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서 숨진 60대, DNA 쫓으니 부모 살해 후 탈옥한 미국인

입력 2023-05-15 17:13  

호주서 숨진 60대, DNA 쫓으니 부모 살해 후 탈옥한 미국인
탈옥범 형제 찾아 DNA 등록 후 2년 기다린 끝에 신원 확인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호주에서 단란한 가정의 가장으로 살다 60대 중반에 숨진 한 남성이 반세기 전 미국에서 부모를 살해하고 탈옥한 남성이라는 사실이 DNA 추적으로 드러났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네브래스카주에 살던 윌리엄 레슬리 아널드는 16세이던 1958년 여자친구와 데이트하러 가려는데 차를 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모를 살해하고 집 뒷마당에 묻었다.
2주 뒤 체포된 그는 살인을 자백했고, 이듬해 법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그는 수감 생활 8년 만인 1967년 동료 수감자와 탈옥을 감행해 성공했다.
이후 그는 제2의 인생을 살았다.
미국 연방보안관실(USMS)은 최근 그가 윌리엄 아널드가 아닌 존 빈센트 데이먼이라는 가명으로 호주에서 살다가 2010년 67세의 나이로 현지에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아널드는 탈옥 후 3개월 만에 결혼해 아버지가 됐다. 이후 마이애미와 캘리포니아 등지로 이주한 뒤 이혼했고, 1978년 뉴질랜드로 건너갔다가 호주에 최종 정착해 세일즈맨으로 살았다.
장기 미제로 남아있던 이 사건은 2020년 네브래스카주 매슈 웨스트오버 보안관 손에 넘어가면서 실마리를 찾게 됐다.
"사건을 맡은 첫날부터 (사건에) 푹 빠졌다"는 웨스트오버는 5시간을 운전해 아널드의 남동생 제임스 아널드를 만나 그에게서 DNA 샘플을 받아 여러 DNA 추적 기관에 등록했다.
그로부터 2년 뒤, 웨스트오버는 유전자 일치 알람 통보와 함께 시카고에 사는 한 남성으로부터 자신의 생물학적 아버지를 찾고 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신원을 밝히길 거부한 이 남성은 수사관들에게 아버지 이름은 존 데이먼으로 알고 있으며, 아버지가 자신은 고아라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 남성은 아버지가 실제 누구이며, 왜 감옥에 갇혔는지 물었다. 웨스트오버는 "부모를 죽였기 때문에 고아라고 말한 것"이라고 사실대로 대답했다.
아널드의 아들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DNA 검사 키트에는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 문구는 없다"며 "하지만 나는 검사한 것을 후회하지 않고, 아버지에 대한 진실을 알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미국의 DNA 기술 회사인 '파라본 나노랩스'의 유전학 계보학자 씨시 무어는 가디언에 "아널드의 남동생이 기꺼이 자기 DNA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고 법 집행 기관의 접근을 허용했기에 이번 사건 해결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세계 주요 상업용 DNA 데이터베이스 업체들이 법 집행 기관의 범죄 관련 DNA 등록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어는 "상업용 DNA 데이터베이스 업체들이 서비스 제한을 완화하면 실종자 추적이 더 쉬워지고, 많은 미제 사건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s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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