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이슬람 의상 '아바야' 교내 금지"…진보진영 "낙인찍기"(종합2보)

입력 2023-08-29 00:44  

프랑스 "이슬람 의상 '아바야' 교내 금지"…진보진영 "낙인찍기"(종합2보)
정교분리 원칙 강조…정부 대변인 "'아바야' 착용은 정치적 공격"
우파·학교 현장 '환영'…좌파 진영에선 찬반 엇갈려



(서울·파리=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 정부가 학교에서 이슬람 전통 의상인 아바야 착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정교분리 원칙에 기반한 결정인데, 일각에선 이슬람 혐오를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교육부 장관은 2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아바야는 학교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앞으로 교내 착용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아바야는 몸 전체를 뒤덮는 긴팔 원피스 형태의 이슬람 의상이다.
아탈 장관은 "우리 학교는 시험에 들었다"면서 "지난 몇 달 동안, 특히 일부 시설에서 아바야나 카미(무슬림 남성이 착용하는 긴 옷)와 같은 종교적 복장을 착용해 세속적 규칙을 위반하는 사례가 상당히 증가했다"고 우려했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아탈 장관은 전날 프랑스 TF1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도 "(교내) 세속주의는 학교를 통해 자신을 해방할 수 있는 자유를 뜻한다"며 "교실에서는 학생을 보고 그 종교를 식별할 수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올리비에 베랑 정부 대변인도 이날 아침 BFM TV에 출연해 아바야는 "명백한 종교적 의복"으로, 이를 착용하는 것은 "정치적 공격, 정치적 신호"라며 정부의 아바야 금지 방침을 옹호했다.
그는 "학교는 세속적인 곳으로 종교적 복장을 위한 곳이 아니다"라며 정교분리 원칙을 다시금 강조했다.


프랑스는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정치나 교육 등 공적 영역에서 표면적으로 종교적 소속을 보여주는 복장이나 표식을 착용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큰 십자가나 유대인 키파(모자), 이슬람 머릿수건인 '히잡' 등이 포함된다.
프랑스 정부는 이전부터 히잡 착용을 금지했으나, 검소한 복장에 대한 이슬람교 신념에 맞춘 길고 헐렁한 옷인 아바야는 회색지대에 있어 명확한 금지령이 내려지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수개월간 교내 아바야 착용이 증가하면서 이를 둘러싸고 학교와 학부모들 사이에 긴장이 이어지는 등 관련 논쟁이 계속돼 왔다.
실제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2022-2023학년도 '세속주의 위반' 신고 건수는 총 4천710건으로, 이전 학년도의 2천167건 대비 120% 증가했다.
정부가 아바야 금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내리자 학교 현장에서는 환영의 목소리가 나왔다.
프랑스 자율노조연맹(UNSA) 전국학교장조합(SNPDEN)의 브뤼노 봅키위츠 사무총장은 "지침이 명확하지 않았는데 이제 명확해졌기에 환영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우파 야당인 공화당(LR)의 에릭 시오티 대표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학교에서 아바야를 금지할 것을 거듭 촉구해왔다"며 "우리가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준 교육부 장관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와 녹색당(EELV), 프랑스공산당(PCF), 사회당(PS) 등이 함께하는 좌파 연합 '뉘프(Nupes)' 내엔 균열이 생겼다.
사회당과 공산당은 정교분리 원칙에 따른 정부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사회당의 제롬 구에지 의원은 "우리의 지침은 학교에서 노골적인 상징물을 금지하는 것"이라고 말했고, 파비앙 루셀 프랑스 공산당 대표는 "우리나라에 있는 6만개 학교 중 150개 학교에만 해당하는 내용이더라도 학교장들은 명확한 지침이 필요했다"고 수긍했다.
반면 LFI와 녹색당은 정부의 결정이 "이슬람 혐오적"이라거나 "낙인찍기"라고 비난했다.
장뤼크 멜랑숑 LFI 대표는 "여성 복장을 둘러싼 터무니없고 인위적인 종교 전쟁으로 인해 새 학기의 시작이 정치적으로 양극화한 것을 보는 게 슬프다"며 "분노하기보다는 단결하는 진정한 세속주의"를 촉구했다.
같은 당 소속 클레망틴 오탱 하원의원도 이번 정부 결정은 "위헌적이며 세속주의의 기본 원칙에도 반한다"면서 "무슬림에 대한 강박적 거부 증상"이라고 비판했다.
시리엘 샤틀랭 녹색당 의원은 "우선순위"는 "배제와 낙인의 논리에 있는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이번 정부의 아바야 금지 방침이 법적 소송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선 학교가 아바야 금지 시기를 두고 혼선을 겪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AFP는 이번 발표가 34세의 아탈 장관이 올해 7월 사회적 논란이 되는 교육 현안들을 다루는 교육부 수장 자리에 오른 뒤 보인 첫 번째 주요 행보라고 평가했다.
프랑스 정계의 떠오르는 스타인 아탈 장관은 제랄드 다르마냉(40) 내무장관과 더불어 2027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임기 이후 차세대 지도자로 주목받고 있다.

cheror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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