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년에도 등에 칼 꽂는"…용병반란에 역사 소환한 푸틴 속셈

입력 2023-06-25 13:39   수정 2023-06-25 13:41

"1917년에도 등에 칼 꽂는"…용병반란에 역사 소환한 푸틴 속셈
1차대전 중 벌어진 1917년 러시아 혁명과 이어진 내전 언급
NYT "소련 붕괴 후 혼란서 러시아 구한 자신의 업적 드러내"
'반란' 프리고진도 한달전 "우크라전 1917년 혁명처럼 끝날수도"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황윤정 송진원 기자 = "1917년에도 러시아에 그러한(등에 칼을 꽂는) 공격이 가해졌다."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으로 집권 최대 위기에 몰렸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긴급 대국민 연설에서 100여년 전 역사를 소환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이 이날 5분여간 이어진 연설에서 한 세기 전 러시아 내전을 불러냈다고 보도했다.
그가 '위대한 애국 전쟁'이라며 자주 언급했던 2차 세계대전 대신 1917년부터 1923년까지 이어진 내전의 참혹한 공포를 상기시키며 위기를 포장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등에 칼을 꽂는", "반역" 등의 거친 표현을 써가며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연설에서 "러시아가 1차 세계대전을 벌이던 1917년에도 러시아에 그러한(등에 칼을 꽂는) 공격이 가해졌다"면서 이 때문에 승리를 도둑맞았다고 했다.
이어 "군대와 국민의 등 뒤에서 이루어진 음모, 밀모, 이전투구가 군대의 엄청난 동요와 와해, 국가 붕괴, 광대한 영토의 상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내전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에서 또 다른 분열이 생기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고, 어떤 위협으로부터도 국민과 조국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1917년은 근현대 러시아 역사에서 대격변의 해다.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 러시아에서는 억압과 빈곤, 전쟁에 지친 민중의 불만이 폭발하면서 2월 혁명이 일어나 300여년간 이어진 로마노프 왕조가 무너졌다.
이후 들어선 러시아 공화국에서 총사령관을 맡은 라브르 코르닐로프는 그해 9월 당시 러시아 수도이자 페트로그라드로 알려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군대를 진격시켜 온건 사회주의파 주도의 임시 정부에 대항하는 쿠데타를 시도했다.
그러나 코르닐로프의 세력은 수도에 도착하기 전 와해하고 말았으며, 오늘날 그의 쿠데타 시도는 러시아 내 온건파를 약화해 결과적으로 레닌이 주도한 볼셰비키(러시아 및 소련 공산당의 전신)의 정권 장악을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1923년까지 러시아에서는 볼셰비키의 붉은 군대 적군과 반혁명파인 백군 사이에 지난한 내전이 이어졌다.
푸틴 대통령이 용병 반란과 관련해 1917년을 언급한 것은 1차 세계대전을 치르는 와중에 러시아군 내부에 분열이 있었고, 이것이 결국 내전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러시아 국민의 단합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NYT는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의 무장 반란을 1917년의 혼란에 비유함으로써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극심한 혼란에서 러시아를 구한 자신의 업적을 드러낸 셈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역사가이자 의원인 볼로디미르 비아트로비치는 그러나 "푸틴은 항상 위대한 애국 전쟁을 반복하길 원했지만, 그는 대신 내전을 반복했다"고 꼬집었다.
이번에 러시아 군부와 갈등 끝에 무장 반란을 일으킨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도 1917년 러시아 혁명을 언급한 바 있다.
프리고진은 지난달 24일 텔레그램에 공개한 영상 인터뷰에서 "엘리트 계층 자녀들이 크림을 바르는 모습을 인터넷에 자랑할 때 서민의 자식들은 산산조각이 난 시신으로 관에 실려 돌아온다"면서 "이런 격차는 처음 군인이 들고일어나고 이어 그들이 사랑한 이들이 뒤따랐던 1917년 혁명처럼 마무리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jyou@yna.co.kr
s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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