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숙의 집수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아파트 분양가, 이대로 괜찮나

입력 2023-09-07 06:05  

[서미숙의 집수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아파트 분양가, 이대로 괜찮나
분양가 상한제 풀리자 "공사비 올랐다" 30∼50%씩 가격 올려
수도권 분양가 3.3㎡당 2천만원 돌파…전국도 작년 대비 20% 인상
인허가 감소에 '공급 대책' 준비하는 정부는 딜레마…"합리적 관리 기능 필요"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새 아파트 분양가 추이가 예사롭지 않다.
연초 서울을 포함한 대대적인 규제지역 해제로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역이 분양가 상한제(이하 분상제) 적용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가 관리에서 벗어나며 신규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모습이다.
최근 고분양가 단지의 분양가 인상분은 공사비 등 물가 상승 폭을 뛰어넘는다.
분양가 규제 없는 분양시장, 이대로 괜찮은가.



◇ 고삐풀린 아파트 분양가…"자고 나면 오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일 1순위 청약을 받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캐슬 이스트폴'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4천50만원으로, 전용면적 84㎡의 분양가가 최고 14억9천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당시 구청에서 심의한 분양가는 최초 3.3㎡당 2천400만원 선에서 최종 3.3㎡당 3천만원 선까지 올라갔지만, 사업 시행자인 KT는 분양을 미뤘다.
결국 올해 초 광진구가 분상제 대상에서 제외돼 분양가 책정이 자유로워지면서 상한제 적용 때보다 3.3㎡당 1천만원 이상 높은 가격을 받아냈다.
강북의 재정비촉진지구에서 3.3㎡당 4천만원대 아파트가 등장한 것으로, 420가구 일반분양에 1순위 청약에서만 4만1천344명이 몰려 경쟁률이 평균 98.4대 1에 달했다.
최근 순위내 청약에서 당첨된 이들로 계약이 모두 끝났다는 게 사업주 측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KT에 높은 시행 이익이 돌아간 것은 당연하다.
지난달 분양한 서울 동대문구 이문1구역 재개발 사업인 '래미안 라그란데'는 분양가가 3.3㎡당 평균 3천300만원 선으로, 인근에서 넉달 전 분양한 '휘경자이 디센시아'(3.3㎡당 평균 2천945만원)보다 3.3㎡당 300만원 이상 높다.
그런데도 1순위 청약에서 3만7천여명이 몰리며 청약 경쟁률이 평균 79.1대 1에 달했다.
이달 청약에 나서는 이문3구역 '이문아이파크자이'의 예상 분양가는 3.3㎡당 3천400만∼3천500만원 선으로, 한달 전 분양한 '래미안 라그란데'를 뛰어넘을 전망이다.
한 분양 대행사 관계자는 "자고 나면 분양가가 오르니 '오늘이 가장 싸다'는 생각으로 분양을 받는 것 같다"며 "분양가를 높여도 청약 과열이 빚어지니까 마음대로 분양가를 올린다"고 말했다.
올해 초 분상제 규제가 풀린 경기 광명시도 연일 분양가가 오르고 있다.
지난달 1일 1순위 청약을 받은 광명4구역 재개발 사업인 '광명센트럴아이파크'는 평균 분양가가 3.3㎡당 3천271만원으로, 전용 84㎡의 분양가가 12억원을 넘어서며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다.
지난 5월에 분양한 광명1구역 재개발 '광명더샵포레나'의 분양가(3.3㎡당 2천770만원 선)와 비교해 불과 석달 만에 18% 이상 오른 것이다.
광명시의 첫 분상제 심의 단지였던 광명2구역(트리우스 광명)의 재개발 조합은 2021년 11월 시 분양가 심의위원회에서 조합이 신청한 3.3㎡당 2천300만원보다 낮은 2천만원 선에 분양가가 결정되자 선(先)분양을 포기하고 후(後)분양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단지는 다음 달 중순 일반분양에 들어갈 예정으로, 3.3㎡당 평균 분양가가 3천만∼3천100만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2년 전 상한제 적용 당시 분양가보다 50∼60%가량 오르는 것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후분양에 따른 금융비용을 감안하더라도 분상제 폐지로 조합원들이 갖는 개발이익이 커진 것은 자명한 일"이라며 "최근 건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분양이 될 만한 정비사업장은 고분양가에도 팔려나가니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수도권 분양가 3.3㎡당 2천만원 시대…"분양가 자율화·공사비 인상때문"
고분양가 행렬이 이어지면서 올해 새 아파트 3.3㎡당 분양가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에서 분양된 새 아파트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2천20만원으로, 사상 처음 2천만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평균 1천780만원에 비해 13.5% 상승한 것이다.
서울은 올해 분양가가 비싼 강남3구에서 신규 분양이 없었는데도 평균 분양가 3.3㎡당 3천396만원으로 작년(3천476만원)과 비슷하다.
지방 분양가가 강세를 보이면서 전국 평균도 지난해 3.3㎡당 1천523만원에서 올해 1천815만원으로 19.1% 상승했다.
올해 초만 해도 미분양 증가를 걱정하던 분양시장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분양가가 이렇게 오른 데에는 연초 대규모 규제지역 해제로 규제 및 분상제 지역이 강남3구와 용산구로 축소됨과 동시에 HUG의 고분양가 관리 대상에서도 빠지면서 사실상 '분양가 자율화'가 된 영향이 크다.
불과 1∼2년 새 정부도, HUG도, 지방자치단체도 사실상 분양가 관리에 손을 놓은 결과 통제 불가 상태가 됐다.
업계도 할 말은 있다.
