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허리띠 졸라맨 내년 예산, 선심성 사업 과감히 더 걷어내야

입력 2023-08-29 16:19  

[연합시론] 허리띠 졸라맨 내년 예산, 선심성 사업 과감히 더 걷어내야


(서울=연합뉴스) 내년도 나라살림 규모가 올해보다 2.8% 늘어난 656조9천억원으로 편성됐다. 재정 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예산 지출 증가 폭이다. 역대급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긴축재정을 꾸린 것이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내년도 총수입은 총지출보다 45조원가량 부족한 612조1천억원 규모로 짰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9%까지 불어나면서 정부의 재정준칙 한도(3.0%)를 넘어선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폭 감소한 세수 여건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재정수지 적자 악화 폭을 최소화했다"며 "건전재정 기조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세수 부족으로 총지출 증가 폭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약 23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필요 사업에 투입할 재원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세부 구조조정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주요 분야로 연구·개발(R&D)과 국고보조금 사업이 꼽혔는데 R&D 사업에서 7조원, 보조금 사업에서 4조원 규모의 구조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절감된 예산은 사회복지 및 안전 분야에 집중적으로 배치돼 복지 분야 예산이 8.7% 증액됐고, 공공질서·안전 예산도 6.1% 확대 편성됐다. 구체적인 사업으로는 4인 가구 기준 생계급여가 13.2% 오르고, 저출산 대응을 위해 유급 육아휴직 기간을 18개월로 6개월 늘렸다. 병장 기준 사병 월급을 사회진출지원금을 포함해 월 130만원에서 165만원으로 인상한 점도 눈에 띈다.

내년 예산 지출 증가 폭 2.8%는 지난 6월 말 재정전략 회의에서 보고된 증가 폭 '4% 중반' 보다 대폭 낮아진 것이다. 내년 경상성장률 전망(4.9%)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재정 지출이 경제 규모 확대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의미다. 확장재정정책을 펼쳤던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8∼2022년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은 연 7∼9%대였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증가 폭이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평균 증가치는 5% 중반이었다. 지금까지 유례가 없는 급격한 재정 긴축 기조는 그간 재정에 의존해온 경제 전반에 또 다른 충격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내년에도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경기 전망과 맞물려 충분한 재정 여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현 정부의 '건전 재정' 원칙은 확고하다. 추 부총리는 "일각에서는 경제가 어려우니 빚을 더 내서라도 현금성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하지만, 미래세대의 부담을 통해 눈앞의 손쉬운 이득을 얻겠다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재정적자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올 6월 말 현재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83조원 수준으로 정부가 제시한 올해 연간 전망치(58조2천억원)를 25조원 정도 웃돌았다. 내년도에는 더 늘어나 92조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가채무도 6월 말 기준 1천83조4천억원까지 늘어났다. 물론 전임 정부 때 나랏빚이 많이 늘었다. 내년에는 국가 채무가 1천200조원을 목전에 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정 건전성은 국가의 신인도 평가의 핵심 요소라고 한다. 이달 초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12년 만에 한단계 내리면서도 재정적자 문제를 주된 이유로 들었다.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올해보다 4.6%가 늘어났는데 신공항, 고속철도 등에 대규모 예산이 배정된 것을 두고 내년 4월 총선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이 가고 있다. 앞으로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정부와 여야가 머리를 맞대 선심성 예산은 과감히 걷어내는 노력을 계속 기울여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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