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히잡시위 촉발 아미니 의문사 6개월…"변화의 상징"

입력 2023-03-16 10:48  

이란 히잡시위 촉발 아미니 의문사 6개월…"변화의 상징"
사망후 시위 구심점 돼…시위 잦아들었으나 위기 원인은 여전
'여성 복장완화' 평가도…여학생 집단 중독사건 진행중
에바디 "계속 이란 정권 압박해야"…페르시아력 설 맞아 일부 시위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16일로 이란 '히잡 시위'를 촉발한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한 지 6개월이 됐다.
22살 여성 아미니는 지난해 9월 13일 머리에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복장 불량을 이유로 경찰서에 체포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서 사흘을 보낸 뒤 사망했다. 경찰은 기저질환을 사망 이유로 들었지만, 유족 등은 경찰의 가혹행위 때문에 그가 숨졌다고 밝혔다.
이후 시위가 들불처럼 번져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 최대 시위 가운데 하나로 번졌다. 시위 확산 배경에는 경제위기와 정치적 자유 제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쿠르드계로 1999년생인 아미니는 시위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이란 안팎의 시위 플래카드에 그의 얼굴 사진이 대거 등장하고 잡지 표지에도 실렸다.
일부 여성은 의문사를 부른 풍속 경찰의 엄격한 이슬람 복장 단속에 항의해 히잡을 벗어 던지고 태우기도 했다.
아미니의 묘비에는 "당신은 죽지 않았다. 당신의 이름은 상징이 됐다"라고 쓰였다. 아미니는 실제로 이란 저항 운동의 상징이 됐다.
정치학자 아흐마드 제이다바디는 "마흐사는 사망 전 무명의 인물이었으나 (이란 신정체제의 여성에 대한) 억압의 상징이 됐다"라고 말했다.
시위 와중에 최소 500명이 숨지고 지난 2월 말 현재 2만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 가운데 4명은 보안군 공격 혐의로 처형됐다.
이란 정부는 정권 최대 위기로 부상한 '반국가' 시위 배후에 미국 등이 있다면서 시위의 원인을 외부로 돌렸다.
그러나 지난해 말 정점을 찍은 시위는 양성평등과 더 큰 개방을 요구하는 젊은 층이 주도했고 별다른 지도자나 정치 프로그램이 없었다.

시위가 잦아들자 이란 정부는 지난달 부분 사면을 실시하고 체포된 수천 명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시위가 끝났더라도 위기를 부른 주된 요인은 여전해 언제든 다시 분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3개월 새 여학교 약 200곳에서 여학생 수천 명이 가스에 중독되는 의문의 사건이 발생해 지난주 여러 도시에서 시위가 발생했다. 이란 당국은 이 사건과 관련된 용의자 110명을 체포했다.
다만 히잡 시위는 정권 교체를 겨냥한 정치적 성격보다 시민적 성격이 강하며 실제로 여성들의 복장 규제 완화와 같은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도 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의 인권 변호사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시린 에바디는 15일 이란 당국의 인권 유린에 항의해 압력을 계속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2003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에바디는 이날 유럽의회 연설에서 "이란에 대한 제재는 작동하고 있다"면서 이란에 대한 지원 등을 인권 개선에 결부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럽연합(EU)은 아미니 의문사 후 일어난 히잡 시위를 이란이 강경 진압하자 이란 관리들에게 여러 차례의 제재를 가했다.
또한 다음 주 시작되는 페르시아력 신년을 앞두고 벌어지는 축제를 계기로 이란 몇몇 도시에서 반정부 시위가 재개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4일 보도했다.
일부 여성들이 수도 테헤란에서 히잡을 태우는 영상이 온라인에 올라오기도 했다.

sungj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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