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파독광부 터전 에센, 유럽 수소경제전환 엔진으로

입력 2023-05-28 06:30  

[르포] 파독광부 터전 에센, 유럽 수소경제전환 엔진으로
한때 탄광산업 중심…대중교통 수소차량 중심으로, 가스는 수소보급망으로 교체
"석탄·철강 시대 끝났다…유럽의 신재생 에너지 수도로 자리매김"

(에센[독일]=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독일 루르지방 탄광에서 한국 광부들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상상을 못 할 것입니다. 한국 광부들은 아직도 에센에 많이 살고 있고, 탄광이 문을 닫을 때는 특별히 이곳에서 초청행사를 하고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죠."


지난 23일(현지시간) 오후 한때 세계 최대 석탄 광산이었던 독일 서부 에센 촐페어아인(관세동맹) 코크스 제조소 꼭대기에서 시내를 내려다보던 세계문화유산 해설사는 이같이 말했다.
200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탄광에서는 1847년부터 1986년까지 1천m 아래 갱도에서 8천명의 광부들이 2억4천만t의 석탄을 채굴했다.
독일 루르 지방 한가운데 위치한 에센은 60년 전 파독 광부들이 처음 터전을 잡은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1963년 12월 247명을 시작으로 1977년까지 7천936명의 광부가 독일로 파견돼 유럽 최대 광산 도시였던 에센 등지 주변 탄광 막장에서 고된 노동을 했다.


촐페어아인 탄광은 이후 1986년 12월 23일 에센 주변 지역의 290개 탄광 중 가장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이후 10년간의 재개발과 수리 기간을 거쳐 한해 150만명이 방문하는 산업유산으로 자리매김했다.
1950년대 당시 정점에만 해도 현재 전체 인구와 비슷한 60만명이 광업에 종사했던 에센이었지만, 지금은 취업자의 85%가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 잿빛 광산 도시의 흔적이 남아있을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에센의 전체 면적 중 43%는 녹지여서 촐페어아인에서 시내를 내려다보니 초록빛이 가득했다.
석탄 때문에 에센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기업 생태계는 현재 수소를 필두로 한 재생에너지 생태계로 빠르게 탈바꿈하고 있다.


독일 4대 에너지기업 중 유럽 최대 에너지 공급망 회사 에온(E.ON)과 석탄·원자력에서 빠르게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전환하고 있는 RWE 등 2곳이 에센에 본사를 두고 있다. 에센에 본사를 둔 에너지기업들은 250곳이나 된다.
에온은 160만km의 전력 보급망을 관장하는 유럽 최대 전력 보급망 회사로 에센을 중심으로 독일 내 전력 보급망 70만km를 통해 전체 송배전의 40%를 책임지고 있다. 유럽 내 4천800만 소매 고객과 산업단지 3만2천곳에 에너지 설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일환으로 50여개 수소 관련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에온의 수소 관련 사업을 관장하는 자회사인 에온 수소 카르스텐 보르허스 대표는 "수소가 에너지원으로 활용될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보여 이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특히 교통부문에서는 수소 트럭을 필두로 수소의 연료투입이 수년 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에센은 올해부터 시작해 대중교통체계 내 버스를 수소 버스로 교체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쓰레기차도 수소차로 교체를 앞두고 있다.
역시 에센에 본사를 두고, 독일 아우토반과 같은 1만2천km 규모의 가스 보급망을 통해 독일 가스 사용량의 3분의 2를 보급하고 있는 독일 최대 가스 보급망 회사 오픈그리드유럽(OGE)은 수소 보급망으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외르크 베르크만 OGE 최고경영자(CEO)는 연합뉴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2032년까지 120억 유로(약 17조원)를 들여 가스 보급망의 일부를 수소 보급망으로 전환하고, 일부는 신설하는 형태로 해서 수소 보급망을 신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베르크만 CEO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스 공급처를 러시아에서 노르웨이,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로 바꿨고, 독일이 처음으로 북해 연안에 완공한 LNG 터미널과 연결보급망도 신축했다며 지난해 위기에 대응하느라 소홀히 했던 수소 보급망으로 전환에 올해는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대기업들 외에 에센에는 유럽 첫 수소 스타트업 허브가 자리 잡고 있고, 전 세계 27개국에서 800개 기업이 참여하는 에너지 박람회가 23~25일 열리는 등 유럽의 수소경제 전환에 있어 엔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안드레 보쉠 EWG(에센 경제지원협회) 대표는 "에센에서 석탄과 철강의 시대는 끝난 지 오래"라면서 "에센은 에너지 발전과 송전 배전과 관련한 가치사슬이 자체적으로 완성되는 곳으로 이제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에 있어서도 유럽의 수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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