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설명 없는 중국 외교수장 교체…풀리지 않는 의문들

입력 2023-07-26 13:57   수정 2023-07-26 16:22

합리적 설명 없는 중국 외교수장 교체…풀리지 않는 의문들
친강 '실종' 속 교체배경 발표 안해…상급자 왕이 복귀도 특이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이 공식 석상에서 사라진 친강 외교부장을 면직하고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다시 외교부장으로 임명하면서 '외교부장 실종' 사건이 한 달 만에 일단락됐다.
하지만 친강 전 부장의 잠적이 여전히 미스터리인 데다 당국이 외교수장을 교체하면서도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않으면서 중국 정치 시스템의 불투명함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가장 큰 의문은 친강이 왜 사라졌느냐는 점이다.
중국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25일 스리랑카·베트남 외교장관, 러시아 외교차관과 회담한 뒤 모습을 감췄다.
외교부장의 두문불출이 계속되자 중국 외교가에서는 중병설과 함께 불륜설·간첩설까지 온갖 추측이 돌았다.
중병설은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운 병에 걸려 별도의 공간에서 치료받고 있다는 설이고, 조사설은 주미 중국대사 재임 시절 문제로 조사받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와 함께 한 방송국 여성 아나운서와 불륜 관계를 이어오다가 최근 드러났다는 설도 제기된 바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친강의 소식을 묻을 때마다 "제공할 정보가 없다"라거나 "보충할 소식이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고, 면직 발표 몇 시간 전까지도 "중국의 외교는 안정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가 소식에 정통한 중화권 매체들은 친강이 사라진 이유에 대해 중국 정가의 폐쇄성을 거론하며 한동안 확인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당국이 외교부장을 교체하면서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의문을 증폭시킨다.
중국의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발표는 물론 시진핑 주석이 서명했다는 주석령 8호에는 '친강이 겸임하는 외교부장 직무를 면직하고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외교부장으로 임명했다'는 짧은 발표문만 공개했을 뿐 면직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어떤 이유로든 외교부장을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쳐 결국 면직된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사태가 베일에 싸인 중국의 지도부와 의사결정 구조를 둘러싼 의혹을 더욱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친강을 외교부장에서 면직하면서 국무위원직을 유지하도록 한 것도 특이한 점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주미대사를 지내다 외교부장으로 발탁됐고, 올해 3월 전인대에서 외교부장직을 유지하면서 국무위원으로 한 단계 승격했다.
국무위원은 서열상 장관인 부장과 부총리 사이에 위치한 국무원 최고 지도부 자리다.
중국 외교부는 전인대 발표 뒤 홈페이지에서 친강 관련 자료를 모두 삭제했지만, 중국 국무원 홈페이지에는 리상푸 국방부장, 왕샤오훙 공안부장, 우정룽 전 장쑤성 당 서기, 선이친 전 구이저우성 당 서기와 함께 친강을 여전히 국무위원으로 표기하고 있다.
홍콩 명보는 "친강이 국무위원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며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친강의 국무위원 직위를 면직하지 않은 것은 그의 국무위원 임명이 지난 3월 통과했는데,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면직을 결정한다면 상무위가 '어린아이 장난'처럼 보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중국 지도부가 친강의 후임으로 상급자인 왕이 위원을 다시 불러들인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권한대행 체제를 선택하거나 후임자를 물색하는 게 일반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외교가에서는 친강의 부재가 길어지자 마자오쉬 외교부 부부장이나 류젠차오 당 대외연락부장이 뒤를 이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명보는 "중국이 대행 체제를 선택하지 않은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며 "하나는 친강이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외교 계통에 대장(인물)이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보는 그러면서 왕 위원이 과도기에 외교부장을 맡은 것이라면서도 그 기간이 짧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왕 위원이 노령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단기간만 외교부장직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방에서는 친강의 낙마를 노선 투쟁의 결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반중 매체로 알려진 에포크타임스는 "이번 사건으로 시진핑의 약점이 드러났다"며 "겉으로는 그가 권력을 독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내분이 치열해 푸틴 대통령의 오른팔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세르게이 쇼이구처럼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적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최고 지도부는 시진핑의 동맹"이라며 "인사 실패는 온전히 시진핑 주석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jk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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