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사흘째 산불 대란…53명 숨지고 공항서 수천명 발동동(종합)

입력 2023-08-11 11:05   수정 2023-08-11 17:42

하와이 사흘째 산불 대란…53명 숨지고 공항서 수천명 발동동(종합)
건물 1천700여채 불타…대피소에 이재민 1천여명 수용
수령 150년 넘은 나무·역사적 건물 등 소실…화재 진압률 70∼80%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10일(현지시간)까지 사흘째 산불이 확산 중인 가운데, 당국이 파악한 화재 사망자 수가 53명으로 늘었다.
마우이 카운티는 웹사이트에 게시한 보도자료에서 이날 오후 1시 10분 기준으로 17명의 사망자가 추가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전날 밤 집계한 36명에 더해 17명이 추가되면서 전체 사망자 수는 53명으로 늘었다.
사망자들에 관한 세부적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이날 CNN 인터뷰에서 이번 화재 사망자 수가 앞으로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린 주지사는 "1960년에 큰 파도(쓰나미)가 섬을 관통했을 때 6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며 "이번에는 사망자 수가 그보다 훨씬 더 많을 것 같아서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화재로 1천700여채의 건물이 파괴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라하이나의 약 80%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라하이나는 마우이섬에서 산불이 덮친 주요 피해 지역이다. 이 지역 주택과 상가 등 대부분이 목조건물이어서 화재 피해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8일 오전 0시 22분께 마우이섬 중부 쿨라 지역에서 첫 산불이 신고됐고, 이어 오전 6시 37분께 서부 해변 마을 라하이나 인근에서 또다른 산불이 신고됐다. 라하이나에서 발생한 불은 한때 진압됐다가 허리케인이 몰고 온 강풍을 타고 오후에 다시 살아나 삽시간에 해변 마을을 덮쳤다.
또 중부 쿨라 지역 인근 서쪽 해안인 키헤이 지역에서도 추가로 산불이 발생해 마우이섬에서 모두 3건의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라하이나 중심 거리인 프런트 스트리트에서 선물가게를 운영하던 티파니 키더 윈은 이날 피해 상황을 확인하러 현장에 갔다가 주변 거리에 불에 탄 차량들이 줄지어 있는 것을 발견했으며, 그중 일부는 내부에 불에 탄 시체가 있었다고 AP통신에 전했다.
또 인근 해안가 방파제에서도 시신 한 구를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키더 윈은 "그들(사망자들)은 탈출하려 했지만, 교통 체증에 갇혀 프런트 스트리트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며 "주변의 모든 랜드마크가 (불에 타) 사라져 내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식당 요리사로 일하던 말론 바스케스는 화재 발생 경보음을 들었을 때 이미 차를 타고 탈출하기에는 너무 늦은 상황이어서 동생과 함께 밤새도록 도로를 달려 빠져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불이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달리고 또 달렸다"며 "연기가 너무 심해서 구토를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카운티 당국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기준으로 라하이나 지역의 화재 진압률이 80% 정도라고 밝혔다. 키헤이 지역의 화재 진압률은 70% 정도다.
AP에 따르면 하와이주 국방부의 케네스 하라 소장은 전날 밤까지 주방위군의 헬기가 화재 현장에 15만갤런(56만8천L)의 물을 투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산불은 전날 하와이 본섬 북부 지역 2곳에서도 추가로 발생했다. 다만 이들 지역의 화재는 아직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당국은 전했다.

마우이섬 카훌루이 공항 인근 와일루쿠 등에 마련된 대피소 5곳에는 모두 1천350명이 밤새 머물렀다. 이 가운데 여행객들은 섬을 떠날 수 있도록 이날 오전 공항으로 이송됐다.
카훌루이 공항에는 여행객 1천400명이 밤새 머물다 이날 오전 비행기를 타고 섬을 빠져나갔다. 항공사들은 마우이를 떠나는 여행객들을 위해 이날 항공편을 추가했으며, 항공권 변경 수수료도 면제했다.
하와이주 교통국장 에드 스니펜은 전날 약 1만1천명이 마우이섬을 떠났으며, 이날에는 1천500여명이 더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라하이나 등 마우이섬 일부 지역에서는 유선·휴대전화 연결이 간헐적으로 끊기는 등 통신이 원활하지 않고, 정전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정전현황 집계사이트 파워아우티지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마우이섬의 1만942가구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고 있다.
마우이 당국은 통신의 어려움 등으로 가족·친지와 연락이 닿지 않는 이들을 위해 카훌루이 커뮤니티센터에 '가족지원센터'를 열었다.
미 언론들은 이번 하와이 마우이섬 산불이 역대 미국에서 발생한 화재 중 2018년 85명의 사망자를 낸 캘리포니아주 북부 '캠프파이어 산불' 이후 가장 피해 규모가 큰 산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에 화재 피해가 큰 라하이나 지역은 19세기 초 하와이 왕국의 수도였던 곳으로, 역사적인 가치가 큰 문화재가 대부분 파괴됐다.
하와이관광청에 따르면 라하이나는 국립 사적지로 등재돼 있으며, 이곳의 프런트 스트리트는 미국도시계획협회에서 '10대 거리' 중 하나로 선정한 곳이다.
또 이곳에는 1873년 인도에서 들여와 심은, 미국에서 가장 큰 반얀트리(Banyantree)가 있어 주변이 공원으로 조성돼 있었는데, 이번에 모두 불에 타 까맣게 그을린 모습이 언론 사진에 포착됐다.
1830년대 주택인 볼드윈 홈 박물관도 잿더미로 변했다고 CNN은 전했다.


mi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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