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피고'로 돌아온 트럼프에 무심한 美수도…대규모 시위 없어

입력 2023-08-04 06:06  

[르포] '피고'로 돌아온 트럼프에 무심한 美수도…대규모 시위 없어
법원앞에 트럼프 지지자보다 취재진이 훨씬 많이 포진해 취재경쟁
"美 영웅에 조작된 혐의" vs "지금도 민주주의 전복하려 해"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2020년 미국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고 한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방법원에 출석한 3일 오후(현지시간) 수도 워싱턴DC는 예상보다 차분했다.
워싱턴DC 시민들은 이제는 대통령이 아닌 '형사 피고인' 신분으로 수도를 찾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지지와 반감을 동시에 드러냈다.
하지만, 세 번째인 전직 대통령의 기소에 대해 이제는 익숙해진 듯 대규모 찬반 시위나 격렬한 반응은 없었다.
이날 검찰의 기소를 인정하는지 여부를 묻는 기소인부 절차가 진행된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의 'E. 배럿 프리티맨' 청사 앞에는 전직 대통령이 출석하는 모습을 보려는 시민이 다수 모였지만 트럼프를 지지하거나 비판하는 시위대는 많지 않았다.



'트럼프 아니면 죽음을'이란 깃발을 든 존 존슨 씨는 연합뉴스 기자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영웅"이라며 "미국을 구할 유일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뉴저지에서 온 그는 뉴욕과 플로리다에서 동료들과 왔다고 했는데 이들 4명은 트럼프의 선거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가 적힌 빨간 모자를 써 눈에 금방 띄었다.
현장에서 트럼프 지지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기자들이 이들을 둘러싸고 인터뷰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기까지 했다.
존슨 씨는 "조작된 혐의다. 민주당은 트럼프가 세 번째로 대선에서 승리할까 봐 겁먹었다"며 법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트럼프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 DC에 살고 있다는 다니엘 디무라 씨는 "완전 말도 안 되는 혐의"라며 "그들이 수사해야 할 대상은 선거제도다. 그들이 트럼프를 기소한 이유는 선거사기를 숨기기 위해서다"라고 주장했다.





기자가 목격하고 대화를 나눈 시민 중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 제도를 무너뜨릴까 봐 걱정하며 그의 처벌을 촉구하는 이들이 더 많았다.
워싱턴 DC는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DC 주민인 돈 피치너 씨는 민주주의를 지지하기 위해 하루 휴가를 내고 법원을 찾았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는 민주주의와 우리 삶의 방식을 전복하려고 다른 이들과 모의했고 거의 성공했다"며 "이번 기소는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며 그래서 우리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DC 주민인 도널드 클라크 씨도 "트럼프가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고 한 데 대해) 책임지도록 하고 우리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 나왔다"면서 "트럼프는 민주주의를 끌어 내리려고 했고 지금도 시도하고 있다. 지금은 우리나라에 남북전쟁 이래 가장 두려운 시기다"라고 말했다.
한 중년 남자는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가 "트럼프는 테러리스트!"라고 외치기도 했다.





트럼프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시민들은 간혹 상대방을 비방하기도 했지만, 기자가 물리적 충돌을 목격하지는 못했다.
버지니아 주민으로 자신을 전직 공무원이라고 소개한 마이크 씨는 "매우 안타깝다"며 "한 때 우리는 서로 동의하지 않아도 예의 바르게 대화하는 민주주의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냥 서로 소리만 지르고 대화는 없는 싸움만 한다. 대화하지 못한다면 미국의 장래는 어둡다"고 말했다.
이날 법원 앞에는 일반 시민보다 현장을 취재하러 온 기자 등 언론 관계자들이 훨씬 더 많았고, 언론사들이 취재를 위해 설치한 천막이 법원을 에워쌌다. 미국 언론은 물론 한국, 일본, 프랑스 등 여러 나라 특파원이 관심 있게 취재했다.
법원 주변에는 '건너지 마시오'라고 적힌 노란 테이프를 붙인 철제 울타리가 설치됐으며 경찰은 인근 도로를 폐쇄하고 도로변 주차를 금지했다.
트럼프가 탑승한 차가 법원에 진입하는 도로 쪽에는 트럭을 세워 '임시 장벽'을 설치하기도 했다.
법원 동쪽으로 걸어서 10분도 안 될 거리에는 2021년 1월 6일 트럼프의 극렬 지지자들이 폭동을 벌인 현장인 연방의사당 건물이 보였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출석한 법원에서는 의회 폭동 가담자 약 1천명에 대한 사법처리가 이미 진행된 바 있다.
익명을 요청한 중년 남성은 자신은 무당층이라면서도 "바로 그날 트럼프를 체포해 감옥에 던져넣었어야 했다"며 "그는 미국인에게 거짓말하고 우리 정부와 나라를 파괴해 독재자가 되려고 한다"고 말했다.




blueke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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