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프랑스, 이주민 문제 또 충돌…伊부총리 파리방문 취소

입력 2023-05-05 00:00  

이탈리아-프랑스, 이주민 문제 또 충돌…伊부총리 파리방문 취소
프랑스 내무장관 발언, 양국 관계 개선 흐름에 찬물
타야니 부총리 "이탈리아에 대한 모욕…용납할 수 없어"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풀리는 듯했던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외교적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프랑스 내무장관이 이탈리아를 모욕했다며 예정된 파리 방문을 전격 취소했다.
앞서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은 이날 자국의 RMC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주민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멜로니 총리는 위기를 끝낼 수 있다고 유권자들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비난했다.
다르마냉 장관은 멜로니 총리를 자국의 극우 성향 정치가인 마린 르펜에게 견주며 "극우에는 악습이 있다. 바로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르마냉 장관의 도발적인 발언은 타야니 부총리가 이날 오후 프랑스 파리 방문을 앞두고 있던 상황에서 나왔다.
타야니 부총리는 프랑스의 카트린 콜로나 외교부 장관을 만나 점점 더 멀어지는 두 국가 간의 관계 개선을 모색할 예정이었다.
프랑스 정부는 신속히 해명 성명을 내고 이주민 문제와 관련해 이탈리아 정부와 긴밀히 협력할 의지가 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찬물이 끼얹어진 뒤였다.
타야니 부총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콜로나 외교부 장관과의 예정된 만남을 위해 파리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르마냉 장관의 발언은 우리 정부와 이탈리아에 대한 모욕으로 용납할 수 없다"며 "이것은 유럽이 공통으로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정신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멜로니 총리는 집권 전부터 반이민, 반난민 정책을 내세웠지만 그의 재임 기간에 이주민 입국자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이탈리아에 도착한 이주민은 4만2천4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만1천220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최근 몇 년간 이주민 문제로 여러 차례 충돌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11월에는 난민 구조선 책임을 놓고 가시 돋친 설전을 벌였다.
이탈리아 정부가 230여명을 태운 난민 구조선의 입항을 허용하지 않자 프랑스 정부는 이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당시에도 전면에 나선 것은 다르마냉 내무장관이었다. 그는 이탈리아 정부를 향해 "부끄러운 일", "이기적"이라며 맹비난했다.
프랑스는 보복 조치로 이탈리아에서 이주민 3천500명을 받기로 한 계획을 중단했다.
그러자 멜로니 총리는 프랑스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고 정당하지도 않다"고 반박하는 등 양국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걸었다.
지난 2월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서유럽 순방과 관련해 멜로니 총리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분통을 터뜨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월 8일 영국 방문을 시작으로 당일 오후 늦게 파리로 건너가 마크롱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만찬 회동을 했다.
이와 관련해 주요 외신에선 원래 런던에서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열리는 벨기에 브뤼셀로 곧장 이동하려던 젤렌스키 대통령이 프랑스 정부의 간곡한 설득에 파리로 방향을 틀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멜로니 총리는 "프랑스와 독일만 주목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프랑스 대통령과 독일 총리가 젤렌스키 대통령과 3국 정상 만찬을 하는 자리에 이탈리아를 초청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후 멜로니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3월 브뤼셀에서 양자 회담을 하며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는 듯 보였으나 이번 일로 인해 양국 관계는 또다시 냉각될 것으로 우려된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