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청동기시대 이베리아반도 최고 권력자는 여성이었다"

입력 2023-07-07 09:19  

[사이테크+] "청동기시대 이베리아반도 최고 권력자는 여성이었다"
스페인 연구팀 "지배자 무덤 주인은 '상아부인'…초기사회 여성 역할 재조명"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5천여년 전 스페인 이베리아반도의 청동기시대 사회를 지배한 최고 권력자는 그동안 알려진 것과 달리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페인 세비야대 레오나르도 가르시아 산후안 교수와 마르타 신타스-폐냐 교수팀은 7일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서 2008년 스페인 발렌시아의 한 청동기 시대 무덤에서 상아와 수정 단검 등 많은 귀중품과 함께 발굴된 유골이 20대 여성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2층 구조로 된 이 무덤은 발견 당시 내부에서 상아와 수정 단검, 보석의 일종인 호박, 타조 알껍데기, 고급 부싯돌 등 귀중품과 함께 유골 한 구가 발견됐다.
이 무덤은 기원전 3천200~2천200년 청동기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으며, 무덤의 주인은 높은 사회적 지위를 누린 17~25세 남성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무덤에서 출토된 유골 중 일반 뼈보다 훨씬 단단한 치아의 법랑질에 포함된 단백질 구성 펩타이드인 아멜로제닌을 분석했다. 아멜로제닌은 성별에 따라 분자 구조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통해 성별을 구분할 수 있다.
연구팀은 어금니와 앞니 분석에서 X 염색체에 있으며 여성형 아멜로제닌을 만드는 유전자인 'AMELX'를 발견했다. 그러나 남성 Y 염색체에 있는 남성형 아멜로제닌 유전자인 'AMELY'는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는 무덤의 주인공이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며 이베리아반도 청동기 시대 사회에서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이 여성이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 여성에게 '상아 부인'(Ivory Lady)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연구팀은 당시 유아들의 무덤에 부장품이 없다는 것은 혈통을 통해 태어나면서 높은 지위를 보장받지 못했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상아 부인'은 삶의 공로와 업적을 통해 최고 지위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비슷한 시기에 '상아 부인'과 같은 지위를 누린 남성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상아 부인' 무덤 인근에서 2~3세기 후 만들어진 호화로운 청동기 시대 무덤이 발견됐는데 여기에도 최소 15명의 여성만 묻혀 있다며 이는 이베리아 청동기 시대 사회에서 여성들이 높은 지위를 누렸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신타스-페냐 교수는 "이 연구 결과는 초기 사회의 복잡성이 시작될 때 여성의 정치적 역할에 대한 기존 해석과 전통적 견해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며, 또한 새로 개발된 과학적 방법이 선사시대 고고학과 인류 사회 진화 연구에 변화를 가져올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scite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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