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폭피해자협회 "통한의 세월…핵 없는 세상 희망"

입력 2023-05-18 18:10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통한의 세월…핵 없는 세상 희망"
G7 정상회의 개막 앞두고 히로시마서 기자회견
"바이든도 한국인 원폭피해자위령비 참배해달라"
울먹이며 "피폭자 2, 3세의 아픔도 기억해달라"


(히로시마=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한국원폭피해자협회는 18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일본 히로시마에서 "핵 없는 세상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정원술(80)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회장은 이날 오후 히로시마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원자폭탄 피해로 통한의 세월을 보냈다"며 이같이 말했다.
G7 정상회의 개막 하루 전에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 협회의 정 회장과 심진태(80) 합천지부장, 류병문(79) 부산지부장 등 14명의 회원이 참석했다.
정 회장과 두 지부장은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됐을 때 만 1∼2세로 원폭 피해자 1세대다.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일본을 방문한 이들은 "한국원폭피해자협회는 핵무기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언급하면서 "전쟁은 중단돼야 하고 핵은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핵은 인류 평화를 위해 사용해달라"고 호소했다.
심 지부장도 "핵무기는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한다"면서 핵확산금지조약(NPT)이 미국과 러시아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P5)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NPT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협회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는 21일 히로시마 평화공원 내 있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를 방문해 함께 참배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다만, 고령의 협회 회원들이 위령비를 참배하지 못하게 된 것에 아쉬움을 표명했다.

심 지부장은 "한국에서 술을 준비해왔다. 참배하려고 생각했는데, 참배조차 못 하는 것이 너무나 아쉽다"며 "원폭 위령비에 참배라도 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일본 정부가 G7·초대국 정상이 방문하는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이날 오후부터 정상회의가 끝나는 21일까지 출입을 제한해 협회 회원들이 참배할 수 없게 됐다.
심 지부장은 G7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원폭 투하에 대해 사과하고 한국인 피해자 위령비를 함께 참배해줬으면 좋겠다는 뜻도 밝혔다.
협회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 대해 한국 내 관심이 적은 데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명했다.
심 지부장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는 10만명, 생존자는 5만명"이라며 "대통령이 (한국에서 열리는) 우리 위령제에 참석해주기를 바란다. 원폭 투하 78년이 지났지만, 한국에는 위령비조차 없다"고 탄식했다.
류 지부장은 자신의 삼촌도 일제 강제징용으로 히로시마에 왔다가 원폭 투하로 별세했지만, 시신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핍박을 많이 받았다"며 강제징용과 원폭 피해, 귀국 후 핍박이라는 '3중 피해'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같은 불행한 사람이 절대 없어야 한다"며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원폭 피해 여성은 울먹이면서 "피폭 피해자 2, 3세의 아픔도 기억해달라"고 호소했다.
hoj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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