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서 주민과 공존한 '명물곰' 총에 맞아 숨져…분노 확산

입력 2023-09-02 00:58   수정 2023-09-02 17:16

伊서 주민과 공존한 '명물곰' 총에 맞아 숨져…분노 확산
총쏜 남성 "겁이 나서 쐈다"…국립공원 "정당화할 수 없어"
60마리만 남은 멸종위기종…어미 잃은 새끼들 '행방묘연'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중동부 아브루초에서 '아마레나'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어미 곰이 총에 맞아 죽자 지역 사회가 슬픔과 분노에 잠겼다고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마레나는 전날 밤 아브루초·라치오·몰리세 국립공원 인근에서 한 남성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이 소식은 국립공원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국립공원 측은 이 남성의 신원을 확인한 뒤 경찰에 인계했다. 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겁이 나서 쐈지만, 죽일 생각은 없었다"며 "내 집에서 곰을 발견했고, 충동적이고 본능적인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아브루초 지역의 '마스코트'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아마레나는 마르시칸 갈색곰으로, 지구에서 가장 희귀한 종류의 곰이다. 현재 60마리 정도가 살아있어 심각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마르시칸 갈색곰은 비교적 온순한 기질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에 대한 공격성은 보이지 않는다.
국립공원 측은 "공원 역사상 가장 많은 새끼를 낳은 암컷 중 한 마리에 영향을 미쳐 약 60마리 개체군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며 "매우 심각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아마레나는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어떤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다"며 "이번 일을 정당화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국립공원 측은 아마레나의 새끼들이 홀로 살아남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새끼 두 마리를 찾고 있지만 현재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르코 마르실리오 아브루초 주지사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지역 전체에 고통과 분노를 안긴 매우 심각한 행위"라고 말했다.
아마레나는 이탈리아어로 블랙체리를 뜻한다. 마을에 자주 출몰하는 이 어미 곰이 블랙 체리를 특히 좋아해 지역 주민들이 붙여준 애칭이다.
이 어미 곰은 새끼 두 마리와 함께 지난달 26일 아브루초의 산 세바스티아노 데이 마르시 마을을 활보하며 지역 주민들을 즐겁게 했다. 어미 곰이 마을에서 길을 건너려다 뒤처진 새끼들을 기다리는 동영상은 큰 화제가 됐다.
아마레나는 올해 1월 교통사고로 죽은 후안 카리토의 어미 곰이다.
후안 카리토는 아마레나가 2020년에 낳은 네 마리 새끼 중의 하나로, 식탐이 많기로 유명했다.
2년 전에는 산악 마을 로카라소의 빵집에 침입해 난장판으로 만들고 비스킷 한 판을 먹어 치워 '빵집털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아마레나가 숨졌다는 비보가 전해진 뒤 국립공원 페이스북에는 아브루초 주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주민들이 수천개의 댓글을 달았다.
"오늘은 아브루초뿐만 아니라 국가 애도의 날이다", "엄청난 고통", "믿을 수 없다", "이 세상에 그들을 위한 평화란 없다" 등 슬픔과 무력감이 담긴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총을 쏜 남성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댓글도 많았다고 '라 레푸블리카'는 전했다.
이탈리아에서 곰이 언론매체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4월에는 이탈리아 북부의 산악마을 인근 숲에서 조깅하던 청년을 살해한 암컷 불곰 'JJ4' 안락사 여부를 놓고 격렬한 논쟁이 일었다.
지역 당국은 문제의 곰을 사살하려 했지만, 법원에서 사살을 유예하라며 제동을 걸었다.
'JJ4'의 운명을 결정할 법원 심리는 오는 12월에 열릴 예정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은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JJ4와 새끼 곰들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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