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정찰풍선…미중갈등 격화에 아시아계 혐오범죄 불안"

입력 2023-03-27 17:08  

"틱톡·정찰풍선…미중갈등 격화에 아시아계 혐오범죄 불안"
CNN, 아시아계 불안 조명…"아시아계 혐오, 팬데믹 때보다 심해"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정찰풍선과 틱톡 등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갈등이 심화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후 혐오범죄로 홍역을 앓았던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불안이 다시 커지고 있다고 CNN 방송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방송은 펜실베이니아주에 사는 한국계 미국인 엘런 민 씨가 지난달 중국 정찰풍선 격추 후 자신이나 가족이 아시아계 혐오범죄 표적이 될까 봐 늘 하던 일상적 행동들을 중단했다는 사연을 전했다.
민 씨는 더는 식료품 가게에 가지 않고 술집이나 친구들과의 외식도 피하고 있으며 축제나 지역사회 행사에도 가지 않는다. 아이들을 성 패트릭 데이 퍼레이드에도 데리고 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급증했던 아시아계 혐오가 더 악화했다며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중국이 미국 경제와 국가안보에 가하는 위협에 대한 공포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반(反) 중국적 표현들은 이번 주 하원 특별위원회가 중국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의 추 쇼우즈 최고경영자(CEO)를 청문회에 세우고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를 통한 중국과의 관계를 5시간 이상 추궁하면서 다시 급증했다.
청문회에서 의원들이 싱가포르 화교 출신인 추 CEO가 중국 정부를 위해 일한다고 비난하며 그를 중국 공산당과 연설시키려 하자 틱톡 경영진인 버네사 파파스는 "청문회가 외국인 혐오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추 CEO는 자신이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과 하버드 경영대학원 출신임을 밝히며 중국과 틱톡의 거리를 벌리려 애썼으나, 의원들은 틱톡을 '중국 공산당의 무기' 또는 '미국인 주머니 속 스파이'라며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톰 코튼 상원의원(공화)은 청문회 후 틱톡에 대한 추 CEO의 옹호는 경멸할 가치조차 없다며 그를 즉각 추방하고 다시 입국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바이트댄스가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불신할 만한 이유가 있다면서도 1950년대 매카시즘을 떠올리게 하는 정치인들의 선동적 표현은 무고한 많은 미국인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 운동가들은 특히 정치인들의 어조가 점점 더 강경해지면서 새로운 차별적 정책이 시행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반아시아계 폭력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첼리스트 요요마 등 저명한 중국계 인사 단체인 '100인 위원회'의 정위 황 회장은 정부의 행동과 언어를 보면 우리가 중국계이거나 중국과 문화적 관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충성심이 없다거나 스파이일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며 "우리는 국가 안보의 골칫거리가 아니라 국가안보의 자산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아시아계 시민들과 시민단체, 의회 의원들은 글로벌 강대국으로서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이 심화할수록 앨런 민 씨 같은 수천만 미국인이 아시아계 외모 때문에 팬데믹 기간 경험한 것보다 더 심한 의심과 적대감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런 우려는 최근 수년간 미국 정부와 정치권에서 중국을 미국에 대한 최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중국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인권 운동가들은 특히 정찰풍선 사태와 틱톡 논란이 가열되고 정치인들이 중국에 대한 날 선 비난을 거침없이 쏟아내면서 외국인 혐오라는 보이지 않는 감정이 지정학이라는 그럴듯한 겉모습 아래 숨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정치인들은 정치권의 반중국 정서에 대해 중국 정부와의 문제이지 중국인이나 아시아계 미국인과의 문제가 아니라고 밝히고 있으나 아시아계 미국인 지도자들은 그런 주장이 중국 관련 토론에서 너무 소홀하게 취급된다고 말했다.
아시아계 여성 6명이 숨진 2021년 애틀랜타 스파 총격사건 희생자 추모단체 '올웨이즈 위트 어스'의 전국 코디네이터인 찰스 정 변호사는 "공화당과 민주당 정치인들에게 직접 구체적으로 말한다"며 "단어 사용에 주의해달라. 여러분이 사용하는 단어가 길거리에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신체에 실제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중국계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충성심에 대해 공격받은 주디 추 하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은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반아시아계 외국인 혐오가 증가했고 우리 지역사회에도 실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계인 영 김(공화·캘리포니아) 하원의원도 "반아시아계 혐오범죄가 팬데믹 이후 증가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아시아계 미국인도 미국인이고 모든 미국인은 존중받을 자격이 있으며 모든 미국인을 존중하면서도 중국공산당의 위협을 경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펜실베이니아에서 자라는 동안 집에 계란이나 토마토가 날아드는 등 인종차별 폭력을 자주 경험했다는 엘런 민 씨는 "부모님이 모두 한국으로 귀국했다"며 "가족이 가까이 있기를 바라는 만큼 부모님이 한국에서 더 안전할 거라고 말하는 건 슬픈 현실"이라고 말했다.
scite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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