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콩 두쪽으로 분열…많은 이들 행복하지 않아"

입력 2023-06-01 07:00  

[인터뷰] "홍콩 두쪽으로 분열…많은 이들 행복하지 않아"
에밀리 라우 홍콩 민주당 국제위원장 "정부, 화합 대신 대립 조장"
"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 집회, 언젠가 재개 희망 놓지 않아"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저는 항상 '절대 아니다'(never)라는 말을 하지 않아요. 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 촛불집회가 비록 4년간 차단됐지만, 앞으로도 절대 못 열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홍콩의 상황이 안정되고 나면 언젠가 다시 열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내년이나 내후년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일흔한살의 민주 활동가는 1일 이렇게 말하며 "상황이 낙관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희망을 놓아서는 안 된다. 게임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홍콩 최대 야당인 민주당의 국제위원회 위원장인 에밀리 라우를 6·4 톈안먼 민주화시위 34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만났다.
언론인을 거쳐 정치인으로 변신해 홍콩 입법회(의회) 7선 의원을 지냈고 민주당의 주석(대표)도 맡았던 그는 홍콩의 변화를 최전선에서 관찰하고 해외에 적극적으로 알린 인물 중 한명이다.
라우 위원장은 "톈안먼 추모 촛불 집회가 금지되기 전까지 매년 빠짐없이 참석했고 집회 주최 측의 기금 모금 활동도 도왔다"며 "올해 추모 집회는 열리지 못하지만 사람들이 톈안먼 시위를 잊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989년 6월 4일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인민해방군을 동원해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과 시민 100만명을 무력으로 진압했고, 수백∼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언급하는 게 금기인 중국에서는 매년 기념일 즈음이면 검열과 경비가 더욱 강화된다.
지난해 6월 3일에는 중국 최고 인기 쇼호스트가 라이브 커머스 도중 대포와 바퀴를 연상시키는 초콜릿 막대와 쿠키를 붙인 이른바 '탱크' 아이스크림을 선보였다가 갑자기 방송이 중단되고 석 달간 사라지는 일도 벌어졌다.
반면 홍콩에서는 시위 이듬해인 1990년부터 매년 6월 4일 빅토리아 파크에서 톈안먼 시위 희생자를 추모하는 대규모 촛불 집회가 열려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상징했다.
그러나 촛불 집회를 30여년간 개최해온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는 당국의 압박 속 2021년 9월 자진 해산했다.
홍콩 정부는 2020년과 2021년에는 촛불 집회를 불허했고, 2022년에는 집회를 신청한 곳이 없음에도 빅토리아 파크를 봉쇄해버렸다.
올해도 촛불 집회를 신청한 단체는 없지만, 일찌감치 한 친중 단체가 오는 3∼5일 쇼핑 축제를 열겠다며 빅토리아 파크 사용 신청을 해놓았다. 촛불 집회가 열리지 못하도록 장소를 선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홍콩 정부 관리들은 오는 4일 촛불을 들거나 검은 옷을 입으면 법에 저촉이 되느냐는 기자들의 질의에 정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존 리 행정장관 등은 "법을 위반하지 말라"는 경고만 했다.
검은 옷은 추모를 나타내는 동시에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대를 상징하기도 한다. 반정부 시위 이후 홍콩에서는 톈안먼 시위 기념일이나 홍콩 주권 반환일 등 특별한 날을 중심으로 검은 옷을 입고 다니는 젊은이들에 대한 경찰의 불심 검문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라우 위원장은 "도대체 정부가 정확한 대답을 내놓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시위 이전에도 사람들은 검은 옷을 입고 촛불을 들어 톈안먼 희생자들을 추모했습니다. 지련회와도 상관없이 개별적으로 추모하는 이들도 많았어요. 그런데 그러한 행동이 갑자기 법을 위반하는 게 된다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정부가 명확한 답을 내놓는 게 왜 그렇게 어려운지 모르겠어요."
최근 홍콩에서는 대규모 장기 기증 철회 사태가 벌어졌다. 홍콩 정부가 중국 본토와 상호 장기 이식 지원 프로그램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이후 벌어진 현상으로 홍콩 정부는 '악의적 배후 세력'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또 홍콩 최대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은 중국 본토 승객들을 조롱한 3명의 승무원을 해고했다. 중국에서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리 장관도 해당 사건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라우 위원장은 "지금 홍콩은 두쪽(친중 진영과 민주 진영)으로 분열됐다. 그런데 홍콩 정부가 양쪽을 화합시키려 하기보다 대립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콩 정부는 원래 이런 식으로 시민들을 몰아붙이거나 손가락질하며 질책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강한 표현을 동원해 강경하게 대응하며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어요. 이제 홍콩인들은 체제나 정부 전복을 하려고 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과민 반응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런 데다 많은 언론이 문을 닫았고 TV는 자기 검열을 강화하고 있어요. 도서관에서는 민주 진영 책들이 사라지고 있고 이전 정부는 용인했던 40년 역사의 신문 만평도 갑자기 중단됐습니다. 보고 읽고 즐길 게 사라지면서 자유가 많이 축소되니 많은 이들이 행복하지 않습니다."



지난 1년여 라우 위원장의 일상은 꽤 규칙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평일에는 기소된 민주 진영 인사들의 재판을 방청하고 주말이면 투옥된 동료들을 면회하러 간다. 홍콩에서는 지금까지 반정부 시위로 1만여명이 체포됐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250여명이 체포됐다.
"법정에 가고 교도소 면회를 가는 것은 동료들을 잊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위함이에요. 그나마 법정과 교도소는 홍콩의 일국양제가 아직 살아있음을 상징합니다. 중국과 달리 재판은 다 공개되고 방청도 다 허락됩니다. 교도소 면회도 자유롭습니다. 다행히 제가 아직 체포·수감되지 않았는데 동료들에 대한 지지·응원을 보여주기 위해 되도록 모든 재판에 참석하려고 합니다. 주말에는 재판이 없어 수감된 동료를 찾아가는 거고요."
그는 "나는 홍콩의 분리·독립을 주장하지도, 폭력을 옹호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자유와 법치, 인권과 안전을 주장한다"며 "법을 지키는 한 우리는 계속 비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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