 탓에 학교 측은 건물주인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오는 4∼5월 두 달간은 임대료를 내지 않고 시설을 우선 사용하기로 했다. 밀린 임대료는 추후 돈이 마련되는 갚기로 했다.
김 발레리아 교장은 "임대료를 줄이기 위해 건물 1층만 사용하거나 학교를 옮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학교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5월 이후로는 운영 여부가 불투명하다. 막다른 상황에 이르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과 러시아 당국 등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su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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