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이 방화·습격"…간토대지진 당시 어떤 헛소문 돌았나

입력 2023-09-01 09:53  

"조선인이 방화·습격"…간토대지진 당시 어떤 헛소문 돌았나
지진 발생 다음날 경찰에 신고 몰려…조선인 지목 사례 유독 많아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어젯밤 화재는 조선인이 방화하거나 폭탄을 터뜨려 일어났다."
100년 전 일본 간토(關東) 지방을 덮친 간토대지진 이튿날 오전 10시께 경찰이 접수한 신고 내용이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경시청이 1925년 펴낸 '다이쇼 대지진 화재지'에서 도쿄대지진 당시 경찰에 보고된 이 같은 주요 유언비어를 모아 1일 소개했다.
간토대지진은 1923년 9월 1일 오전 11시 58분께 발생했다.
지진 직후인 그날 오후 1시께는 '후지산 대폭발', '도쿄만에 맹렬한 지진해일 온다', '또 대지진이 온다'처럼 또 다른 재해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말이 경찰에 신고됐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3시께는 '사회주의자와 조선인의 방화가 많다'는 성격이 다른 헛소문이 경찰에 보고됐다.
조선인을 모함하는 유언비어는 지진 다음 날에 집중적으로 확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1923년 9월 2일 오후 2시부터 '조선인 약 3천 명이 다마가와를 건너 나카노부 습격', '요코하마의 큰불은 조선인이 방화', '조선인이 하라다마치에 습격하러 옴' 같은 구체적인 정보를 담은 낭설을 속속 접수했다.
이후에도 하루 동안 '메구로 탄약고 습격', '요쓰기바시 부근에서 폭행', '전차 종점 우물에 독 투입' 등 조선인들이 각종 사건을 벌였다는 허위 신고를 받았다.
이튿날에도 '조선인이 스미다역 습격', '병사가 조선인 병사 진압을 위해 쓰키시마에' 같은 유언비어가 돈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는 "조선인에 관한 잘못된 정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며 "일본 변호사연합회는 2003년에 펴낸 보고서에서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당국이 그릇된 정보를 확산한 사례도 있었고, 이는 각지에서 자경단 결성을 독려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며 "정부는 9월 5일 조선인에 관한 신문기사 게재 금지를 명령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다나카 마사타카 센슈대 교수는 "일본 민중은 식민지배에 저항했던 조선인의 민족운동을 탄압한 경험에서 기인한 증오와 공포가 있었다"고 짚었다.
간토대지진 당시 일본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했고, 일본 사회에는 유언비어가 유포돼 약 6천여명으로 추산되는 조선인이 살해됐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는 희생자 추도식에 별도의 추도문을 보내지 않고 있다.
아사히는 "희생자의 이름을 새긴 묘지는 적고, 살해된 조선인의 신원은 대부분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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