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서남부에 폭풍우 강타…"LA 한인타운 아파트 지붕 일부 파손"

입력 2023-08-21 12:59  

美 서남부에 폭풍우 강타…"LA 한인타운 아파트 지붕 일부 파손"
멕시코서 1명 사망…미국에서 인명피해는 아직 없어
LA 동쪽 내륙서 도로·병원 등 침수…LA교육구 전체 휴교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미국 서남부에 열대성 폭풍이 상륙해 많은 비를 뿌리면서 건물 파손, 침수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 기상청(NWS) 국립허리케인센터에 따르면 열대성 폭풍인 '힐러리'가 이날 오후 캘리포니아주에 상륙해 5시 기준으로 팜스프링스에서 동쪽으로 약 40㎞ 떨어진 지점을 지나고 있다. 이곳은 인구 약 380만명의 대도시 로스앤젤레스(LA)에서 동쪽으로 210㎞가량 떨어진 내륙 지역이다.
힐러리는 당초 최고 풍속이 시속 145마일(233㎞)에 달하는 4등급 허리케인으로 관측됐다가 멕시코 해안을 따라 북상하면서 세력이 약해져 이날 오전 열대성 폭풍으로 강등됐다.
하지만 미 기상청은 이 폭풍이 폭우를 몰고 와 "재앙적이고 생명을 위협하는 홍수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최대 풍속은 시속 85㎞ 수준이지만, 강우량은 최대 25㎝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다.

힐러리는 멕시코의 바하 칼리포르니아 반도를 지나오면서 인명피해도 냈다.
AP통신에 따르면 전날 이 반도의 동부 해안 산타 로살리아 마을에서 강물이 범람하면서 1명이 휩쓸려 익사했다. 강물에 휩쓸린 다른 4명은 소방대에 구조됐다.
미국에서는 다행히 아직 인명피해가 보고되지 않았다.
하지만 폭풍이 샌디에이고와 LA를 지나면서 일부 지역에서 나무들이 쓰러졌고, 팜스프링스와 코첼라 밸리 인근 사막의 도로에서는 차량 수십 대가 침수됐다.
또 랜초 미라지에 있는 아이젠하워 메디컬센터의 응급실도 일부 침수돼 직원들이 물을 퍼내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크리스틴 크롤리 LA 소방서장은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 폭풍으로 인한 부상자나 큰 피해 보고는 없었으나, 물이 범람했다는 신고가 12건 넘게 접수됐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그는 소방관들이 배수로 터널에서 차량 2대를 발견했으며, 인근의 강 하류에서 물에 빠진 1명을 발견해 구조했다고 전했다.
또 한인타운의 한 아파트 지붕 일부가 무너졌다는 주민들의 신고도 접수됐다고 전했다.
다만 주LA총영사관 관계자는 이날 오후 6시께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다행히도 폭풍우와 관련해 우리 국민이나 한인 동포들의 피해가 (영사관에) 접수된 것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캐런 배스 LA 시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이것은 전례 없는 기상 이변"이라며 "주민들은 당국의 별도 지시가 있을 때까지 집에 머무르는 것이 중요하다. 불필요한 이동을 피하라"고 당부했다.
미국의 정전현황 집계사이트 파워아우티지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기준으로 LA 카운티의 2만3천346가구, 리버사이드 카운티의 6천842가구에 전기가 끊긴 상태다.

한인 동포들이 많이 사는 LA 남쪽 샌디에이고에도 많은 비가 내렸지만, 아직 이렇다 할 피해는 전해지지 않았다.
백황기 샌디에이고 한인회장은 "아직 피해는 없다"며 "비는 조용히 온 편이고, 이제 바람이 좀 불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들 여기서 처음 경험하는 폭풍이다 보니 식당을 운영하는 분들은 건물 앞에 모래주머니를 쌓아놓고, 집 마당에 있는 물건들을 다 들여놓는 등 준비를 많이 했다"며 "얼마 전에 하와이 산불이 있었던 영향인지 시장이나 공무원들도 아주 발빠르게 대응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교육구인 LA 교육구는 월요일인 21일 관내 모든 학교의 문을 닫기로 했다고 밝혔다.
힐러리는 시속 37㎞ 속도로 북쪽을 향해 이동하고 있어 이날 밤 캘리포니아를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폭풍은 네바다주까지 당도할 가능성도 있어 네바다 남부 지역에도 홍수 위험이 경고됐다.
조 롬바르도 네바다주지사는 이날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민들에게 경계를 늦추지 말라고 당부했다.

국립허리케인센터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에 열대성 폭풍이 상륙한 것은 1997년 '노라' 이후 26년 만이다. 다만 당시 폭풍은 상륙 직후 기세가 약해져 별 피해 없이 지나갔다.
캘리포니아에 큰 피해를 냈던 열대성 폭풍은 1939년에 발생한 것으로, 남부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홍수로 45명이 사망하고 바다에서 선박 등이 전복돼 48명이 숨졌다.
이번에 상륙한 힐러리는 1939년의 열대성 폭풍 이후 84년 만에 가장 강력한 폭풍으로 관측됐다.
열대성 저기압은 보통 캘리포니아에 도달하기 전에 강도가 약해지는데, 이번 힐러리는 매우 강하고 빠르게 이동하면서 캘리포니아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힐러리가 계속 살아남아 네바다주까지 당도하면 네바다주에 상륙한 최초의 열대성 폭풍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한편 이날 캘리포니아주 남부에서는 규모 5.1의 지진도 발생해 주민들을 놀라게 했다.
이날 오후 2시 41분께 로스앤젤레스(LA) 북서쪽에 있는 도시 오하이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했고, 이 일대 주민 2천만여명이 휴대전화로 지진 경보 재난문자를 받았다.
인명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진원지 근처의 주민들은 몇 초간 상당한 진동을 느꼈으며 벽이나 선반에 있던 물건들이 일부 떨어져 깨지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폭풍우 힐러리 상륙에 긴장하던 주민들은 설상가상으로 지진까지 겪으면서 불안에 떨어야 했다.
mi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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