일단 최근 원자잿값, 인건비 등 공사비 인상을 고려하면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지난해 실행 공사비가 종전 대비 20∼30%가량 올랐다"며 "적자를 보면서 공사를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 최근 들어 시행사나 정비사업 조합 등 사업 주체가 따로 있는 현장에선 곳곳에서 발주자와 건설사 간에 공사비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시멘트 업계는 올해 또다시 시멘트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두차례에 걸쳐 33%나 인상했는데, 올해 유연탄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다시 14%가량 가격 인상을 선언했다.
시멘트 가격 인상은 아파트 건설의 핵심 자재인 레미콘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공사비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문제는 사업 시행자나 조합들은 분양성이 보장되면 공사비 인상분에 더해 시세 또는 그 이상 높은 분양가를 받아 간다는 점이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사비는 예전보다 20∼30% 올랐는데, 분상제 폐지로 분양가를 50% 이상 높인다면 공사비 인상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시행사나 건설사 또는 조합의 이익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라며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은 분양가를 높여도 수요가 뒷받침되니 계속해서 가격을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분양가 인상에는 현 정부 들어 공사비 인상에 후한 정책 기조가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자재비 상승분을 분양가 상한제 공사비에 즉각 반영할 수 있도록 기본형 건축비 산정·고시를 개정했다. 또 지난달 말엔 민간 건설공사에도 공공공사처럼 물가 변동을 반영해 공사 계약 금액을 인상할 수 있도록 표준도급계약서를 변경했다.
공사비 급등으로 인해 공사 중단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도록 '제값 받고 제대로 공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건설사들은 이를 정비사업이나 일반 도급 사업의 공사비를 올리는 청구서로 활용하고 있다.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오히려 민간 발주처와 시공사 간 갈등을 키우고, 분양가 통제 기능이 전혀 없는 상황에선 분양가 인상 요인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공급 촉진책 마련중인 정부는 '딜레마'…늦지 않게 해결 방안 찾아야
최근 고분양가 행진에 정부도 내심 걱정하는 눈치다.
그러나 '무량판 대란'으로 공공주택 공급의 핵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흔들리고, 올해 민간 주택 인허가 물량마저 예년에 비해 감소한 마당에 분양가 문제를 공론화하기도 어려운 분위기다.
3∼4년 뒤 집값 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 상황에서 분상제 등의 규제를 부활할 경우 일시적인 공급 위축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딜레마다.
실제 부동산R114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7월 말 민간택지 분상제 부활로 그해 서울에선 규제 전 밀어내기 물량이 몰리며 총 4만2천981가구(조합원분 포함)가 공급됐지만, 이듬해는 분상제 여파로 분양 물량이 1만172가구로 급감했다.
올해 들어 분상제 지역이 강남3구와 용산구로 축소되며 8월 말까지 서울에서 분양된 물량은 3만9천8997가구로 늘었다.
정부는 최근 민간 주택 인허가 물량 감소에 조기 대응하겠다며 이달 중 '공급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건설업계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건설 금융과 보증 지원을 확대한다는 게 골자다.
'벌떼 입찰'을 막기 위해 계열사 간 전매는 금지하는 선에서 공공택지 전매를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나 일단 고분양가 문제는 정부 대책에서 빠져 있다.
과도한 분양가 상승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처럼 분양가가 계속 오르면 청약통장 가입자들의 내 집 마련 비용이 커지는 것은 물론,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어서다.
건설업계는 '수요-공급의 법칙'으로 항변한다. 분양가가 너무 오르면 청약 미달과 미계약이 발생하고, 수요 감소로 이어져 결국 분양가도 낮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아파트값이 상승세로 전환한 가운데 단기적으로 서울처럼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선 가격(분양가)이 수요를 이긴다.
공급을 막지 않으면서 너무 늦지 않게 적정 분양가가 책정되도록 유도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전세사기 대처로 정신없는 HUG가 어렵다면 분양승인권자인 지자체의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앞으로 부동산 시장을 좌우할 변수는 공급 불안과 고분양가에 따른 후폭풍이며, 이는 결국 집값의 하방경직성을 강하게 하고 버블을 두텁게 만든다"며 "공급의 숨통은 터주되, 청약 과열을 틈타 배짱 분양가가 산정이 되지 않도록 하는 합리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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