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지위고하 가리지 않았던 '망언 끝판왕' 베를루스코니

입력 2023-06-12 20:19  

남녀노소·지위고하 가리지 않았던 '망언 끝판왕' 베를루스코니
여성비하·인종차별·역사왜곡 일삼고 각국 정상·배우자도 모욕
흑인 오바마 부부에 "선탠했다", '연상부인' 마크롱에 "예쁜 엄마와 산다"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는 생전 '망언 종결자·실언 제조기'로 불릴 정도로 끝없는 설화로 악명 높았다. 그의 막말은 인종과 성별, 주제를 가리지 않았고, 심지어 주요국 정상과 배우자까지 거침없이 모욕했다.
12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문란한 삶을 자랑스럽게 떠벌리고 다녔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비하하거나 기혼자면서도 공개석상에서 여성에게 추파를 던지는 기행을 일삼았다.
2003년 총리 시절 미국을 방문해 현지 재계인사들과 만난 그는 "이탈리아는 투자하기 좋은 나라다. 요즘 이탈리아에는 공산주의자도 별로 없다"며 "이탈리아에 투자해야 할 또 다른 이유는 예쁜 비서, 최고의 아가씨들이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축구광으로 잘 알려진 그는 지난해에는 자신이 인수한 몬차 구단 스폰서와 선수단과의 크리스마스 만찬에서 향후 명문 구단과의 경기 일정을 언급하며 "이들 팀 중 하나를 이기면 매춘부를 가득 태운 버스를 라커룸으로 보내겠다"고 말했다.
당시 자리에 여성도 여럿 있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 발언을 담은 영상을 자신의 트위터에 직접 올렸다. 그는 자신에 대한 격렬한 비난에도 유머 감각이 부족하다고 응수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막말은 세계 각국 정상과 배우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2005년 여성인 타르야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과 회담한 후에는 "오랜 기간 쓰지 않은 플레이보이 기술을 이용했다"는 어이없는 발언을 했다.
이에 핀란드 외무부가 이탈리아 대사를 초치하고 현지에서 이탈리아 농산품 불매운동까지 벌어졌지만 이탈리아 총리실은 총리의 발언이 친근감의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2002년 그는 안데르그 포그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에 대해 "유럽에서 가장 외모가 뛰어난 총리"라고 칭찬하고는 "내 아내에게 소개해 주고 싶다"는 말을 해 듣는 사람들의 귀를 의심케 했다.
2017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자신이 비교되는 것에 대한 질문을 받고 뜬금없이 "트럼프와 관련해 많은 남성과 여성들처럼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를 좋아한다. 그녀의 아름다움과 스타일, 그리고 매력 때문"이라는 답을 내놨다.
25세 연상과 결혼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대해서는 "예쁜 엄마와 사는 잘생긴 청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종 차별과 타국 비하, 역사 왜곡도 빠지지 않는 망언 주제였다.
그는 2008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에 대해 "젊고 잘 생기고 제대로 선탠했다"고 말해 국제적 비난을 받았지만, 이듬해에도 오바마 대통령을 "이름이 뭐였더라. 선탠한 남자"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여사를 언급하며 "그들은 함께 해변에 간다. 아내도 선탠을 했다"며 미셸 여사까지 조롱했다.
2014년에는 자신과 마피아와의 결탁설을 제기한 독일 출신 유럽의회 의원에게 "나치 수용소와 관련한 영화에서 카포(다른 수감자를 감시하는 나치 부역자) 역을 맡으면 완벽하겠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다시 "독일인은 나치 강제수용소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당시 발언은 모욕이 아니었고 평소처럼 농담한 것"이라는 억지 주장을 펼쳤다.
2006년 총선 중에는 "마오쩌둥 시대 중국에선 아이들을 잡아먹지 않았다. 다만 거름을 만들려고 삶아 죽였다"고 발언했다.
2009년에는 지진 피해 현장의 이재민에게 "의약품과 따뜻한 음식, 잘 곳 등 부족한 게 없다. 주말 캠핑 왔다고 생각하라"고 말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재민 여성에게는 "선크림 바르라"는 실언도 빠뜨리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자신의 당 의원들에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책임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있다고 주장한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이처럼 상대방의 입장과 감정은 깡그리 무시했던 그지만 항상 당당할 수만은 없었다.
그는 2007년 TV 시상식 만찬장에서 여성들에게 "내가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당장 당신과 결혼했을 것", "당신과 함께라면 어디든 갈 것"이라고 추파를 던졌다.
이에 격분한 당시 부인 베로니카가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 공개 사과를 요구한 서한을 게시하자 그는 자신의 당을 통해 성명을 발표하고 "실언이 나왔지만 나는 당신의 권위를 가슴 속의 보석처럼 지키고 있다"며 용서를 구했다.
2011년 성매매 혐의로 총리직 사퇴 압박을 받을 당시 그는 "120세까지 살 것"이라고 여유를 부리며 사퇴를 거부했으나 이날 86세로 별세했다.
jos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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