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뉴욕 메트, 드가 작품 제목 '러 무희→우크라 무희' 변경

입력 2023-03-20 11:05  

美뉴욕 메트, 드가 작품 제목 '러 무희→우크라 무희' 변경
영국 박물관도 '수정'…일각서 "바꿀 학문적 근거 없다"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메트)이 에드가르 드가(1834∼1917)의 작품 제목 '러시아 무희'를 '우크라이나 무희'로 바꿨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메트는 최근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인 드가의 1899년 작품 타이틀 '러시아 무희'를 '우크라이나 무희'로 조용히 변경했다.
메트는 또 소장 중인 아르히프 쿠인지, 일리야 레핀의 작품과 관련, 과거 러시아 화가들로 분류된 이들의 국적을 우크라이나로 바꿨다. 레핀의 경우 19세기 화가로 지금은 우크라이나 땅인 곳에서 태어났다.
앞서 영국 런던의 내셔널갤러리도 지난해 드가의 다른 무희 시리즈 작품 이름을 러시아 무희들에서 우크라이나 무희들로 수정했다. 드가 작품 속 대상들의 의상이 당시 러시아 제국의 일부였지만 지금의 우크라이나에서 입는 것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미술학자들이 작품의 '귀속'을 바꾸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1년여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러시아로 분류된 작품을 우크라이나 것으로 바꾸려는 제도적 움직임이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절대주의' 창시자로 알려진 화가 카지미르 말레비치 등 지금의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태어난 러시아 제국 당시 작가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결정이 내려졌다.
이러한 움직임은 부분적으로 전 럿거스 대학 연구원인 옥사나 세메니크의 노력 덕분이기도 하다. 지난해 3월 러시아 군인들의 우크라이나 주민 학살 현장인 부차에 있었던 그는 대학에서 러시아인으로 명명된 우크라이나 예술가들의 국적을 바로 잡아달라고 탄원했다.
그는 CNN방송에 "많은 우크라이나 작가가 러시아 컬렉션에 분류된 걸 알게 됐다"면서 "러시아 예술가로 알려진 900명 가운데 70명이 우크라이나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요 미국 기관들에서 자신의 호소에 별다른 반응이 없어 정말 화가 났다고 전했다. 세메니크와 비슷한 캠페인을 하는 다른 인사는 박물관 이사로 있는 러시아 신흥재벌 올리가르히의 부인이 작품의 러시아 '귀속'을 유지하라는 압력을 행사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국제문화 협력부문 특별대표인 미하일 슈비트코이는 이러한 러시아 작품이나 작가의 국적 변경 움직임에 대해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반발했다.
슈비트코이는 이 같은 논란이 문학작품으로도 퍼질 수 있다면서 러시아 시인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아프리카 조상이나 미하일 레르몬토프의 스코틀랜드 조상이 거론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주요 미술관에서 큐레이터를 역임한 찰스 스터키는 "미술관은 작품의 타이틀을 항상 조사에 근거해 바꾼다"면서 "타이밍이 의심스럽다. 그들은 정말 이 특정한 때에 이걸 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드가의 작품 제목이 변경된 것과 관련해서도 해당 전문가들의 충분한 자문을 받았는지 의문을 표했다.
sungj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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