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참전 벨기에군 첫 전사자 70년만에 고향서 영면에 들다

입력 2023-05-28 06:00  

한국전쟁 참전 벨기에군 첫 전사자 70년만에 고향서 영면에 들다
벨기에 레더市 주관 고 프란스 로티르스 '영구 추모패' 제막식…수백명 참석
22번째 생일 앞두고 중공군 기습공격에 사망…직계가족 없어 유해·묘지 '실종'


(레더[벨기에]=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해도 묘지도 '실종'됐던 벨기에군의 한국전쟁 첫 전사자가 70년 만에 고향에서 영면에 들었다.
벨기에 북서쪽 지방자치단체인 레더 시(市)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벨기에 한국전 참전협회와 공동으로 벨기에군 소속 첫 전사자이자 이 지역 출신인 고(故) 프란스 로티르스의 추모패 제막식을 거행했다.
1929년 3월 28일에 레더에서 태어난 로티르스는 벨기에군에서 의무복무를 마친 이후인 1951년 1월 한국전쟁 파병에 자원했다.
그러나 한국 땅을 밟은 지 두 달 만인 같은 해 3월 24일 경기도 의정부에서 중공군의 심야 기습 공격을 받아 전선에서 사망했다. 22번째 생일 나흘 전이기도 하다.
그는 '블루 헬멧'(파란 전투모)을 쓰고 유엔군 소속으로 참전한 벨기에 보병대대의 첫 번째 전사자로 기록됐다.
로티르스의 유해는 이듬해인 1952년 본국으로 송환돼 처음엔 시청 소유 공동묘지에 안장됐다.

문제는 그 이후다.
벨기에에는 공동묘지에 안장된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공간 협소 등의 문제로 유해를 파묘하는 관행이 있다고 한다.
이 경우 보통은 유가족들이 직접 새로운 장지를 찾는 등 이장 절차를 챙기지만, 전사 당시 결혼하지 않아 배우자나 자녀가 없던 로티르스의 묘지와 추모비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당시 참전용사의 유해를 추적·관리할 만한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았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잊힌 전쟁'으로 불리는 한국전쟁 희생자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감대를 얻으면서 시청이 직접 나선 것이다.

추모패는 로티르스의 유해가 처음 안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공동묘지 담벼락에 설치됐다.
언제고 또 제거될지 모르는 추모비 대신 추모패를 아예 영구적으로 설치해 그의 헌신을 잊지 않겠다는 취지다.
행사에는 헤이르트라위 판더펠더 레더 시장과 마르크 티스 벨기에 국방 부총장(중장) 등 벨기에군 고위 당국자들을 비롯해 생존 참전용사와 후손들이 참석했다.
주벨기에유럽연합 한국대사관의 김학재 공사, 박성호 무관(대령) 등이 한국 정부를 대표해 참석했다.
김 공사는 참전용사들뿐만 아니라 최근 한국 정부가 훈장을 수여한 '벨기에인 소록도 의사' 사연을 소개하면서 "이런 벨기에인 개개인의 헌신이 없었다면 한국은 오늘날과 같은 위치로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사의를 표했다.
이어 "로티르스 선생의 추모패는 모든 벨기에 참전용사와 양국 협력 및 외교관계의 굳건한 토대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벨기에는 한국전쟁 발발 당시 자원병의 해외 파병에 관한 법률까지 새로 제정해 병력을 보낸 나라다.
2차 대전 직후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던 탓에 일자리가 없거나 가난한 가정 출신 청년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당시 통합부대로 편성된 벨기에·룩셈부르크 대대가 강원 '철의 삼각지대' 내 김화 잣골에서 55일 연속 진지를 지키며 적의 남하를 저지하는 등 적지 않은 전공을 세웠다.
연인원 기준 총 3천498명이 참전했으며, 이 가운데 99명이 전사하고 336명이 다쳤다.
4명은 7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유해가 발굴되지 않았다.

shi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