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판 체르노빌' 환경파괴 악명 높았던 제련소 폐쇄

입력 2023-06-02 06:02  

'칠레판 체르노빌' 환경파괴 악명 높았던 제련소 폐쇄
운영 59년만…대기 오염·주민 질병 유발 등 피해 이어져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남미 칠레에서 과거 경제발전의 상징처럼 여겨지다 수년 전부터 환경파괴 주범으로 전락한 제련소가 결국 폐쇄됐다.
1일(현지시간) 칠레 일간지 엘메르쿠리오와 AFP·AP통신 등에 따르면 칠레 국영 구리광산 회사인 코델코(CODELCO)는 전날 발파라이소주에 있는 벤타나스 제련소의 가동을 멈췄다. 1964년 운영을 시작한 지 59년 만이다.
수도 산티아고에서 서쪽으로 약 140㎞ 떨어진 곳에 있는 벤타나스 제련소는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에서 '굴뚝 산업'을 이끌었던 대표적인 시설이다.
이곳에서 수십년간 정제해 제품화 단계로 넘어간 구리는, 경제 발전이 상대적으로 더딘 남미 이웃 국가들과는 달리 칠레를 한때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일등 공신이었다.
하지만, 최근 수년 전부터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독 물질과 대기 오염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2018년에는 벤타나스 제련소 주변 마을인 킨테로와 푸춘카비 지역 주민 5만명 중 약 600명이 집단으로 두통, 어지럼증, 마비 증상을 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4개의 화력 발전소까지 밀집한 해당 지역을 '칠레의 체르노빌'이라고 명명하며, 칠레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특히 킨테로와 푸춘카비 주변은 1958년 칠레 정부가 어업·농업 중심 산업 구조를 공업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희생 구역'으로 간주해 오기도 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러다 지난해엔 제련소 인근 학교 학생과 교사 100여명이 한꺼번에 두통과 메스꺼움, 눈 따가움 등 증상을 호소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대기 중에선 유독성 물질인 이산화황이 기준치의 5배나 검출됐다.
결국 칠레 정부는 지난해 제련소 일대에 환경 비상사태를 선포한 데 이어 제련소 폐쇄 방침을 천명했다. 이 결정은 대규모 실업 사태를 우려한 노조의 반발을 부르며 파업 사태를 빚은 바 있다.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6월 제련소 폐쇄 결정 당시 "우리는 더 많은 희생자를 원치 않는다"며 "우리가 초래하거나 허용한 심각한 환경 오염에 수십만명이 노출돼 있다는 사실이 저는 부끄럽다"고 말했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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