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사이언스] 양자가 뭐길래

입력 2023-06-24 08:00  

[이지 사이언스] 양자가 뭐길래
"미시세계에선 고전역학으로 해석되지 않는 양자 얽힘·양자중첩 현상 생겨"
양자보안·양자통신·양자컴퓨터 등 활용도
26일 DDP서 퀀텀 코리아 2023 개막…노벨상 수상자 존 클라우저 등 강연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 올해 초 개봉한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주인공 앤트맨과 가족들이 '양자 영역'에 들어가서 벌이는 모험을 그렸다.
앤트맨 시리즈는 양자(퀀텀)를 제목부터 내세운 이번 편뿐만 아니라 시리즈 초기부터 양자라 불리는 미시세계를 소재로 활용했다.
물질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원자는 익히 들어봤다. 그런데 양자는 도대체 뭘까?
양자는 사전적으로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에너지의 최소량의 단위'를 의미한다.
원자가 수소, 헬륨, 리튬 등 우리가 원소라 부르는 것의 특성을 잃지 않는 범위에서 도달할 수 있는 물질의 최소입자를 의미하는 반면, 양자는 꼭 특정한 입자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한상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정보연구단장은 "양자는 원자 이하 수준의 미시세계에서 나타나는 특별한 현상을 가진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입자 등 일도양단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원자 수준 이하의 미시세계에서 양자 얽힘, 양자 중첩 등 종전의 이론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들이 벌어지는 것이 양자"라는 설명이다.
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자(양성자·프로톤)와는 동음이의어로 혼동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한자로는 프로톤은 '볕 양'을 써서 陽子, 퀀텀은 '헤아릴 양'을 써서 量子로 구분된다.
중요한 것은 이 양자 세계에서는 전통적인 힘과 운동의 원리가 그대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물리적 공간이라면 만유인력의 법칙, 관성의 법칙, 가속도의 법칙 등이 작용하겠지만, 양자의 세계에서는 이런 고전역학이 꼭 들어맞지는 않는다.

대표적인 현상 중 하나가 양자얽힘이다. 두 개의 입자가 '하나가 A일 때 다른 하나는 B'라는 식으로 상태가 서로 얽혀 있다가 두 입자가 떨어졌을 때 한쪽 상태를 측정하면 다른 쪽의 상태가 그 순간 결정 난다는 것이다.
이미 정해진 상태를 측정 순간에 발견하는 게 아니라 하나를 관찰해 A라는 것이 확인되는 순간 '양자 얽힘 붕괴' 현상이 일어나며 다른 하나의 상태 자체가 그 순간 결정되는 것이다.
이를 활용하면, 한쪽의 입자 정보를 확인하면 동시에 다른 입자에 정보가 전송되는 '양자 통신'과 같은 현상이 가능해진다.
이런 정보 전달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서 설명하는 '정보는 빛보다 빠르게 전달될 수 없다'와 모순이 생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래 물리학자들은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는 '숨은 변수'라는 개념을 추가해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미국의 존 클라우저(81)는 숨은 변수를 추가하지 않고 양자역학만으로 양자 얽힘을 설명할 수 있는 실험을 고안했고, 그 공로로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양자는 영화나 복잡한 이론 속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생활과 제품에 양자 원리가 활용되기 시작했고, 선진국들은 양자 기술에서 우위를 선점하고자 첨예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SK텔레콤[017670]과 삼성전자[005930]는 2020년 '양자 보안' 기술을 도입한 첫 스마트폰 갤럭시A 퀀텀을 출시했으며, 이후 해마다 새 기기를 내고 있다.

지난달 출시된 갤럭시 퀀텀4는 양자난수생성(QRNG) 칩세트를 탑재해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 단말 내 인증 정보, 외장 메모리 등을 양자 보안 기술로 암호화한다고 소개됐다.
전기가 들어오면 1, 안 들어오면 0이라는 이진법의 수를 조합해 계산하는 전통적인 컴퓨터와 달리 '0이면서 동시에 1'이라는 양자 중첩의 속성을 활용해 복잡한 계산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양자컴퓨터 개발도 세계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구글은 2019년 슈퍼컴퓨터로는 1만 년 걸리는 연산을 단 200초 만에 푸는 53큐비트(qubit :양자컴퓨터 연산단위) 양자컴퓨터 '시커모어'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IBM은 지난해 433큐비트급 양자컴퓨터 프로세서 '오스프리'를 선보였으며, 마이크로소프트도 최근 "10년 이내에 신뢰할 수 있고 실용적인 양자컴퓨터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자컴퓨터 개발 로드맵을 발표했다.

우리 정부도 올해를 '양자과학기술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양자 과학기술 진흥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올해 양자분야 예산만도 전년 대비 36.3% 확대한 953억원이다.
2020년부터 개최해오던 '양자정보주간' 행사도 올해부터 세계 양자생태계 혁신 흐름을 조망하는 최고 수준의 국제행사 '퀀텀 코리아'로 브랜드화해 26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막한다.
올해 퀀텀코리아 2023에서는 노벨상 수상자 존 클라우저를 비롯한 석학들의 강연과 IBM, 아이온큐 등 기업들의 전시를 통해 양자과학기술의 최신 흐름을 조망할 수 있다. 인기 과학 유튜버 궤도와 웹툰 작가 김풍이 함께하는 토크콘서트 등 양자과학기술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된다.

ra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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