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미 "우린 확실히 재능 있는 민족…한국문화 자랑스러워"

입력 2023-06-17 08:30  

조수미 "우린 확실히 재능 있는 민족…한국문화 자랑스러워"
세계 유수 콩쿠르 심사위원 이어 홍콩서 수상자들과 합동 공연
"콩쿠르 시상에 그치지 않고 젊은 수상자들에 무대 열어줘야"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콩쿠르가 시상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콩쿠르에서 수상하고도 그다음 기회를 만나지 못해 사라지는 샛별들을 많이 봤어요. 젊은 수상자들에게 무대에 설 기회를 많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수상자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세계 유수 콩쿠르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성악가 조수미가 한발 더 나아가 콩쿠르 수상자들과 합동 공연이라는 의미 있는 무대를 꾸민다.



조수미는 17일 오후 8시 홍콩 문화센터에서 열리는 'HKIOSC 2018 위너스 콘서트 위드 수미 조'에서 2018년 제1회 홍콩 국제 성악콩쿠르 수상자 2명과 합동 공연을 한다.
2018년 홍콩이 야심 차게 마련한 국제 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 나섰던 그는 당시 수상자들과의 공연을 약속했다. 그 약속이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5년 만에야 성사됐지만 이번 무대는 홍콩필하모닉의 연주와 함께 화려하게 꾸며진다.
이날 공연을 앞두고 전화로 만나 조수미는 "뒤늦게나마 이렇게 약속을 지키게 돼 너무 좋다"며 "홍콩이 2025년에 2회 국제 성악콩쿠르를 열기로 했는데 그때도 심사위원을 맡기로 했다. 콩쿠르 심사에서 그치지 않고 발굴된 후배들이 무대에 설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는 콩쿠르에서 1등을 한 후 카라얀을 만나서 잘 풀렸지만 운이 좋은 경우였어요. 대부분은 사실 기회가 많이 없습니다. 1등 하고 사라지면 의미가 없잖아요. 젊은 인재들에게 많은 기회를 줘야 하고 거기에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조수미는 1985년과 1986년 이탈리아의 나폴리 존타·시실리 엔나·베르첼리 비오티, 스페인 바르셀로나 비나스,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 등의 국제콩쿠르 1위를 휩쓸고 국제콩쿠르 우승자끼리 실력을 겨루는 이탈리아 베로나 콩쿠르마저 석권해 세계 성악계를 놀라게 했다.
그의 이러한 화려한 경력은 20세기 최고 지휘자로 꼽히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의 만남으로 이어졌다.
그로부터 30여년이 흐른 지금 조수미는 이제 각종 콩쿠르의 심사위원을 맡으며 또다른 의미의 '콩쿠르의 여왕'이 됐다.
그는 이달 초에는 바리톤 김태한이 아시아 남성 최초로 성악 부문 1위를 차지한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심사위원을 맡아 한국인 후배 성악가의 우승의 순간을 함께 했다.
"너무 자랑스럽죠. 우린 확실히 탤런트(재능)가 있는 민족이에요. 한국인의 끈기도 대단하잖아요. 한번 한다면 끝장을 볼 때까지 연습하니 잘 안될 수가 없죠. 한국은 이제 문화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클래식계에서 아시아인들의 위상이 크게 올랐습니다. 실력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아시아 연주자들이 준비돼 있어서 관심을 가지고 지원만 해주면 쑥쑥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샛별들에게 조수미 같은 대선배의 격려는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일 것이다.
김태한 역시 조수미 앞에서 노래하고 입상해 무척이나 영광이었다며 조수미의 존재 자체가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제가 무대 앞 정중앙에서 눈에서 레이저를 쏘아가며 쳐다보니 (김태한이) 긴장했을 거에요.(웃음) '선생님이 계셔서 너무 안심이 됐다'는 젊은 아티스트들을 보면서 내가 말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며 (재능을) 나누고 베풀어야겠다는 생각을 다지게 됩니다. '빅 마마'라고 하면 너무 나이 들어 보이니까 '빅 시스터' 정도의 개념으로 후배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웃음)"



후배 양성의 차원에서 그는 지난해에 이어 내년에도 'HKGNA 뮤직 페스티벌'에 참여한다.
HKGNA는 '홍콩차세대예술협회'의 영문 이니셜이다. 홍콩 청소년을 위한 음악 치유 활동과 장애인 청소년 대상 음악 교육을 제공하는 자선 단체로 2009년 12월 재미 교포 피아니스트 미셸 김이 설립했다.
조수미가 지난해 무대에 오른 HKGNA 뮤직 페스티벌은 홍콩 정부가 선정한 '2022년 최고의 이벤트' 중 하나로 꼽혔다.
"차세대를 위한 행사의 취지가 너무 좋아 내년에도 공연하기로 했어요. 음악은 이 세상을 좀 더 좋게 만드는 것이고 아티스트는 그것을 위해 가진 것을 무대 위에서 다 내주는 직업입니다."
세계 여러 곳을 도는 바쁜 공연 일정에도 이렇듯 의미 있는 행사와 각종 봉사 활동에도 부지런히 참여하는 그는 "사회가 편안해야 음악이 빛이 난다. 삶이 힘들고 뒤처지는 분들이 없어야 음악도 들린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 활동을 안 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구를 떠나는 순간까지 이렇게 바쁘게 살다 갈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도 잘 챙기며 하루하루 젊고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합니다. 외로움이나 부담을 안 느낀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저는 그러한 감정에서 빨리 전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울고 싶으면 울어버리고 다시 빨리 앞으로 나갑니다.(웃음)"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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