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다시 '죽음의 바다'…유럽행 보트피플 6년만에 최다

입력 2023-06-16 09:41   수정 2023-06-16 15:30

지중해 다시 '죽음의 바다'…유럽행 보트피플 6년만에 최다
올해 최소 441명 숨져…최근 10년 사망자 3만명 육박
'오랜 경로에 새 얼굴' 이집트·파키·방글라인이 주축
"가난이 원인"…밀입국업자·이민규제·인종차별이 위험 조장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선진국을 향한 피란민의 위태로운 밀입국 경로인 지중해에서 참사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북아프리카, 중동을 넘어 남아시아에서까지 유럽으로 가는 미등록 이주민이 몰려 위험천만한 항해 규모가 급격히 부풀었다.
정부간 국제기구인 국제이주기구(IOM)가 집계한 16일(현지시간)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부 지중해에서는 배를 타고 유럽으로 향하던 난민 최소 441명이 숨졌다.
이 같은 수치는 분기별로 볼 때 2017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지난 14일에는 이주민을 태운 어선이 그리스 남부 해안에서 전복하면서 최소 79명이 숨지기도 했다.
올해 지중해를 건너 유럽에 도착한 이들은 이달 11일 현재 7만1천136명(사망 및 실종 1천37명)이다. 이는 2017년(18만5천139명·사망 및 실종 3천139명) 이후 6년만의 최다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중해를 건너다 사망한 이주민은 2014년부터 집계하면 2만7천47명에 달한다.
이들 사망에는 선박 침몰이나 전복뿐만 아니라 열악한 항해 환경, 선내 폭력, 질병 등 갖은 비인간적인 원인이 있다.


이주민들은 튀니지나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건너 유럽연합(EU) 회원국인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키프로스로 향한다.
이들 지중해 항로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며 안타까운 항로로 지목된 지 오래다.
어린이, 여성을 포함한 이민자가 고무보트, 작은 목선 같은 부실한 선박에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하게 실려 대형참사 위험이 상존한다.
목숨을 거는 이유는 뭘까.
"일거리도 돈도 기회도 없다. "기꺼이 나선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주민들 인터뷰를 담은 기사에서 최근 항해의 주요 동기는 가난이라고 전했다.
기니 출신의 모하메드 사노는 경제난을 피해 지난달 지인들과 수천 달러를 지불하고 이탈리아 해안으로 떠나는 선박에 몸을 실었지만 10시간 항해 끝에 튀니지 국경수비대에 붙잡혔다.
현재 튀니지 항구도시 스팍스에 머무는 이들은 "여기 머물면서 뭘 얻을 수 있겠느냐"며 삶의 돌파구로 유럽행을 지목했다.

이집트 출신의 이슬람 사드는 양장점에서 불과 3천 이집트파운드(약 12만 원) 수준 월급을 받다가 견디지 못해 이탈리아로 갔다.
사드는 "경제 상황 때문에 매우 우울했고, 떠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청소 등을 하면서 이집트에서보다 3배 이상 많은 월급을 받고 있다.
북아프리카에서 출발하는 지중해 보트피플 중에는 내전 중인 중동이나 다른 아프리카 지역 주민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리비아에서 출발하는 북아프리카 이집트, 남아시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주민들이 급증한 것으로 전해진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시민단체인 '글로벌 조직범죄 반대 구상'(Gitoc)은 "옛 경로에 새 얼굴들이 나타난다"며 "이집트, 방글라데시, 파키스탄이 아프리카 동부나 서부보다 핵심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전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일단 이주 희망자를 꾀어 돈을 받고 항해와 밀입국을 알선하는 조직들을 참사의 원흉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와 함께 유럽 국가들의 이민규제 강화도 항해를 더 위험하게 하는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지난 2월 국제구호단체가 운영하는 이주자 구조선의 구조 활동 횟수를 1회로 제한하고 난민 구조선이 지중해에서 표류하는 이주민을 구한 뒤에는 추가 구조 활동 없이 즉시 지정된 항구로 향하게 하는 내용의 법령을 가결했다.
이탈리아 국경없는의사회 대표 알레산드로 포로는 WSJ 인터뷰에서 "당국에 맡겨두면 (이민자 사안은) 보안 문제가 된다"면서 "그들은 바다 위의 사람들을 체포해야 할 존재로 취급한다"고 말했다.
유럽행 진입로인 튀니지 내 이주민 탄압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도 이민자들을 목숨을 건 항해로 내모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튀니지는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에서 불과 150㎞ 떨어진 거리에 있어 유럽으로 향하려는 이주민의 주요 출발지다.
올해 2월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은 아프리카 남부 출신 흑인 이민자들에게 혐오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국가안보회의에서 "튀니지의 인구 구성을 바꾸려는 불법적인 음모가 진행된다"며 구금과 추방 등 단속 강화를 주문했다.
그런 험악한 분위기에서 튀니지에서 탈출하려는 이민자들이 급증한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튀니지 내 이주민들은 임시 피난처는커녕 제대로 된 음식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폭도 집단의 폭력에도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hanj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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