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리비아 외무 회동…리비아서 "경악할 일" 비난 빗발

입력 2023-08-28 09:20  

이스라엘·리비아 외무 회동…리비아서 "경악할 일" 비난 빗발
이스라엘 "유대인 유적 보호 논의" 일방적 기습 발표
리비아, 항의여론 들끓자 외무장관 직무정지·경위조사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이스라엘과 리비아 외무장관의 회동 소식이 전해지자 리비아 내에서 후폭풍이 일었다.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부 장관은 2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마즈라 마고시 리비아 외무부 장관과 지난주 이탈리아 로마에서 만났다고 밝혔다.
코헨 장관은 "리비아 외무장관과 양국관계의 큰 잠재력에 대해 얘기했다"며 "회당과 공동묘지 등 리비아 유대인들의 유적을 보호하는 것의 중요성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방적으로 이뤄진 이번 발표에서 리비아가 이스라엘에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회담이 열린 이탈리아와 리비아 정부는 이번 회동의 성격 등 사실관계에 대한 말을 아꼈다.
리비아에서는 시온주의(유대인 민족주의 운동) 단체와 관계 정상화를 법으로 금지하는 까닭에 논란이 불거졌다.
수도 트리폴리와 외곽 거리에서는 항의 시위가 확산해 젊은이들이 길을 막고 타이어를 태우며 팔레스타인 깃발을 휘날렸다.

국가원수의 지위를 지닌 대통령 위원회는 압둘하미드 드베이바 리비아 통합정부(GNU)에 회동 경위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리비아 정치권에 고문 역할을 하는 국가 고위위원회도 회동에 경악했다며 관계자 문책을 요구했다.
드베이바 총리는 마고시 장관의 직무를 일시 정지하고 법무장관이 이끄는 정부 위원회가 사실관계를 조사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마고시 장관 측은 코헨 장관과의 회동이 공식 회담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리비아 외무부는 "이탈리아 외무부에서 모임을 하던 중 준비되지 않은 채로 무심코 마주친 것"이라며 "어떠한 논의, 합의 또는 협의도 없었고 관계정상화에 절대적 반대를 재확인한다"고 설명했다.
북아프리카에 있는 다른 국가들처럼 리비아에도 유대인 유적이 많다.
그러나 리비아는 과거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정권 시절부터 팔레스타인을 지지해 유대인 수천명을 추방하고 유대교 회당도 파괴했다.
지금도 리비아에는 같은 기조에서 이스라엘에 거리를 두는 대외정책을 지지하는 여론이 강하다.

리비아는 2011년 중동, 북아프리카를 휩쓴 민주화 운동 '아랍의 봄' 여파로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무장세력 난립에 혼란을 겪고 있다.
유엔이 인정하는 GNU와 동부 유전지대를 점거한 권위주의자 칼리파 하프타르의 리비아 국민군(LNA)의 내전이 지속됐다.
각자 적법한 정권을 자처하는 양측은 2020년 10월 유엔 중재로 스위스 제네바에서 휴전 협정에 서명하고 선거 일정에 합의했다.
그러나 두 세력 간 유혈사태는 되풀이됐고 상호불신과 제도 미비 속에 선거도 치러지지 않았다.
리비아는 지속되는 무력충돌과 정부의 정통성 논란 속에 대외정책 추진도 차질을 빚고 있다.
앞서 GNU가 추진한 튀르키예와의 합의도 의회의 반대 속에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이스라엘은 미국이 주도한 아브라함 협약을 통해 최근 수년간 일부 아랍권 국가와 관계를 정상화하고 있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초강경파 정권은 요르단강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주민 탄압과 점령지 내 유대인 정착촌 확대 때문에 아랍권 국가에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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