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주민, 영국으로 '탈출' 계속…2년반 동안 12만명 짐싸

입력 2023-08-25 12:45  

홍콩 주민, 영국으로 '탈출' 계속…2년반 동안 12만명 짐싸
2분기 9천800명 등 총 18만명 영국 정착 비자 신청
"젊은층 이어 중산층 움직여"…홍콩은 해외인재 유치 나서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영국이 홍콩국가보안법 시행에 반발해 과거 자국의 식민지였던 홍콩 주민에 이민 문호를 넓힌 이후 2년 반 동안 홍콩인 18만여명이 영국 이주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전날 영국 정부는 2분기에 영국해외시민(British National Overseas·BNO) 비자 프로그램을 통한 영국 비자 신청이 9천800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또한 2분기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영국에 도착한 사람은 1만300명이라고 덧붙였다.
영국은 2020년 6월 중국의 홍콩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발해 2021년 1월 31일 홍콩의 BNO 여권 소지자들을 대상으로 자국 이민 문호를 확대했다.
BNO 비자를 신청하면 5년간 영국에서 거주·노동이 가능하다. 영국 정부는 이후 이들에게 정착 지위를 부여한 뒤 다시 12개월 후에 시민권 신청을 허용하기로 했다.
영국은 1997년 7월 1일 홍콩을 중국에 반환하면서 그해 6월 30일 이전에 태어난 홍콩인 340만 명에게 BNO 지위를 부여했다. 이들의 부양가족까지 합치면 모두 540만 명이 영국 시민권 획득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정부는 BNO 비자 프로그램에 지금까지 18만2천600명의 신청이 접수됐고, 지난 6월까지 그중 97%인 17만6천407명에 대한 승인이 났다고 밝혔다.
이어 BNO 비자를 얻은 후 영국에 도착한 홍콩인은 12만3천800명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와 별도로 영국에서 BNO 비자를 얻은 이가 2만8천758명으로, 지금까지 BNO 비자를 획득한 이는 총 15만2천558명이라고 설명했다.
BNO 비자 프로그램 시행 첫해에 신청이 몰린 데 이어 그 후에도 꾸준히 신청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올해 1분기 9천411명 등 작년 3분기 이후 1년간 BNO 비자 신청자 수가 분기당 약 1만명을 기록하며 안정적 흐름을 보인다고 밝혔다.
SCMP는 "홍콩 주민의 영국 시민권 획득을 위한 비자 신청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민 업계에서는 향후 6개월은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홍콩에서 젊은 층의 영국 이주 붐은 정점을 지났고 이제 중년층이 영국 이민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은 최근 BNO 비자 신청 자격을 확대하고 처리 속도도 높였다.
1997년 7월 1일 이후 출생자가 부모의 BNO 여권을 통해 부모와 독립적으로 BNO 비자를 신청할 수 있게 했고, 급한 사람은 '패스트 트랙'을 이용해 비자를 더 빨리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이에 지난주 중국 정부는 영국 정부를 향해 "위선적 쇼를 중단하라"고 비난했다.
BNO 비자와 별도로 2020년 초부터 6월까지 영국에 정치적 망명 또는 난민 지위를 신청한 홍콩인은 256명이라고 영국 정부는 밝혔다. 다만 이중 28명에 대해서만 승인이 이뤄졌다.
홍콩 경찰은 지난달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배령이 내려진 8명의 해외 체류 민주 진영 인사에 대해 1인당 100만 홍콩달러(약 1억7천만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이후 수배자들의 가족들을 잇달아 연행해 조사하고 시민들에게는 관련 제보를 독려하고 있다.
홍콩 경찰이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현상금을 내건 것은 처음으로, 이는 실제 이들을 체포할 가능성이 작은 가운데서도 홍콩 사회에 두려움을 불어넣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당국의 해당 수배령 직후 제임스 클레버리 영국 외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영국과 해외에 있는 개인을 위협하고 침묵시키려는 중국의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영국은 언제나 표현의 자유의 보편적 권리를 옹호할 것이며 타깃이 된 이들의 편에 설 것"이라고 반발했다.
영국 이주 홍콩인들의 생활이 녹록하지 않음에도 이민 붐이 이어지는 데는 이러한 홍콩의 상황이 반영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리버풀대가 최근 현지로 이주한 홍콩인 1천3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3분의 1만이 정규직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1월 1일부터 12월 15일까지 진행돼 지난 6월 발표된 해당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80%는 대졸자임에도 영국에서 정규직을 얻는 데 어려움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응답자의 61%는 가까운 미래에 홍콩으로 다시 돌아갈 뜻이 없다고 밝혔다.
홍콩인들의 이민 붐에 대응해 홍콩 당국은 지난해 12월 여러 해외 인재 유치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더스탠더드에 따르면 전날 홍콩 노동복지부 크리스 선 장관은 중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올해 1∼7월 다양한 해외 인재 유치 프로그램을 통해 목표보다 훨씬 많은 약 12만명이 지원했고 그중 7만5천명이 비자를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선 장관은 이어 여러 프로그램 중 지난해 12월 28일 개시한 '고급 인재 통행증 계획'을 통해서는 약 4만명이 지원했고 그중 3만여명이 비자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인재 유치 프로그램을 면밀히 점검하고 조정해 치열한 인재 유치 경쟁에서 홍콩의 우위를 보장하고 외국 인재들이 홍콩 경제 발전에 더 잘 통합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선 장관은 비자 신청자들의 출신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대부분은 중국 본토인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콩의 금융권과 학계가 중국 출신 인재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다양한 일터에서 중국 본토인들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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