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쪼그라든 러 전승절 열병식…"우크라전 탓 병력·장비 소진"(종합)

입력 2023-05-10 15:20   수정 2023-05-10 15:40

확 쪼그라든 러 전승절 열병식…"우크라전 탓 병력·장비 소진"(종합)
2008년 이래 최소 규모, 주력 사단·전차 대거 불참…'불멸의 연대'도 취소
"초라한 열병식, 국민 여론 의식한 의도적 전략일수도"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이도연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군세를 과시하려던 전승절 열병식이 예년에 비해 현격히 초라한 수준으로 끝났다고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매체 아겐트스트보에 따르면 이날 모스크바의 붉은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는 병력 8천명이 참가해 2008년 이후 최소 규모를 기록했다.
2020년 1만4천명 규모였던 열병식 병력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감행한 지난해 1만1천명으로 줄어든 바 있다.
뉴스위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에서 병력과 장비 손실을 크게 입은 가운데 대두된 안보 불안이 전국 각지의 전승절 행사 취소·축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메인 이벤트'라 할 수 있는 모스크바 열병식은 확 줄어든 모양새다. 제4근위전차사단과 제2근위차량화소총사단, 제27분리근위차량화소총여단, 제45분리공병여단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아겐트스트보는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밝혔다.
아겐트스트보는 "전승절 열병식에 나온 장비가 지난번보다 줄었다"면서도 티그르 전술차량, 우랄 장갑차, 카마즈(KamAZ) 트럭, 이스칸데르 미사일, S-400 방공미사일,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부메랑 장갑차 등은 등장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주력 전차 행렬은 더 축소됐다.
작년 열병식에선 T-72 10대와 신형 전차인 아르마타 3대와 T-90 7대가 모습을 드러냈지만, 올해는 소련제 골동품 수준인 T-34 1대만 붉은광장에 나왔다.
BTR-MDM, BMD-4M 같은 병력수송장갑차(APC)뿐만 아니라 BMP-3나 BMP-2 같은 보병전투장갑차들도 올해는 빠졌다.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 '모젬 오비야스니티'는 "현대식 전차와 보병전투차(IFV), 항공기 없이 진행된 사상 최소 규모의 열병식 중 하나였다"며 "이번 전승절 열병식은 우크라이나전 두 해째를 맞은 러시아군의 (병력·장비) 소진 상태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채널은 이어 "행진 병력은 주로 병사가 아니라 주로 사관후보생이나 군사대학 학생으로 구성됐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국방부는 예년과 달리 열병식 행진 구성에 관한 어떤 정보도 배포하지 않았다.
전승절 열병식에는 아르메니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러시아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 중인 옛 소련 국가의 정상들만 참석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전선에서 쓸 탄약이 부족하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해온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우리가 무엇을 축하하고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러시아는 이번 열병식 규모가 지난 3일 우크라이나가 드론으로 크렘린궁 대통령 관저에 대한 공격을 시도한 이후 보안상의 이유로 취소됐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서방 분석가들은 이 같은 주장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입은 인적·물질적 손실을 숨기기 위한 것이라고 관측했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전승절 연설을 통해 "우리의 조국을 상대로 한 진짜 전쟁이 자행되고 있다"며 서방을 '나치즘'으로, 우크라이나를 서방 국가들에 휘둘리는 나라로 각각 묘사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 같은 푸틴 대통령의 수사를 "자기기만"이라며 "많은 러시아인 사이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는 있지만 이들은 왜 올해 전승절 열병식이 그렇게 초라해 보였는지 궁금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 힐에 따르면 초라한 이번 전승절 열병식이 러시아의 의도적인 전략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서 동유럽을 연구하는 류드밀라 이수린 교수는 "(러시아 국민이) 자신들의 아들이 죽어가는 와중에 대규모 군사 기념식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가 전쟁 중일 때 웅장한 축하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러시아인의 사고방식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승절 열병식이 축소된 것과 함께 러시아인들이 2차대전에서 목숨을 잃은 가족의 사진을 들고 행진하는 '불멸의 연대'(Immortal Regiment) 행사도 취소됐다.
이에 대해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정치과학을 가르치는 예카테리나 로코먼은 이 행사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족을 잃어 슬픔에 빠진 사람들이 이들의 사진을 보여주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xi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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