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600년전 봉분 발굴 그만"…우크라 민족주의자들 역사 논쟁

입력 2023-05-09 17:24  

"4천600년전 봉분 발굴 그만"…우크라 민족주의자들 역사 논쟁
"우크라 정체성 파괴" 주장…발굴팀 "고고학 전문가로서 업무 중"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우크라이나 드니프로 북쪽 지역에서 봉분을 발굴하는 고고학자들이 러시아 침공 이후 갈수록 목소리를 높이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활동가들과 역사 논쟁에 휩싸여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발굴팀은 지난주 초원 지대에서 약 4천600년 전에 살았던 유목민 집단의 일원으로 추정되는 10대 남성의 유골을 찾아냈다.
당시는 우크라이나나 러시아가 이 지역에서 정치적인 존재로 부상하기 훨씬 전이었다.
그러나 자칭 '언덕의 수호자들'인 민족주의자 활동가 집단은 해당 봉분에서 발굴되는 유골의 주인공이 고대 스키타이족 또는 중세의 코사크 사람들로, 우크라이나의 정체성을 형성한다며 발굴 중단을 주장하고 있다.
이 집단은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군대가 전쟁을 치르는 동안에도 야만인들에 의해 스키타이의 봉분이 파괴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봉분이 있는 언덕은 유명한 코사크 장군의 마지막 안식처가 마련된 곳이기도 하다며 봉분 발굴팀이 우크라이나의 역사를 파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고고학자들은 코사크의 장군 무덤은 완전히 다른 장소라며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발굴팀을 이끄는 고고학자 드미트로 테슬린코는 민족주의자 활동가들에 대해 "그들은 신화를 만들려 한다"며 "그들은 우리가 전문가이고 우리가 찾아내 보존하는 모든 것이 우크라이나의 역사에 대한 지식을 더한다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부정적인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문제의 발굴 현장은 드니프로강 제방 주변이다. 발굴이 끝나면 대형 호텔 건물개발이 추진될 예정이다.
발굴 현장 주변 광대한 언덕에는 스키타이와 고대 유목민 집단을 포함해 초기 청동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고고학 기준 6개 시대의 봉분이 층층이 쌓여있다.
이 지역의 고대 봉분은 후대 유력자들에 의해 종종 재사용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봉분 발굴 과정에서도 수m를 파 내려가는 과정에서 2차 대전 때 소련군 진지에서 사용한 소총의 잔재들까지 나오기도 했다.
더타임스는 스키타이의 금을 비롯해 수많은 보물을 발굴한 고고학자들의 발굴작업이 러시아 침공 이후에는 심각한 논란거리가 돼버렸다고 전했다.
ev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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