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첫 등정 70주년…모험 끝판왕에서 관광명소로

에베레스트 첫 등정 70주년…모험 끝판왕에서 관광명소로
'8849의 꿈' 베이스캠프 주변에 매년 수만명 왕래
셰르파족에겐 계층사다리 세운 '아낌없이 주는 산'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5월 29일은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해발 8천849m)가 인간에게 정상을 허용한 지 70년이 되는 날이다.
1953년 5월 29일 뉴질랜드 출신 등반가 에드먼드 힐러리와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가 에베레스트산 정상을 처음 밟은 이후 네팔에는 에베레스트 정복을 목표로 하는 '히말라야 원정대'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28일 AFP 통신에 따르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로 가는 8일 일정의 트레킹은 네팔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하이킹 코스 중 하나다.
매년 수만 명의 여행객이 이 코스를 거친다.
힐러리와 노르가이가 지나갔을 때 작은 농업 마을이던 곳은 이제 호텔, 찻집, 산악 장비 가게 등이 밀집한 관광 중심지로 변신했다.
현재 이곳에는 농업이나 야크 목축보다 산악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이 훨씬 더 많다. 3대가 산악에 종사하는 집도 많이 눈에 띈다.
이 일은 위험하지만, 숙련된 가이드는 산악 시즌에 많으면 1만달러를 벌 수 있다. 이는 네팔의 평균 연 소득의 몇 배에 해당하는 큰돈이다.
산을 타지 않더라도 다른 셰르파들과 히말라야 주민들은 식당이나 게스트하우스를 열어 에베레스트 등정과 관련된 돈을 벌어들인다.
셰르파는 히말라야 고산지대에 살아온 소수민족의 이름이지만, 이제는 에베레스트 등 히말라야에 오르려는 등반가에게 길을 안내하고 짐을 들어주거나 장비를 수리해주는 가이드를 일컫는 말로 널리 쓰인다.

셰르파 푸르바 타시는 베이스캠프에서 약 10㎞ 떨어진 마을에서 태어나 아버지와 삼촌들이 산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고, 자신도 21번이나 에베레스트에 오른 베테랑 가이드가 됐다.
그는 "예전에는 탐험가들이 별로 없었지만 지금은 매년 정말 많이 온다"며 "즉 우리의 소득이 높아졌다. 이곳에서 더 나은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된다. 정말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과거 외국 등반 대행사의 보조 역할을 했던 네팔 등반가들은 이제 직접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여행 작가 리사 초기알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네팔은 코로나19, 지진, 내란까지 각종 고초를 겪었지만 등산은 꿋꿋하게 견뎌냈다"고 말했다.
올해는 기록적인 등반가들이 몰려들면서 네팔 정부가 에베레스트 등정 허가 수수료로 500만달러 이상을 벌었다.
매년 5만명의 트레킹 관광객을 맞이하는 쿰부 지역의 자치단체장인 셰르파 밍마 치히리는 에베레스트 첫 등정 이후 마을이 관광지가 된 덕분에 교육과 신식 시설도 도입됐다면서 "산이 주는 선물"이라며 말했다.
힐러리는 이 지역에 최초의 학교 건립을 위한 자금을 지원하고, 직접 목재를 운반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 출신인 셰르파 앙 체링은 "오늘날 젊은 셰르파들이 고등 교육을 받는 것은 등산 덕분"이라고 말했다.
셰르파 텐징 초기알은 "이제 셰르파는 의사도 될 수 있고 기술자나 사업가 등 원한다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말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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