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대출·공급' 전방위 규제완화…경착륙 위기는 피했다

입력 2023-05-07 09:01   수정 2023-05-08 09:14

'세제·대출·공급' 전방위 규제완화…경착륙 위기는 피했다
文정부 도입 부동산규제 대부분 사라져
깡통전세·미분양 해결 과제…"공급 부족 또 온다"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제시한 '국민께 드리는 20개 약속'의 두 번째 항목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부동산 정책을 바로잡겠습니다'였다.
'바로잡겠다'는 표현으로 강조했듯 정부는 지난 1년간 대출·세금·재건축·규제지역·분양·청약 등 부동산 전 분야에 걸친 규제를 풀었고,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 때 도입된 규제 대부분이 사라졌다.
특히 연초 단행한 전방위적 규제 완화로 경착륙 위기를 피했지만,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봄을 맞지 못한 모습이다.

◇ 출범 첫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로 시작
윤석열 정부가 출범 후 가장 먼저 단행한 건 세제 완화다.
출범 첫날부터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1년간 한시 배제했다. 이후 유예 조치를 내년 5월까지 1년 연장했다.
또 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주택분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에서 60%로 인하하고, 일시적 2주택 등 주택 수 제외 특례를 신설해 세 부담을 낮췄다. 이에 따라 지난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결정세액은 당초 추산치였던 약 9조원에서 4조1천억원으로 줄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 낮춰 올해는 1가구 1주택은 물론 다주택자 보유세 부담까지 2020년 이전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 규제도 점차 풀었다.
생애최초 주택구매 가구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완화해 집값의 80%·최대 6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한 데 이어 무주택자 LTV 규제를 규제지역·주택가격에 관계없이 50%로 일원화했다.
규제지역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했고, 아파트 중도금 대출이 제한되는 기준선은 분양가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로 6년 만에 상향 조정했다.
시장금리가 빠르게 오르자 주택 구입이나 '대출 갈아타기'가 필요한 실수요자가 소득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특례보금자리론을 내놓았다.



◇ 270만호 공급 로드맵·각종 재건축 규제 완화
공급 물량 확대와 함께 재건축 활성화에도 나섰다.
8·16 대책을 통해 5년간 27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첫 주택공급 로드맵을 내놨는데, 이는 공약보다 20만호 늘어난 물량이다.
재건축 사업의 걸림돌로 꼽혔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개편안도 내놓았다.
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면제 기준을 초과이익 3천만원 이하에서 1억원 이하로 높이고, 부담금을 매기는 초과이익 기준 구간도 2천만원 단위에서 7천만원 단위로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재건축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 문턱은 크게 낮췄다.
구조안전성 점수 비중을 전체의 50%에서 30%로 줄이면서 주차 공간 부족, 층간소음 등으로 주거환경이 나쁘거나 배관 설비가 낡은 아파트의 재건축 가능성이 커졌다.
부동산 시장 경착륙 우려가 커진 올 초엔 대출·실거주·전매제한·청약 규제까지 확 푸는 전방위적 규제 완화를 단행했다.
앞서 정부는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은 세 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풀었는데, 1·3 대책을 통해 서울 강남 3구·용산만 제외하고 모두 해제했다.
수도권 아파트를 분양받을 경우 최장 5년간 거주해야 하는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고, 전매제한을 수도권은 최대 10년에서 3년, 지방은 최대 4년에서 1년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무주택자만 가능했던 미계약 물량에 대한 무순위 청약, 이른바 '줍줍'을 주택 소유자도 할 수 있도록 되돌렸다.



◇ "1·3 대책으로 연착륙 기여…입법 지연에 효과 반감"
금리 인상 기조가 멈추지 않았기에 효과는 제한적이지만 1·3 대책 이후 거래절벽이 점차 해소되고 서울 등 주요 지역 아파트값 하락 폭도 둔화하는 모습이다.
윤석열 정부의 남은 임기 기간 중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그간 발표한 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입법 완료가 꼽힌다.
정부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개편을 발표한 지 8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관련 법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한 전매제한이 지난달부터 완화됐는데, 패키지 격인 실거주 의무 폐지를 위한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돼 있다.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제도 완화, 분양·입주권 단기 양도세율 하향, 아파트 매입임대사업 허용 등도 국회 입법이 필요한 사안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미국발 '고금리 태풍'으로 경착륙 위기에 놓인 주택시장을 적절한 시장 개입으로 연착륙에 이르도록 한 것은 시기적절했다"면서도 "정책 신뢰도를 제고하는 차원에서 기존에 발표한 정책을 조기에 입법화하는 것이 향후 정부의 가장 큰 과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완이 필요한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안정적 주택 공급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금리 인상과 자잿값 상승으로 인한 최근 분양·착공 물량 급감이 2∼3년 후 공급 부족 현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공급은 정권 교체, 시장의 부침과 관계 없이 지속돼야 부동산값이 롤러코스터를 타지 않는다"며 "270만호 공급 로드맵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 정부가 중간 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특히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 공급 관련 규제 완화를 통한 재건축 활성화와 3기 신도시 개발로 수급 안정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며 "2기 신도시에 비해 3기 신도시 물량은 절대적으로 적다"고 했다.
특별법 제정까지 추진하게 된 전세사기·깡통전세 대란과 8만호 가까이 쌓인 미분양 문제도 정부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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