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오염수 방류 열흘 넘은 후쿠시마 원전…철제배관서 '콸콸' 진동

입력 2023-09-03 16:06  

[르포] 오염수 방류 열흘 넘은 후쿠시마 원전…철제배관서 '콸콸' 진동
"제3의 기관 모니터링 참여 어떻냐" 묻자 "IAEA가 한다"…초점 안 맞는 문답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의 해양 방류를 강행한 지 열흘을 넘어섰다.
방류 개시 10일째인 지난 2일 도쿄역에서 3시간 넘게 기차를 타고 도착한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도쿄전력은 이날 해양 방류의 안전성을 홍보하고자 외국 언론사 기자들을 초청해 현장 공개 취재 행사를 열었다.

발전소 부지내 원전 5호기와 6호기 앞에 자리 잡은 희석 설비 쪽으로 바닷물을 끌어올리는 펌프 옆 배관으로 다가가자 물이 흘러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른바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정화한 오염수를 희석하기 위해 끌어올린 바닷물이 파이프 안을 흐르는 소리다.
30m쯤 더 걸어가자 대량의 바닷물과 오염수를 섞은 물이 해저터널로 투입되기 직전 거치는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의 대형 수조가 나왔다.
더 이상의 접근은 불허해 그 안까지 들여다볼 수는 없었지만, 콘크리트 구조물 위로 연결된 대형 파란색 철제 파이프에서는 강한 물줄기가 콸콸 소리를 내며 수조로 흘러내리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듯이 진동마저 전달됐다.

도쿄전력은 하루에 약 460t의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해 방류하는 작업을 17일간 진행, 일차적으로 오염수 7천800t을 바다로 내보낼 계획이다.
그 뒤 다시 날짜를 잡아 같은 방식으로 내년 3월까지 7천800t씩 세 차례 더 방류할 계획이다.
ALPS로 정화하고 3개월가량의 방사성 핵종 정밀 분석을 거친 탱크군의 물을 방류하는 만큼 중간중간 방류 휴지기간이 필요하다는 게 도쿄전력의 설명이다.
삼중수소는 신속 분석으로 매일 측정하지만 다른 핵종은 정밀 분석으로 확인한다는 얘기다.
내년 3월까지 방류될 것으로 예상하는 오염수 양은 3만1천200t으로, 이는 현재 보관 중인 오염수의 2.3% 수준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는 이미 약 134만t의 오염수가 1천여개의 대형 탱크에 들어 있으며, 현재도 원전 부지로 유입되는 지하수와 빗물 등으로 인해 오염수는 추가로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가 대체로 30년가량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지금으로서는 해결책이 묘연한 사고 원자로의 폐쇄 작업이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방류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단정하지 못한다.
일본 정부는 사고 원자로를 2041∼2051년까지 폐쇄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방법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도쿄전력은 이날 희석·방류 장치 가동 스위치와 희석·방류 상황 모니터를 갖춘 통제실과 지진 같은 긴급사태 발생시 운영되는 긴급대책본부까지 공개하며 신뢰를 호소했다.

시찰 행사 진행 도중 도쿄전력의 한 직원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한국 사람들은 왜 그렇게 불안해하느냐"는 질문이었다. 어떻게 하면 우리를 믿어주겠느냐며 답답한 표정도 지었다.
기자는 일본에서도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한국도 마찬가지 이유라고 답했다. 불신의 골을 메우기에는 충분하게 믿을 수가 없다고 적당히 강도를 조절해가면서 설명했다. 그러자 대화는 끊어졌다.
사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원전 사고와 그 후 대응 과정에서 적잖은 미숙한 대응으로 불신감을 쌓아왔다.
특히 도쿄전력은 2014년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정황을 파악하고도 이를 장기간 공표하지 않아 은폐 의혹이 제기된 바 있으며 2021년 2월에는 후쿠시마에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고장 난 지진계를 방치한 사실도 드러났다.
현장 취재에 동행한 한 프랑스 기자는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환경단체 같은 제3의 기관이나 전문가 등을 방사성 측정이나 모니터링 작업에 참여시키면 어떻겠냐는 제안도 했다.
그러자 현장 취재 설명을 담당한 도쿄전력의 다카하라 겐이치 씨는 바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분들이 모든 모니터링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며 삼중수소 측정 방식 등을 길게 설명했다.
IAEA 모니터링만으로는 불신이 해소되지 않으니까 제3의 단체나 전문가 참여를 주장하는 의견이 나오는 상황인데, 못 알아들었다는 듯이 딴 얘기를 늘어놓은 셈이다.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해 일본산 수산물의 전면 금지 조치를 취한 중국 정부와 일본 정부 간에도 비슷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재일중국대사관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글에 대해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하지 말도록 요구한다"며 조목조목 내용을 반박했다.
중국대사관의 게시글은 "현재의 모니터링 방법과 데이터만으로 사람들을 납득시키기는 어렵다"며 "공표되는 대부분 데이터는 과거에 허위 보고 전력이 있는 도쿄전력이 채취하는 것으로 데이터의 신뢰도에 대한 의심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은 IAEA를 방패로 삼아 '다른 나라의 모니터링 참가는 IAEA의 주도하에 돼야 한다'고 말한다"며 "안전성에 자신이 있다면 다른 나라가 독자적으로 실시하는 제3자 모니터링을 포함해 이해관계자가 효과적으로 참가하는 틀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현재의 방식으로는 신뢰를 갖기가 어렵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외무성이 낸 성명은 "IAEA에 의한 모니터링은 IAEA를 중심으로 하면서 제3국도 참가하는 객관적인 것"이라며 "2022년 11월에는 IAEA의 전문가와 핀란드와 한국의 전문가들도 함께 일본을 방문해 현장에서 시료 채취와 전처리 과정을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또 "IAEA의 권위와 권한을 부정하는 것은 IAEA의 안전기준에 따라 설정된 중국의 안전기준조차 부정하는 것으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촉진을 저해하는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일본 외무성은 이처럼 조목조목 반박했지만 중국대사관의 지적에 대해 초점이 조금 벗어난 답변처럼 들린다. 프랑스 기자와 도쿄전력 담당자 간에 오간 얘기처럼 서로 다른 얘기를 주고받는 듯하다.
ev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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