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피해서 1천㎞…캐다나 원주민, 낯선 대피소 딸 출산

입력 2023-09-08 11:29  

산불 피해서 1천㎞…캐다나 원주민, 낯선 대피소 딸 출산
전국 산불 1천52곳 기승…고온 건조 날씨로 겨울까지 갈 수도


(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캐나다 산불을 피해 집을 떠난 원주민 여성이 타지역 대피소에서 딸을 출산해 눈길을 끌고 있다.
7일(현지시간) 캐나다 통신에 따르면 서부 노스웨스트 준주(準州) 헤이리버 주민인 타니샤 에디슨 씨는 마을로 번지는 산불을 피해 대피소에 머물던 중 일주일 만에 딸을 순산했다.
헤이리버는 노스웨스트 준주 주도 옐로나이프와 함께 산불이 맹렬히 확산하던 위험 지역으로 지난달 16일 일제 대피령이 내려졌던 곳이다.
남편을 따라 두 자녀와 함께 도착한 대피소는 앨버타주 에드먼턴에 마련된 공공시설. 집에서 1천㎞ 떨어진 곳을 자동차로 13시간 걸려 도착한 외지였다.
생소한 대도시의 임시 거처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지 일주 만인 지난달 23일 에디슨은 현지 로열 알렉산드라 병원에서 건강한 딸아이를 얻었다.
"모든 게 다르기만 한 낯선 동네였다"고 출산 기억을 떠올린 그는 "새아기를 낳기에는 너무 생소한 곳이었다"고 했다.
그가 떠난 헤이리버는 그레이트 슬레이브 호수 남쪽에서 건너편 옐로나이프와 마주한 원주민 자치 마을이다.
전체 주민 3천500명이 채 안 되지만 별칭은 거창한 뜻이 담긴 '북부의 허브(Hub of the North)'다. 캐나다에서 '북부'는 극지방을 포함해 원주민과 거친 자연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통한다.
옐로나이프 주민 2만여 명이 전날 대피령 해제로 집으로 돌아가지만, 헤이리버에는 아직 대피령이 여전하다.
산불이 계속 기세를 부려 인근 지역 두 곳과 함께 집으로 돌아갈 날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로서는 출산을 기다리며 준비해온 모든 것을 집에 두고 온 처지가 됐다. 그는 "여러 계획과 아이디어, 아기에 필요한 모든 걸 마련했다가 갑자기 아무것도 없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곧 "에드먼턴 최고의 병원에서 출산하게 돼 산모와 아기에게는 더 나은 반전이기도 하다"며 웃었다.
아기 이름은 노바 그레이스로 지었다.
요즘 그의 가족은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더 굴뚝같다고 한다. 편안한 침대에서 푹 자고 싶고, 새로 장만한 아기 침대를 아기에게 보여주고 싶기도 하다.
헤이리버의 산불은 잦아들 기미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떠나온 후 마을 내 건물 여러 채가 이미 화마에 피해를 보았다.
이날 조너선 윌킨슨 천연자원부 장관은 산불 현황 브리핑에서 올해 산불이 통상적 시즌인 9월을 넘어 겨울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 서부 지역에서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져 새로 산불이 발생하거나 기존 산불이 수개월 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설명했다.
당국에 따르면 이날 현재 전국 1천52곳에서 산불이 타고 있으며 791곳이 통제 불가능으로 분류됐다.
지금까지 284개 지역에 대피령이 발령돼 총 23만2천209명이 대피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실 면적은 총 1천650만 헥타르(16만5천 ㎢)에 달한다.

jaey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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