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당 대표들과 12시간 마라톤 회동…결과는 사실상 '빈손'

입력 2023-08-31 18:42  

마크롱, 당 대표들과 12시간 마라톤 회동…결과는 사실상 '빈손'
최저임금 미만 직종에 대한 '사회적 회의 조직'에만 의견 일치
법안 처리 위한 국민투표 논의했으나 구체적 합의 못 이뤄
우파 '회의적'·좌파 '냉소'…정부는 "역사적인 일" 의미 부여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각 정당 대표가 12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동을 했지만 생산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31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몽드와 르피가로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의 제안으로 전날 성사된 이번 회동은 12시간이 지난 이날 새벽 3시께 마무리됐다.
이 자리는 마크롱 대통령이 정당 대표들에게 정부 정책 추진 협조를 구하기 위해 마련했다. 현재 프랑스 하원은 여소야대 지형이라 정부 정책을 위한 입법 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전국을 극심한 내홍으로 몰아넣었던 연금 개혁 법안이었다.
그러나 이날 회동으로 결정된 사안은 최저임금 미만 직종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사회적 회의'를 조직하기로 한 게 전부라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여러 차례 언급한 국민투표를 두고도 많은 이야기가 오갔으나 국민투표에 올릴 안건 등에 있어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파 공화당(LR)의 에릭 시오티 대표는 프랑스2 방송과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발표는 없었다"며 "최악의 경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기껏해야 몇 가지 제안이 결실을 볼 것"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오티 대표는 자신의 경우 폭력과 마약, 공동체주의와 이민 문제를 주로 거론했다고 덧붙이며 특히 이민 문제와 관련해 "국민투표를 자주 활용하자고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극우 성향인 국민연합(RN)을 대표해 회동에 참석한 조르단 바르델라 의원도 이날 새벽 회동을 마치고 나오면서 기자들에게 "솔직한 대화를 나눴지만, 현재로서는 결론이 없다"고 말했다.


좌파 진영의 반응은 더 차가웠다.
극좌 성향의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마누엘 봉파르 하원 의원도 프랑스 앵포와 인터뷰에서 "오늘날 프랑스가 직면한 어려움을 알고 있는데도 진지한 대응도, 대책도, 구체적인 발표도 없이 12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상당히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봉파르 의원은 특히 마크롱 대통령이 물가 동결, 연금 개혁에 관한 국민투표, 임금 인상 등 좌파 진영의 요구를 "손바닥 뒤집듯 무시했다"며 "솔직한 대화를 나눴지만, 현 단계에서는 아무것도 끌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파비앙 루셀 공산당 대표도 RTL 라디오에 출연해 "솔직하고 진지하게 토론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서로 견해차가 있는 부분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 측은 그러나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 기록될 만한 일"이라며 전날 회동에 의미를 부여했다.
올리비에 베랑 정부 대변인은 프랑스 앵포에 출연해 "서로 대화하지 않고 듣지 않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비공개로 만나 한밤중까지 의견을 나눴다"며 이같이 말했다.
르몽드는 회동 참석자들이 향후 실무 회의를 위해 다시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구체적인 일정은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s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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