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바다'로 뛰어드는 이민자들…튀니지 영안실은 포화

입력 2023-03-31 16:28  

'죽음의 바다'로 뛰어드는 이민자들…튀니지 영안실은 포화
튀니지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음모론 이후 이주민 적대 분위기 고조
불안해진 사하라 이남 출신 이민자들 위험한 항해 늘어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깊어진 경제난 속에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출발한 유럽행 불법 이민선 사고가 잇따르면서 지중해 해변 도시의 시체 안치소가 밀려드는 시신들을 처리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31일(현지시간) 튀니지 국영 뉴스 통신사인 튀니지아프리카프레스(TAP) 등에 따르면 튀니지 동부 항구도시 스팍스 병원의 시체안치소에는 최근 수용 한도를 넘어서는 수의 시신들이 밀려들고 있다.
인근 해상에서 불법 이민선 사고와 이로 인한 희생자 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하템 셰리프 스팍스시 보건 국장은 "하비브 부르기바 대학병원 영안실에는 불법 이민선 사고 희생자 시신 42구가 안치되어 있다. 이는 영안실 수용 한도인 35구보다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주에만 70구의 시신이 들어왔다"면서 여름이 다가오면 이민선 사고는 더 늘어나고 시신 부패도 빨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이후 선박 사고로 사망해 스팍스시 공동묘지에 묻힌 아프리카 이주민만 800명이 넘는다.
스팍스시 당국은 기존 시체안치소 시설 확장 또는 추가 시체안치소 건립안을 검토하는 한편, 유엔 국제이주기구(IOM)에 냉장 시설을 갖춘 시신 수송용 차량과 보관 시설 지원을 요청했다.
튀니지는 최근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가려는 아프리카 이민자들의 주요 출발지가 됐다.
유엔에 따르면 올해 튀니지를 떠나 이탈리아 해안에 도착한 이민자는 최소 1만2천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천300여명)보다 10배 가까이 늘었다.
아프리카 이민자들의 또 다른 유럽행 출발지였던 리비아가 이민자 단속을 강화하면서 튀니지에는 사하라 사막 이남 국가에서 온 이민자들이 더 몰리게 됐다.
이런 가운데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음모론 제기 이후 유럽행을 희망하며 튀니지에 체류해온 이민자들의 불안감은 한층 커졌다.
사이에드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국가안보회의에서 "사하라 이남 국가에서 튀니지로 불법 입국하는 것은 튀니지 인구 구성을 바꾸려는 목적의 범죄 행위"라며 말했다.


이후 튀니지 주민들 사이에 이민자를 적대하는 분위기가 고조되자,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불법 이민선을 타고 유럽행을 감행하는 이민자들이 크게 늘었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 섬에 하루 동안 2천명이 넘는 아프리카 중동 이주민이 상륙한 적도 있다.
지중해를 무사히 건너지 못한 채 선박 사고로 바다에서 목숨을 잃는 사례도 급증했다. 지난 26일에는 튀니지 인근 해상에서 이민선 3척이 침몰해 최소 29명이 숨졌다.
사고 선박 탑승자들은 대부분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 출신이었다.
불안감에 사로잡힌 이민자들은 국제사회에 도움을 청하고 있다.
튀니지 수도 튀니스의 유엔난민기구(UNHCR) 사무소 앞 시위에 참여한 수단 출신 이민자 바시르 유세프 알라치드는 AP 통신에 "튀니지에 5년이나 있었지만 망명이 허용돼 튀니지를 떠나는 걸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튀니지에서 우리는 보호받지 못한다. 우리가 여기에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 튀니지 정부 등이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서 온 흑인들의 인권을 침해한다"며 :안전한 다른 나라로 피신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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