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우크라에 '조건부 신속가입' 약속…이견에 구체일정 빠져

입력 2023-07-12 02:28   수정 2023-07-12 11:56

나토, 우크라에 '조건부 신속가입' 약속…이견에 구체일정 빠져
가입 요건 면제하는 '패스트트랙' 합의…가입 절차 시작돼야 유의미
젤렌스키 "러 테러 동기" 비판…서방, 이스라엘식 안전보장 등 실질적 지원 초점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31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사실상의 '조건부 신속 가입'을 약속했다.
나토는 우크라이나의 가입에 원칙적 동의를 한 2008년 합의와 비교해 "중대한 진전"이라고 자평했지만, 적어도 종전 후 가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일정과 함께 확답을 달라는 우크라이나의 요청은 끝내 수용되지 않았다. 정상회의에 초대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나토 31개국은 11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정상회의 첫날 채택한 공동성명 11항에서 "우리는 회원국들이 동의하고 (가입에 필요한) 조건이 충족되면 우크라이나에 가입 초청장을 보낼 수 있는 위치에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31개국은 가입 절차가 개시될 경우 가입 신청국이 거쳐야 하는 절차인 '회원국 자격 행동 계획'(MAP·Membership Action Plan)을 면제해주기로 합의했다. 패스트트랙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공동성명에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의 회원국이 될 것이라는 2008년 부쿠레슈티 정상회의 약속을 재확인했다"는 문구도 포함됐다.
2008년 선언은 당시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을 의미한다.
당시 공동성명에서 나토는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나토 가입 열망을 환영한다"며 "이들 나라는 나토의 회원국이 될 것"이라고 명시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 같은 논의 결과에 대해 '중대한 진전', '나토 가입을 향한 명확한 길'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의미를 부여했다.
MAP 적용을 면제받는 것 자체로도 나토 입장에선 적지 않은 배려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2020년 북마케도니아의 경우 MAP를 거치는 데만 약 20년이 걸리는 등 워낙 까다로운 개혁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 4월 나토에 합류한 핀란드는 MAP 면제를 적용받아 신청서 제출 약 11개월 만에 속전속결로 가입했으며 스웨덴도 가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이 "이제 우크라이나의 가입 경로는 '투 스텝'에서 '원 스텝' 절차로 바뀔 것"이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MAP 면제는 어디까지나 정식으로 가입 절차가 개시돼야 유의미한 조처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막연한 조건부 약속인 데다, 전쟁이 끝나자마자 나토에 합류할 수 있다는 '확답'에 못 미치는 것으로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앞서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시간표가 정해지지 않는 것은 전례 없고 터무니없다"며 "이는 러시아에는 테러를 계속할 동기가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리투아니아 빌뉴스를 방문해 시내에서 한 연설에서도 "나토는 우크라이나를 더 안전하게 만들 것이고, 우크라이나는 나토를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 자격이 있다고 역설했다.
이날 나토 공동성명은 막판까지 지속된 각국의 이견에서 비롯된 것으로 외신은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나토 동부전선 국가들이 더욱 선명한 약속을 요구했으나 미국, 독일 등 다른 주요국은 전쟁이 진행 중이어서 러시아를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공동성명 발표에 앞서 기자들에게 "긍정적 신호를 보낼 것"이라면서도 가입과 관련한 일정표는 제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나토 31개국은 우크라이나에 실질적인 지원을 뒷받침하자는 데는 한 목소리를 냈다. 독일, 프랑스 등은 개별국 차원의 추가 지원책도 발표했다.
이날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군 현대화 등을 위한 다년간 지원 프로그램 추진, 기존 나토-우크라이나 위원회(commission)의 '평의회'(council) 격상 등이 합의됐다.
평의회 출범은 나토와 우크라이나가 '동등한' 위치에 있는 카운터파트로서 위기대응 논의 및 의사결정을 하게 됐다는 의미라고 나토는 설명했다. 첫 회의는 12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참석 하에 열린다.
서방은 별도의 안전보장 대책도 고려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주요 7개국(G7)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기적 안보 약속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가입 자격을 갖추는 동안 "미국이 이스라엘에 제공하는 것과 같은 식의 안보"를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고 지난 9일 방송된 CNN 녹화 인터뷰에서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휴전이나 평화 협정을 체결한다는 전제로 이 같은 이스라엘식 안보 보장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hi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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