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등 찔렀다"…빈살만 vs UAE 대통령, 중동 패권경쟁

입력 2023-07-18 17:15  

"우리 등 찔렀다"…빈살만 vs UAE 대통령, 중동 패권경쟁
WSJ "미국 힘 약해진 중동서 경제 등 전방위 경쟁"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아랍에미리트(UAE)가 우리 등을 찔렀다."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진 중동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의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37) 왕세자는 지난해 12월 수도 리야드에서 현지 기자들을 불러 모아 비보도를 전제로 브리핑을 열었다.
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는 UAE를 향해 이같이 성토하면서 "그들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를 날렸다. 빈 살만 왕세자는 예멘 정책과 석유수출국기구(OPEC) 석유 생산 문제를 둘러싸고 양국의 이견이 심화하자 기자들을 불러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UAE는 수십 년에 걸쳐 사우디의 동맹국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아부다비 군주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62) UAE 대통령은 스무살 넘게 차이 나는 아들뻘인 빈 살만 왕세자의 멘토였다.
하지만 미국의 힘이 약해진 중동 지역의 패권을 두고 빈 살만 왕세자와 나흐얀 대통령이 경쟁하면서 둘 사이에 균열이 생겼으며 관계도 멀어졌다고 WSJ은 전했다.
두 사람과 가까운 사람들에 따르면 둘은 6개월 넘게 대화를 나누지 않았고 사적인 다툼을 벌였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나흐얀 대통령은 사우디가 주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참석한 아랍 정상회의에 오지 않았고, 빈 살만 왕세자는 1월 UAE에서 급히 소집된 지역 정상회의에 불참했다.
두 사람의 불화는 중동 지역과 세계 석유시장에서 지정학적, 경제적 패권을 둘러싼 경쟁을 반증하는 것이라는 게 WSJ의 분석이다.
미국은 사우디와 UAE의 패권 경쟁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두 나라의 경쟁으로 이란에 대응하고 예멘 내전 종식,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의 관계 개선 등을 위한 안보 동맹 체제를 구축하는 게 더 어려워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WSJ은 실제로 예멘 문제를 둘러싼 사우디와 UAE의 상이한 이해관계는 예멘 내전을 종식하려는 노력을 약화시켜왔으며, 사우디의 국제유가 인상 압력에 대한 UAE의 불만은 OPEC 회원국들 사이에 새로운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고 짚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빈 살만 왕세자와 나흐얀 대통령이 중동 지역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 매우 야심 찬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어떤 면에선 여전히 협력하고 있지만 이제 두 사람 모두 상대방이 같은 위치에 있는 것에 대해 편안해 보이지 않는다"며 "모든 것을 감안할 때 그들이 서로 으르렁거리는 것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두 나라는 경제적으로도 라이벌 관계다.
빈 살만 왕세자는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UAE 두바이에 몰려 있는 외국기업 지역 본부의 사우디 이전과 관광객 유치 등에 전력을 쏟고 있다. 중동의 상업 중심지인 UAE에 필적하는 물류허브 개발, 기술센터 설립 등도 추진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두바이 에미레이트 항공과 경쟁할 제2의 국적 항공사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스포츠 등 소프트파워 영역에서도 경쟁하고 있다.
사우디 국부펀드는 컨소시엄을 꾸려 2021년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뉴캐슬을 인수하고 세계적인 축구 선수들에게 투자했다. 이는 UAE 왕족 셰이크 만수르가 소유한 맨체스터 시티가 EPL 등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과 같은 시기에 이뤄졌다고 WSJ은 전했다.
분쟁 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선임 고문인 디나 에스판디어리는 "빈 살만 왕세자가 나흐얀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길 원하기에 그들 사이에 긴장이 커지고 있다"며 양국 모두 외교 정책에서 더 자신감을 보이고 있어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나라 관계가 경색됐다는 WSJ의 보도에 대해 UAE 정부 당국자는 "명백히 거짓이며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사우디 정부 당국자도 부정확한 보도라며 "UAE는 사우디의 긴밀한 지역 파트너이며, 양국의 정책은 광범위한 상호 관심사에 수렴한다"고 말했다고 WSJ은 전했다.
yunzh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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