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민족주의 勝·스페인도 우향우…유럽 휩쓰는 우파물결

입력 2023-05-29 17:32   수정 2023-05-29 18:07

튀르키예 민족주의 勝·스페인도 우향우…유럽 휩쓰는 우파물결
스웨덴·이탈리아·핀란드 극우 돌풍 이어 스페인서도 지방선거 우파 승리
튀르키예도 극우 '킹메이커' 지지 업은 에르도안 집권 연장
이민위기·경제둔화에 위기감…"EU, 유권자 좌절 이해 못하면 후과 따를 것"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이탈리아와 스웨덴, 핀란드에 이어 튀르키예, 스페인까지 유럽에서 동서남북 할 것 없이 우파 돌풍이 일고 있다.
스페인에서 우파 연합이 총선의 전초전으로 꼽히는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머쥐었고, 튀르키예 대통령 선거에서도 극우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며 '킹메이커'로 영향력을 과시했다.
이탈리아에서 100년 만에 극우성향 총리가 탄생했고 북유럽의 스웨덴, 핀란드에서 우파가 세를 넓힌 데 이어 유럽의 정치 지형이 지속해서 오른쪽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28일(현지시간) 치러진 스페인 지방선거에서는 제1야당인 중도우파 국민당(PP)과 극우 야당 복스(Vox) 연합이 집권당인 사회노동당(PSOE·사회당)을 꺾고 승리하면서 반년 뒤 총선에서 정권 교체 가능성이 커졌다.
개표가 대부분 마무리된 광역 자치단체 12곳 중 3곳에서만 사회당이 근소한 차이로 신승했으며 나머지 9개 지역은 국민당과 복스 연합이 우위를 점했다.

지난해 이탈리아에 이어 또다른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등 남유럽 재정위기 국가)인 스페인도 오른쪽 깜빡이를 켠 셈이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당에 자리를 내주게 된 사회당의 하비에르 람반 아라곤 주지사는 "스페인 전역을 휩쓴 우파 쓰나미가 우리도 휩쓸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튀르키예에선 지난 14일 치러진 대선 1라운드에서 극우로 꼽히는 시난 오안 승리당 대표가 5% 이상 득표하며 3위에 올라 결선 투표의 사실상 킹메이커로 떠올랐다.
오안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자 에르도안은 '민족주의'를 더욱 앞세운 끝에 28일 결선 투표에서 승리를 거두며 20년 집권을 이어가게 됐다.

유럽의 '우향우'는 이미 새로운 일이 아니다.
지난달 2일 치러진 핀란드 총선에서는 중도우파 국민연합당이 200개 의석 중 최다인 48석을 차지해 46석을 얻은 극우 핀란드인당과 우파 연정 구성을 추진 중이다.
선거기간 집권 사회민주당의 산나 마린 총리는 핀란드인당을 '인종차별적'이라고 공격했으나 그가 이끈 사회민주당은 43석을 얻어 3위에 그쳤다.
같은 날 치러진 불가리아 총선에서도 극우 부흥당이 14.2%의 높은 득표율로 선전했다. 다만, 친서방 개혁 성향 정치 블록과 중도우파 블록이 접전을 벌이면서 명확한 승자가 나오지 않아 정국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스웨덴도 지난해 9월 총선에서 집권 중도좌파연합이 우파연합에 패배했고, 이후 우파연합의 중도당과 기독교사회당, 자유당이 연정을 출범했다.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극우 포퓰리즘 정당 스웨덴민주당은 내각에는 참가하지 않지만 원내 제2당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탈리아에서는 '100년 만의 극우 성향 총리'가 집권 중이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해 총선에서 극우당 이탈리아형제들(FdI)의 승리를 이끌며 베니토 무솔리니의 집권 100년 만에 극우 성향 정부를 재탄생시켰다.
프랑스에서는 마린 르펜의 극우당 국민연합(RN)이 우파 간판 정당으로서 세를 자랑한다. 국민연합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올봄 연금 개혁으로 강한 저항에 부딪힌 사이 지지율을 올리는 반사이익을 누렸다.
헝가리에서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대표적인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인으로 장기 집권하면서 반(反)이민 정책과 언론·사법부에 대한 정부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탈냉전 이후 유럽에서는 민주주의, 다자주의, 인도주의가 전통적 가치로 자리를 잡았고 우익 포퓰리즘이나 민족주의는 군소 세력에 머물렀지만, 사회 분위기가 급변하며 변방의 군소 세력이 주류로 편입된 지 오래다.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정치불안과 빈곤을 피해 유럽으로 이주하는 난민이 급증하고 세계 금융위기와 남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며 살림살이가 팍팍해지자 유럽의 유권자들이 민족주의, 탈세계화, 반(反)엘리트주의에 기울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그에 따른 물가 급등,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기성 정당과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전통적인 다자기구에 대한 대중의 불만과 위기감이 더욱 팽배해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유럽 각국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이탈리아형제들, 스웨덴민주당 등 극우 정당들은 이민 반대, EU와 거리 두기, 기후정책 완화, 반엘리트주의 등을 기치로 내세웠다.
포퓰리즘 전문 연구자인 안토니 콘스탄티니는 지난해 9월 스웨덴 총선 직후 폴리티코에 기고한 글에서 "폴란드 우익 정부 탄생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이뤄진 2015∼2020년 유럽에서 첫 우익 포퓰리즘 물결이 인 데 이어 스웨덴 총선으로 두 번째 물결이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모든 우파나 포퓰리즘의 승리가 가짜뉴스 때문만은 아니며 종종 실제 유권자들의 좌절감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EU가 제2 포퓰리즘 물결이 일어나는 이유를 파악하려 하지 않는다면 제3의 물결은 불가피할 것이고 그로 인한 결과는 예상하기 힘든 정도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cheror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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