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미투' 확산에 차이잉원 총통 지지율 4년만에 최저

입력 2023-06-25 12:09  

대만 '미투' 확산에 차이잉원 총통 지지율 4년만에 최저
대만민의기금회 여론조사 결과, 45.3%→42.3%로 하락
대만여론조사기관 "대중의 실망, 내년 총통선거 영향 주목"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대만의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연이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에 휩싸이면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에 대한 지지율이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긴장 고조 속 대만이 내년 1월 총통 선거와 입법원(국회)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미투 운동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대만 여론조사 기관인 대만민의기금회(TPOF)가 지난 2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차이 총통에 대한 지지율은 42.3%로 지난달(45.3%)보다 떨어졌다.
차이 총통이 2020년 5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을 때의 지지율은 71%에 달했다.
반면 차이 총통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은 지난달(37%)보다 11%포인트 이상 뛴 48.2%로, 2019년 5월(47%)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TPOF의 유잉룽 이사장은 "차이 총통의 지지율 하락에는 두 가지 주된 이유가 있다"며 "첫째는 민진당 내 다수의 성희롱 사건의 영향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진당에서 제기된 모든 미투 사건이 차이 총통이 당의 주석으로 재임하던 기간 발생했고 그의 측근인 총통 고문 옌츠파(86)도 미투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차이 총통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옌츠파는 처음에 자신에게 제기된 미투 의혹을 부인하고 의혹을 제기한 여성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으나 하루 만에 이를 취하하고 고문직에서 사임했다.
차이 총통은 작년 11월 지방선거 참패로 사임하기 전까지 민진당 주석직을 맡았다.
민진당은 최근 대만을 강타한 미투 파문의 중심에 놓였다.
지난달 31일 전 당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당내 성희롱 피해 사실을 폭로한 것을 시작으로 민진당에서는 '나도 성희롱 피해자'라는 폭로가 잇달았다.
특히 피해 여성들이 당 간부들에게 피해 사실을 보고한 후 묵살당하거나 2차 가해를 받았다는 주장이 이어져 민진당의 도덕성에 비판의 화살이 쏠리고 있다.
그 결과 지난 14일 발표된 TPOF의 여론조사에서 민진당의 지지율은 지난달 31.1%에서 24.6%로 곤두박질쳤다.
민진당은 파문이 커지자 미투 조사팀을 꾸려 사건을 신속히 조사해 처리 결과를 내놓겠다고 밝혔으며, 최소 4명의 고위 인사가 앞서 미투 보고에 대한 부실 대응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민진당 총통 후보인 라이칭더 주석도 "중앙당의 신고 메커니즘이 부적절했다"고 잘못을 시인하면서 "성희롱 사건에 대해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총통부도 차이 총통이 이번 성희롱 사건을 보고받은 후 "민진당이 사건 조사를 통해 당사자의 권익을 보장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TPOF의 유 이사장은 총통부가 민진당 내 미투 폭로에 대해 총통부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에 대해 총통부가 조사할 권한이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은 차이 총통이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읽혔다고 지적했다.
차이 총통은 옌츠파가 사임하자 민진당의 미투 사태에 대해 일주일 새 두 번 사과하고 정부 내 성평등 규정을 개혁하겠다고 약속했다.
유 이사장은 차이 총통의 지지율 하락의 두 번째 이유는 그가 공석이었던 대만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4명을 모두 친 독립 성향인 민진당에 우호적인 인사로 지명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당 4명의 재판관 지명으로 대만 헌법재판소 15명의 재판관 전원이 민진당에 우호적인 인물로 꾸려지게 되면서 비판이 제기됐다는 설명이다.
유 이사장은 "차이 총통의 업무에 대한 대중의 실망이 내년 1월 총통 선거와 총선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고 짚었다.
한편, 민진당에서 시작된 대만 미투 파문은 학계, 연예계, 의료계, 법조계, 외교관, 중국 반체제 인사 등 전방위적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태국 주재 대만 대표부 대표가 동료 직원에게 성희롱했다는 폭로가 나오자 사임했다.
대만 외교부는 24일 해당 인사에게 제기된 미투 의혹을 조사한 뒤 '무관용 원칙에 따라' 그에게 사임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지난달 말 리보다오 전 징계법원장이 조기 퇴임한 것이 재임 기간 성희롱을 저질렀다는 폭로가 제기된 탓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또 대만에 망명한 반체제 시인 베이링과 중국 톈안먼 민주화 시위 주역인 왕단을 대상으로 한 미투 폭로도 나왔다.
대만 '국민 MC' 미키 황과 아이돌 가수 옌야룬은 미투 가해자로 지목되자 사과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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