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IT업계의 혹독한 여름나기…"성장이 아닌 생존이 화두"

입력 2023-07-30 06:01  

불황기 IT업계의 혹독한 여름나기…"성장이 아닌 생존이 화두"
카카오 일부 계열사 고강도 구조조정…네이버는 사업 정리·통합
빅테크 한국지사도 감원 삭풍…"경영난 극복 위한 상장 추진도"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홍국기 오규진 기자 = 정보기술(IT) 업계가 좀처럼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불황의 터널 속에서 생존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실적이 저조한 사업을 정리하거나 자회사를 중심으로 인력 감원에 나서고 있고, 벤처·스타트업은 투자 유치 난항을 겪으며 파산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IT 기업들 역시 구조조정에 나섰다.

◇ 카카오 자회사 희망퇴직·네이버 이용자 감소 사업 중단
최근 카카오톡 운영사 카카오[035720]의 노조(크루 유니언)는 2018년 10월 출범 이래 회사를 상대로 첫 집회를 벌였다.
카카오의 주력 자회사를 중심으로 희망퇴직이 진행되면서 고용 불안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기업간거래(B2B) 사업 전문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 17일 희망퇴직안을 공개하고 신청자를 받고 있다. 퇴직금과 최대 6개월 치 기본급, 지원금 200만원을 지급하는 조건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연차 10년 이상의 직원을 상대로 사실상의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이·전직 프로그램을 통한 퇴직금과 최대 15개월 치 기본급, 지원금 500만원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런 구조조정의 이유는 실적 악화에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2019년 12월 분사한 이래 한 번도 영업이익을 기록하지 못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58억원으로 전년 대비 59% 감소했다.
카카오 연결 기준의 영업이익도 지난 1분기 71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55% 감소한 데 이어 2분기 또한 20%대의 하락률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2월 면접을 앞둔 경력 지원자들에게 일괄적으로 탈락 처리를 통보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찾아온 IT업계 호황 속에 개발자 등 채용을 공격적으로 늘렸다가 인건비 부담이 늘자 채용 기조를 급격히 바꾼 것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하반기 산업 전망 리포트에서 "2022년 하반기부터 온라인 트래픽을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인터넷·플랫폼 기업들의 성장이 더뎌졌다"며 "2023년 상반기는 본격적인 성장 둔화 및 일부 사업의 역성장이 숫자로 드러나는 시기였다"고 진단했다.



카카오와 더불어 국내에서 양대 플랫폼 기업으로 꼽히는 네이버 또한 이용자가 적거나 실적이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거나 통합하고 있다.
네이버는 오는 11월 30일부터 문서 작성 서비스(오피스)와 PC 백신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최근 공지했다.
각각 2012년, 2008년에 첫선을 보인 두 서비스는 사용자 감소로 결국 서비스 중단을 결정했다.
또 네이버는 오는 3분기 중으로 '네이버TV'를 스트리밍 서비스 '네이버 나우'로 통합할 계획이다.
주문형비디오(VOD) 시청 환경이 스트리밍 위주로 변화하는 추세에 맞게 VOD 플랫폼 '시리즈 온'의 PC 내려받기 소장 상품 판매도 지난달 말 종료했다. 지난 3월에는 영화 정보 제공 전용 웹사이트인 '네이버 영화'도 운영을 중단했다.
아울러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한 국내외 IT기업들이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꼽는 초거대 인공지능(AI)에 대한 개발과 투자에 박차를 가하면서 비용이 늘어나고,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는 양상이다.



◇ AWS코리아·메타코리아 등 외국계 IT기업들 구조조정 나서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CSP)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한국 지사인 AWS코리아는 지난 5월 한차례 권고사직을 단행한 데 이어, 조만간 추가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클라우드는 초거대 AI를 구동하기 위한 인프라로 '한 몸'처럼 여겨지면서 최근 급성장하는 시장이다.
AWS코리아는 한국에 진출한 지 11년 차가 될 때까지 꾸준히 성장해왔지만, 올해는 비용 증가 등으로 역성장이 관측되면서 혹독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분위기다.
아마존 계열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세계적으로 정리해고를 진행해왔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2차 정리해고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트위터코리아에서 시작된 빅테크 한국 지사의 감원 삭풍도 이어지고 있다.
메타코리아에서는 지난 5월 홍보 등 일부 분야에서 2차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인 메타의 본사는 지난해 경기 침체를 근거로 전체 직원의 13%인 1만1천명을 해고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도 1만명가량을 추가로 줄인 바 있다.
구글코리아도 올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의 전자우편을 임직원에게 보냈고, 한국마이크로소프트(한국MS)는 이지은 대표가 사내 공지를 통해 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한국MS의 경우 해마다 적지 않은 수준으로 구조조정과 신규 채용을 해왔지만, 지난 2월부터 상당수의 직원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하는 상황이다.


◇ 벤처·스타트업 투자 급감…샐러드 배송 스타트업 프레시코드 파산
지난해부터 이어진 글로벌 투자 혹한기에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벤처·스타트업계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스타트업 생태계 민간 지원기관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자체 조사한 투자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건수는 584건, 투자 금액은 2조3천22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투자 건수(998건)와 금액(7조3천199억원)과 비교하면 각각 41.5%, 68.3% 급감한 수치다.
지난 3월 미국에서 스타트업에 특화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으로 금융시장 경색과 벤처투자 축소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것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샐러드 배송 스타트업 프레시코드의 경우 영업적자 누적에 후속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으면서 최근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학생들이 만들어 한때 학생 창업의 대명사로 불리던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 클래스101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올해만 두 차례 희망퇴직을 받았다.
지난 14일부로 2차 희망퇴직이 마무리됐는데, 지난달 말과 비교했을 때 인원이 약 30%나 줄었다.
이 밖에 공유 오피스 기업 패스트파이브, 다중채널네트워크(MCN) 기업 샌드박스네트워크 등도 인력 감축에 나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30일 "통상 스타트업에는 단기적인 수익 실현보다 장기적 관점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진행하지만, 최근에는 기술력에 더해 단기적 수익 실현이 가능해야만 투자 유치가 가능하다"며 "자본잠식 기간 연장 등 생존을 위해 추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스타트업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IT업계는 성장이 아닌 생존이 화두"라며 "경영난 극복을 위한 자금 조달 목적으로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도 있다"고 설명했다.

redfla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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